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신화 삼성물산, 결국 주택사업 철수하나
  • 최형균 시사저널e. 기자 (chg@sisajournal-e.com)
  • 승인 2018.03.21 14:55
  • 호수 1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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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문 인력 및 조직 슬림화에 우려 시선…알짜 재건축단지 입찰도 참여 안 해

 

삼성물산이 ‘래미안’ 브랜드로 표상되는 주택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또다시 제기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급격한 인력 감축으로 위축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부채질한다. 삼성물산이 주택사업 등 건설부문 비중을 줄이고 삼성전자가 발주하는 공사를 담당하는 ‘하이테크팀’에 집중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출규제 완화, 재건축 연한 축소로 2015년부터 2017년은 건설사에 황금기였다. 각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 실적도 크게 늘었다. 상위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2016년 13조3943억원, 2017년 18조8468억원으로 급증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정비사업팀을 확대하며 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10대 건설사 중 6개 업체에서 수주액이 증가했다. 수주액 증가폭은 현대건설(3조3825억원), GS건설(1조3189억원), 대우건설(1조2044억원), 현대산업개발(6668억원), 롯데건설(3883억원), SK건설(1289억원) 등의 순이었다. 수주액이 증가한 건설사들은 재무구조도 개선됐다.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데는 영업이익률을 사용한다. 수주액이 증가한 6개 건설사 중 SK건설을 제외한 5개 건설사의 영업이익률이 좋아졌다. 2017년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률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폭은 롯데건설(3.6%P), 대우건설(3.0%P), GS건설(1.4%P), 현대산업개발(0.2%P), 현대건설(0.07%P) 순이다. 마진이 높은 정비사업을 대거 수주하면서 건설사들의 재무구조도 개선된 셈이다.

 

그럼에도 도급순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물산은 유독 다른 행보를 보였다. 삼성물산은 2015년 9000억원대의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주 이후 2년간 수주 실적이 전무했다. 입찰 시장에서도 2015년 서초구 서초동 서초무지개아파트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입찰 참여 가능성이 제기된 서울 서초구 신동아아파트, 반포주공1단지 현장설명회에 불참했다. 부동산114, 닥터아파트가 조사한 아파트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2015년부터 1위 자리를 내주기까지 했다.

 

삼성물산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건설부문 철수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 시사저널 임준선


 

지속되는 인력 감축과 조직 슬림화에 의문

 

자연히 삼성물산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 여러 관측이 제기됐다. 가장 유력하게 대두된 것이 ‘삼성물산이 주택부문을 포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6년에는 KCC건설의 삼성물산 주택사업 인수설이 제기됐지만, KCC건설이 이를 부인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삼성물산의 주택부문 포기설(說)은 구조조정 및 조직 슬림화로 더욱 촉발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 7952명이었던 건설부문 임직원 수는 2016년 6453명, 2017년 9월말 기준 6021명으로 감소했다. 2015년과 비교해 2017년 3분기 말 임직원 수가 24.3%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 전체 임직원 수가 1만252명에서 9775명으로 4.7%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높은 감소폭이다. 해외부문 손실 등이 누적되면서 2015년 합병 이후 3분기 연속 건설부문에서 손실이 발생한 점도 인원 축소를 부르는 요인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을 통해 삼성물산은 건설부문을 포함한 사업 전 부문의 임직원을 줄였다. 차장급 이상은 수억원 이상의 퇴직금 지급, 2년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 등으로 삼성물산은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지난해 초에는 지급되는 퇴직금을 더 높이기도 했다. 올해는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고 있지만, 회사 전체 사업부문 대비 재직 임직원 감소율이 높은 건설부문의 불안감이 커지는 배경이다.

 

회사가 퇴직을 권유하면서 주택사업팀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주택사업 수주잔고는 2015년 13조290억원에서 2017년 3분기 말 10조3310억원으로 20.7% 감소했다. 앞으로 주택사업팀이 5년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물량이다. 2014년 빌딩사업부로 흡수 통합된 후, 2016년 팀 단위로 축소된 주택사업팀 추가 축소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소위 알짜 단지라는 재건축단지 입찰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주택사업 철수설이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너도나도 사업 수주에 혈안인 상황에서 주택사업을 추가로 축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직원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듯 외부에선 여러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물산이 주택사업을 접고 ‘하이테크팀’을 건설부문 주력으로 할 수 있다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이테크팀은 삼성전자가 발주하는 반도체 공장 건설 등의 사업을 전담한다. 삼성전자 발주 공사는 그룹사 물량이니만큼 다른 도급사업 대비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점도 주택사업 철수설의 원인이다. 지난 2016년 삼성물산이 반도체 공장 건설 등으로 삼성전자에서 벌어들인 매출액은 2조5767억원이다. 삼성물산의 주택사업팀이 매년 2조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것을 감안하면 수지가 맞는 사업이다. 입주민 등의 민원이 빈번히 제기되는 주택사업을 삼성물산이 포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물산 측 “주택사업 철수 고려하지 않아”

 

아예 건설부문 전체를 삼성물산이 포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합병설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일부를 임차하기로 하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초동 사옥에서 경기 판교 알파돔시티로 사옥을 이전한 지 2년도 안 돼 이사가 재차 이뤄지면서 합병설에 불이 붙었다. 삼성물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그룹 차원에서 경기 변동성에 민감하고, 잦은 민원이 발생하는 주택부문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는 소문이 빈번하게 제기됐다”며 “지난해 초 희망퇴직금 단가가 높아진 것도 건설부문 추가 축소를 의도한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구성원 사이에 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은 선제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건설부문 인원을 줄였을 뿐이지 주택사업 철수, 엔지니어링과 건설부문 합병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주택부문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수주 자체를 보수적으로 하다 보니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없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건설부문이 하이테크팀에 집중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하이테크 부문은 반도체와 관련된 만큼 유망한 사업이다. 반도체 (시장 경기가) 상승곡선을 그리니 이에 발맞추는 상황”이라며 건설부문 축소나 주택사업 철수설과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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