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심한 날 환기는 3분 이내로 해야”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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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는 진공청소기보단 물걸레로”…미세먼지의 모든 것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4년 전 세계에서 약 700만명이 미세먼지로 사망했다. 1998년부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조사한 초미세먼지 노출도에서 한국은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올봄에도 미세먼지의 공포가 예상된다. 미세먼지에 대한 대처법을 Q&A로 정리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한때나쁨으로 예보된 3월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심이 뿌연 시계를 보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Q. 미세먼지와 건강과의 연관성에 주목한 때는 언제부터인가?

 

A. 1930년 벨기에의 뮤즈 벨리, 194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도노라, 1952년 영국 런던 등지는 대기오염의 대표적인 사례다. 1990년대 초, 대기오염이 높을수록 사망위험이 증가한다는 하버드대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 대기오염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현재 세계 각국이 대기 환경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Q.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차이점은?

 

A. 대기오염 물질은 ‘가스상 물질’과 ‘입자상 물질’로 나눌 수 있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입자성 물질(PM)을 흔히 먼지라고 한다. 2000년대 들어 지름 10㎛ 이하의 먼지를 ‘PM10’이라고 불렀다. 2010년대 들어 더 작은 먼지를 측정했고, 머리카락 지름의 25분의 1 크기의 먼지를 ‘PM2.5’라고 정했다. 우리는 통상 PM10을 미세먼지, PM2.5를 초미세먼지로 번역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환경부는 PM10을 부유먼지, PM2.5를 미세먼지로 용어를 정비했다. 

 

 

Q. 먼지 크기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이유는?

 

A. 여러 연구를 통해 먼지 크기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 알려졌다. 예를 들면 지름 20㎛ 이상의 먼지는 상기도에, 5㎛ 이하 먼지는 허파꽈리까지 침투할 수 있다. 

 

 

Q. 미세먼지의 발생원은 무엇인가?

 

A. 대개 토양에서 생긴 먼지나 소각과정에서 나오는 그을음은 입자 크기가 크다. 고온의 연소과정을 거쳐 나오는 입자는 크기가 매우 작다. PM10과 PM2.5의 발생원이 정확히 구분되지는 않지만, 3~5월경 불어오는 황사는 흙먼지로 PM10의 먼지를 만든다. 또 PM2.5는 일반적으로 발전소․공장․자동차 오염원과 관련이 크다. 

 

© 사진 = 서울대병원 제공


 

Q. 하늘이 맑고 파란 날도 미세먼지에 안심할 수 없나?

 

A. 일반적으로 PM10보다는 PM2.5가 빛의 산란을 쉽게 일으켜 가시거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PM10 농도가 높아도 PM2.5 농도가 보통이면 실제로는 가시거리가 길어서 일반인들은 대기오염이 높은지 낮은지 판별하기 어렵다. PM10과 PM2.5 농도는 비슷한 경향을 보이지만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어 모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 환경부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PM10과 PM2.5 농도를 같이 분석해서 일반인에게 알려준다.

 

 

Q. 미세먼지 기준은?

 

A. 미세먼지 환경기준은 2018년 3월27일부터 PM2.5 하루 평균 ▲15㎍/㎥ 이하를 ‘좋음’ ▲35㎍/㎥ 이하면 ‘보통’ ▲75㎍/㎥ 이하를 ‘나쁨’ ▲76㎍/㎥ 이상이면 ‘매우 나쁨’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지속해서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Q. 미세먼지는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A. 지름 100㎛ 이상 먼지는 눈·코·인후부에 자극을 일으키지만, 호흡기 깊숙이 들어오지는 못한다. 20㎛ 이상 먼지는 상기도까지 침투할 수 있고, 5㎛ 이하 먼지는 폐 속 깊이, 허파꽈리까지 침투할 수 있다. PM2.5 표면에는 중금속 같은 유해물질이 많이 묻어 있다. 이런 물질들이 직접 폐 조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또 면역 세포의 작용으로 이차적인 국소염증반응을 발생시켜 호흡기계 손상뿐 아니라 심혈관계나 뇌 신경계 등에 영향을 끼친다. 최근에는 전신 순환계로 직접 침투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Q. 미세먼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질병을 일으키나?

 

A.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악화다. 수개월 간 장기 노출뿐 아니라 몇 주 내의 단기 노출에도 악화 위험성이 증가한다. 특히 천식 환자에게는 단 며칠간의 바깥 외출이라도 미세먼지 환경이 나쁠 때는 병이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 미세먼지는 심장질환(협심증·심근경색), 혈관성 질환(고혈압·죽상경화증)을 악화하거나 사망률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심부전·부정맥·뇌졸중 등 여러 심장질환 위험 역시 증가한다.  

 

 

Q. 미세먼지는 우울증과도 관련이 있나?

 

A. 미세먼지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최근 연구결과가 있다. PM2.5에 장기 노출되면 전신적 염증반응이 높아지고 이 때문에 우울증 발생과 자살 위험이 증가한다는 내용이다. 성인과 노령에서는 치매·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신경질환, 영유아는 자폐스펙트럼장애와 같은 발달장애 질환 위험 증가가 보고되고 있다.

 

 

Q. 대기오염과 미세먼지는 발암물질인가?

 

A. WHO 국제암연구소는 2013년 대기오염과 미세먼지가 각각 사람에게 충분한 발암 근거가 있는 것을 의미하는 1급 발암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세계 각국 연구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폐암은 물론이고 방광암과의 관련성도 보고되고 있다. 유방암과 혈액암은 아직 데이터가 부족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Q. 미세먼지가 임산부·태아와 유아 등 취약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A. 임신 기간에 PM2.5나 PM10에 노출되면 2500g 이하 저체중 출산과 37주 이내 조기 출산을 유발할 수 있다. 저체중 출산은 태아 사망률을 증가시키고 장기가 덜 자라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영유아는 낮은 농도의 노출에도 다양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수년간 대기오염이 높은 지역에서 살았던 어린이들은 폐 기능 성장 부진, 비만 위험 증가, 인지기능 저하, 자폐스펙트럼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이 증가한다는 연구가 있다.

 

 

Q.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한 원칙은?

 

A. 지역별 실시간 대기오염도는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에어코리아’ 웹페이지에서 공개된다. 이런 정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PM2.5와 PM10 농도가 높을 때는 자전거 타기나 달리기 등 외부 활동을 줄이고, 필요하다면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방법에 맞게 착용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는 제품 외부 포장에 ‘의약외품’과 KF80·KF94·KF99 등이 표기돼 있다. 숫자가 높을수록 PM2.5나 PM10을 더 많이 여과하지만, 호흡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기저질환이 없는 일반인은 KF80 정도를 쓰면 큰 문제가 없다. 실내에서는 창문을 닫아 먼지의 유입을 차단하고, 고성능 헤파필터가 장착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Q. 보건용 마스크의 바른 사용법은?

 

A. 방한 마스크와 일회용 마스크는 차단 효과가 매우 작다. PM2.5는 머리카락의 20분의 1 정도로 작아서 일반 천을 통과한다. 마스크는 일반적으로 코·뺨·아래턱 쪽으로 오염물질이 들어오지 않도록 밀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세탁하면 모양이 변형돼 기능이 감소하기 때문에 세탁 후 재사용은 피한다. 휴지를 덧대면 틈새로 미세먼지가 흡입될 수 있다. 미세먼지 대부분은 코를 통해 흡입되므로 입만 가려서는 소용이 없다. 

 

오염물질이 들어오지 않도록 밀착한다. (오른쪽 사진) 일회용 마스크(위)와 방한용 면 마스크(아래)는 미세먼지를 여과하지 못한다. © 사진 = 서울대병원 제공


 

Q.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이 되는 음식은?

 

A. 그런 식품은 없다. 하지만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면 좋다. 가글과 양치질, 비강 내 생리식염수 세척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PM2.5와 PM10의 노출로 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항산화 기능이 큰 녹황색 채소·과일·해조류의 적당한 섭취도 도움이 될 수 있다.

 

 

Q. 가방과 옷 등도 영향을 받나?

 

A. 야외 활동 후 옷이나 가방 등에 쌓인 먼지가 실내를 오염시킬 수 있다. 집에 들어가기 전에 옷이나 가방에 묻은 먼지는 바람을 등지고 꼼꼼하게 털어낸다. 외출 후에는 손 씻기 뿐 아니라 머리도 감는다. 특히 집에 영유아나 임산부, 만성질환자가 있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Q. 미세먼지가 심한 날, 실내에서의 생활수칙은? 

 

A. PM2.5와 PM10 농도가 높으면 가급적 창문을 닫고 환기 횟수를 줄인다. 하지만 고기를 굽거나 튀김 요리를 했을 경우, 청소나 흡연을 했을 때는 실내공기가 더 나쁠 수 있으므로 창문을 열거나 환기장치를 작동하는 것이 좋다. 환기는 3분 이내로 하고, 환기 후에는 먼지가 쌓이기 쉬운 부분을 물걸레로 청소한다. 미세먼지는 가라앉지 않고 떠다닐 수 있기 때문에 진공청소기보다는 물걸레 사용을 권장한다. 하지만 천식같이 대기오염에 민감한 사람이 있다면 가급적 창문을 열지 않는 것이 좋다. 

 

 

Q.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렌즈보다 안경을 써야 하나?

 

A. 미세먼지는 안구 표면에 침착해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최근 연구에서는 염증이 안구건조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 콘택트렌즈는 건성안을 유발하므로 안경 착용이 유리할 것 같다. 이는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렌즈를 끼면 각막으로 전달되는 산소 투과가 감소한다. 소프트렌즈는 특유의 부드러운 성질을 유지하기 위해 일정의 수분이 필요한데 눈 표면을 덮으면 유일한 수분 공급원인 눈물을 나눠 쓰는 결과가 된다. 하드 렌즈의 경우 미세먼지와 별개로 황사 같은 큰 입자가 날릴 때 이물질이 렌즈와 각막 표면 사이로 들어가 자극을 일으키고 각막 표면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안경 착용이 바람직하다. 안경은 바람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어 미세먼지가 많은 날 눈 건강을 위해 렌즈보다 안경 쓰는 것을 추천한다.   

 

 

Q. 미세먼지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A.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개인이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서는 자동차·공장·발전소·공사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줄이고 불법소각을 금지해야 한다. 또한 중국이나 북한에서 기인한 오염 역시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오염물질 저감을 위해 국제적으로 노력하고 정보공유·공동연구가 필요하다.

 

 

※ 도움말=김경남 서울대병원 환경의학과 교수, 최혁진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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