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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로에서] 누구를 위한 정권 창출인가

김재태 편집위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7(Tue) 16:00:00 | 14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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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임기 말이던 2012년 신년 국정연설에서 ‘서민생활 안정’ ‘열린 고용 사회’ 등 다양한 국정 비전을 제시했다. 제목은 ‘위기를 넘어 희망으로’였다. 그 제목처럼 그의 인생에도 늘 위기와 희망이 교차했다. 위태로운 일이 닥칠 때마다 그는 줄타기 명인처럼 능숙하게 상황을 극복해 냈다. 그에게는 그만한 수완이 있었고, 종종 운도 따랐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대한민국 17대 대통령에 올랐다. 운은 딱 거기까지였다.

 

한때 핵심 참모로서 그의 대통령 당선을 앞장서 도왔던 정두언 전 의원은 자신이 쓴 책에서 그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기업가 출신이니만큼 권력의 공공성에 유난히 취약했다. 권력을 마치 축재하듯이 벌어들인 사유재산으로 여긴 것 같다. 오죽하면 내부에서조차 국정 운영을 패밀리 비즈니스처럼 한다는 냉소까지 나왔을까.”

 

그의 비극은 바로 그 ‘패밀리 비즈니스’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났다. ‘만사형통’이란 말을 들었던 친형과 몇몇 최측근 인사들이 그의 주위를 에워쌌고, 그럴수록 ‘패밀리의, 패밀리에 의한, 패밀리를 위한’ 비즈니스의 악취는 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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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전 대통령이 마침내 구속됐다. 패밀리 비즈니스의 연장선상에 있었던 ‘도곡동 땅’ ‘BBK’ ‘다스’ 등의 문제가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았다. 검찰이 밝힌 구속 사유에는 삼성의 BBK 소송비 대납에 따른 뇌물수수 혐의도 포함되었다. 자동차부품 납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자가 MB라는 내용도 함께 명기됐다. 10년이 넘게 우리 귀에 맴돌았던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질문에 검찰이 답을 내놓은 것이다.

 

MB는 구속 전 SNS를 통해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동안 숱한 위기를 맞고도 끈질기게 살아남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잘 버티면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여전히 머릿속에 있는 듯하다. 그가 자신은 억울하다며 내세웠던 논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했던 것과 똑같은 ‘정치보복’이다. 박근혜 정권 때는 아무 일이 없었는데 정권이 바뀌니 이런 처지가 되고 말았다는 주장인 셈이다.

 

하기야 현직 야당 대표도 틈만 나면 “정권이 바뀌면 이 정권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독한 말을 쏟아낼 정도로 ‘정권교체=정치보복’이라는 인식은 우리 정치권에서 별반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대선 때만 되면 진영이 갈려 죽기 살기로 싸우는 이유도 그와 무관치 않다. 정치보복을 당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각오들이 맞부딪치는 대결 구도는 ‘동물의 왕국’ 이상으로 살벌하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하고, 국민들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주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는 생각보다 ‘당하지 않기’ 위해 정권을 잡아야 한다는 의지가 팽배한 싸움터에서는 피비린내만 진동할 뿐이다.

 

대통령의 발의로 불붙은 이번 개헌 논쟁에서도 정권을 잡으면 다 끝난다는 식의 승자독식 폐단이 담긴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라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정부와 여당은 ‘4년 연임제’를, 자유한국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각각 내놓고 맞서 있는 상황이다. 형태는 서로 다르지만 여야 모두 전직 대통령들의 잇단 비극에 한 원인을 제공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습을 떨쳐내야 한다는 의지는 똑같이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대안도 ‘국민을 위해서’보다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정권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집단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 ‘제왕’을 욕하기 이전에 그들 자신이 그동안 그 제왕의 독단을 막기 위해 단 한 번이라도 쓴소리를 하고 노력해 본 적이 있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그들의 침묵이 우리 헌정사에 얼룩진 전직 대통령들의 비극을 부채질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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