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들, 스웨덴서 물질하다
  • 이석원 스웨덴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1 10:19
  • 호수 1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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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3일 개막 예테보리 ‘제주 해녀 문화전’에 현지 관심 커

 

“내 고향 제주에는 바다로 출근하는 여인들이 있다. 아무런 장비 없이 그녀들이 바다 안에 머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숨을 멈추는 것뿐이다. 그 여인들을 바다의 여인, 해녀라 부른다.”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Breathing Underwater)》 중에서)

 

어두워진 실내, 알프레도의 필름 영사기가 돌아가는 착각이 든다. 하지만 그건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가 아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파도의 일렁거림 소리이고, 쇳소리인 듯 힘겹게 뱉어지는 한 해녀의 숨비소리고, 그 해녀를 따라 고요해지는 바닷속 심연의 소리다.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 앞바다에서 제주의 해녀들이 ‘물질’을 시작했다.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듯 감춰졌던 그들의 삶이 폐 깊숙한 곳에서부터 뿜어 나오는 ‘숨비소리’를 내뱉으며 스웨덴의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3월3일 예테보리 해양박물관(Maritime Museum)에서 개막한 ‘제주 해녀 문화전(Haenyeo : Women of the sea)’에 스웨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사진작가 김형선씨의 26점 해녀 사진 전시와 고희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 상영, 그리고 해녀와 관련된 여러 소품을 전시하는 이번 문화전은 예테보리시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예테보리 부시장 겸 문화위원장 마리아 보이보도바는 개막식 축사에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해녀’라는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예테보리를 통해 스웨덴에 알리게 돼 기쁘다”며 “이를 통해 스웨덴과 한국의 뜻깊은 문화교류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개막식에 참석한 이정규 주스웨덴 한국대사도 축사를 통해 “‘제주 해녀 문화전’은 한국의 가장 독특한 문화유산 중 하나를 스웨덴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제주 해녀 문화를 전시 아이템으로 선정한 예테보리 해양박물관의 통찰력 있는 안목에 감탄했다”고 해양박물관 측에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제주 해녀 문화전’이 열리고 있는 스웨덴 예테보리 해양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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