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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오직 사익만을 추구한 MB에게 ‘사죄’란 없어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1(Wed)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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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전 대통령만큼 독특한 인물을 찾기도 어렵다. 대한민국 경제가 현대그룹의 성장으로 대표되던 시절, 이른바 월급쟁이에서 시작해 30세 이사, 37세 사장, 45세 회장이라는 유례가 없는 출세 가도를 달리며 대한민국 경제의 신화로 추앙 받던 인물. 반면, 평생 타인을 위한 헌신과 배려보다 오직 사익(私益)만을 추구해 자신과 함께 했던 동료·후배·부하직원으로부터 따가운 질타와 외면, 고발을 당한 처량한 인물. 이명박이라는 이름보다 MB라는 호칭으로 대변되는 그의 등장과 몰락은 대한민국 정치․경제 부문 흑역사의 결정판에 가깝다.

 

1990년대 초반 그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었다. 1970년대부터 현대건설에서 탄탄한 행보를 보이던 그에게 언론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찬사를 보냈다. 1991년 10월에 종영된 KBS 드라마 《야망의 전설》은 이명박이라는 인물에게 신화적인 포장을 덮어씌우는 최적화된 기폭제였다. 드라마에서 시종일관 그는 정의로운 인물이었으며 때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탁월한 리더십을 보유한 경영자였다. 많은 언론사에서 이명박이라는 인물에게 보낸 낯 뜨거운 격찬을 지금도 필자는 잊지 못한다. 이명박 신화의 주역은 사실 8할이 방송과 언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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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신화의 주역 8할은 방송과 언론

 

2007년 노무현 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가 바닥을 치던 무렵, MB는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 개편 등의 성과를 앞세우며 본격적으로 대선에 도전했다. 이 과정에서 나팔수를 자임했던 수많은 교수들과 학자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MB 캠프에 무려 1000명에 육박하는 교수가 집결됐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며 대한민국 경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라고 자임했던 그에게 쓴 소리를 한 학자나 관료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기애로 똘똘 뭉친 인물인 MB를 대통령으로 만든 수많은 학자들 역시 비판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MB는 대선 시절부터 대통령 재임 때까지 줄곧 유권자들에게 ‘경제 대통령’ ‘경제 전문가’임을 자처했지만, 그의 뒤떨어진 시대의식과 부족한 역량은 대한민국 경제를 오히려 후퇴시켰다. 미국 등 선진국이 산업체질을 개선하고 ICT 융합 등 첨단산업에 성장의 포커스를 둔데 비해 대한민국은 오히려 4대강 사업 등 낭비성 토건사업에 국민의 혈세를 투입했고 공급력이 조정되지 않은 수많은 건설업체를 돕기 위해 투기적 부동산 수요를 부추겼다. 부실 건설기업들은 막대한 재정 지원이라는 특혜를 입었고 MB 정부 5년 동안 가계부채는 298조원이 늘어나는 악순환만 거듭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8년 출범과 동시에 이명박 정부는 ‘경제 재도약과 서민 지원을 위한 세제 개편’을 과감히 발표하며 감세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그의 재임 기간 5년 동안 중산층과 빈곤층의 조세부담 증가율이 평균 60% 이상 증가한 반면, 최상위 계층은 불과 22%만 증가하며 ‘서민지원’이라는 정책 방향과 모순된 행보를 보였다. 확보된 세금을 사회보장 분야나 건강보건에 투입하는 OECD 선진국과 달리 MB는 철도·도로 등 여전히 토목사업에 국민 세금을 할애하며 첨단기술 개발 등 시대적 방향과 역행하는 수준 미달의 경제 역량을 드러냈다.

 

 

MB 곁 지켜주는 측근들 누구도 보이지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사익 추구와 관해서는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았다. 그가 틈날 때마다 ‘경제 전문가’라고 주장한 이유는 그의 탐욕에서 비롯된 확실한 사익 추구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추궁하는 혐의만도 현재 20여개에 육박하는데 100억대 뇌물 혐의에 따른 350억 횡령, 수십억 조세포탈 등 민망한 사익 추구가 대부분이다. 매년 자신의 재산이 기형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지켜봤을 MB가 “최고의 경제 전문가”라고 자처한 것은 어쩌면 그에겐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검찰에 소환되는 과정에서도 MB는 일관되게 정치보복을 언급했고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모든 책임과 사태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에게 돌리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도 “역사상 유일하게 기업 돈을 받지 않고 당선된 대통령”, “도덕적으로 가장 완벽한 대통령”이라고 스스로를 칭송하는 모습을 보며 그의 탐욕이 여전히 녹슬지 않았음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그가 끊임없이 정치보복을 주장하며 보수층의 결집을 통해 국민을 분열시켜서 진보와 보수의 대결 프레임을 조장함에도 국민들이 냉랭한 심정으로 그의 단죄를 기다리는 이유이다. MB의 탐욕은 사죄를 모르기 때문이다.

 

MB는 대한민국 그 누구보다도 많은 돈을 거머쥐었을지 모르지만, 지금 그의 곁을 지켜주는 측근들은 안타깝게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사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측근도 냉정하게 용도 폐기하는 그의 비열함은 친이(親李) 조직을 모래알처럼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과거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리더를 위해 모든 죄를 뒤집어쓰던 측근들의 모습은 MB에게 보이지 않는다. 측근들은 검찰 조사에서 일관되게 모든 책임을 ‘MB’에게 돌리고 있다. 이에 뒤질세라, MB 역시 일관되게 모든 책임을 ‘측근’에게 돌리고 있다. 역시 MB, 그리고 MB의 측근답다. 

 

조직학자 버나드(Barnard)는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헌할 의욕을 가진 2인 이상의 사람이 상호 협력하는 집단을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버나드는 이어 ‘사람’이 아닌 ‘가치’에 헌신할 의욕과 열정을 갖는 이들이 모여야 제대로 된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가치’로 모이지 않고 ‘이익’이나 ‘사람’에 의해 모이면 언제든지 그 조직은 모래알이 되고 상호 협력이나 조직으로의 영속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친박’ 못지않은 결속력을 보였던 ‘친이’계가 가치가 아닌 사익·탐욕·MB라는 부적절한 인물을 중심으로 모였기에 ‘친이’계는 애초에 조직이 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결과적으로 MB가 재임한 기간 동안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는 더욱 확대됐고, 각종 갈등과 이념 논란은 커져나갔다.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고 부르며 대한민국을 원망하고 떠나던 시절도 이명박 정부 시기부터였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서적이 유독 국내에서만 열풍을 불기 시작한 시점도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다. 앞에서는 공정사회 구현, 공생 발전, 동반 성장 등을 외치고 친서민 정책, 중소기업 육성 등을 주장하면서 뒤로는 황금만능주의와 자본에 대한 일관된 집착만을 보여준 그의 재임 시절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지우고 싶은 부분이다. 

 

다행히 MB는 검찰의 포토라인에 서게 됐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곧 받게 됐다. MB를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고 그 과정 중에 많은 이들의 희생 역시 뒤따랐다. 다만, 그를 ‘신화의 주역’으로 만들었던 방송과 언론은 아직도 부끄러운 과오를 실토하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의 당선을 돕기 위해 부나방처럼 모였던 사이비 학자들과 정치인들은 현재 MB를 외면하고 또 다른 정치인들을 향해 줄을 대고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MB와 폭주했던 많은 이들이 그의 소환을 통해 조금 늦더라도 정의는 반드시 찾아온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영악한 처세술로 MB는 작게는 기업을 크게는 국민을 속이며 어두운 현대사를 그려나갔다. 그의 멈출 줄 모르는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탐욕은 끝내 검찰 앞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MB는 재임 시절 유독 ‘도덕적으로 완벽하다’, ‘부패를 청산해야 한다’, ‘청렴문화의 기틀을 확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심지어 2007년 그는 가훈을 ‘정직’이라고 작성하기도 했다. MB가 구속이 된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도덕적으로 완벽해질 것이고 좀 더 청렴 문화의 기틀을 확립하며 부패를 청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가훈대로 ‘정직’이 이제 MB를 준엄하게 심판해줄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가 기다리는 정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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