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대·기아차에 드리운 ‘죽음의 타카타 에어백’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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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백 리콜 비용에 무너진 타카타社처럼, 현대차도 리콜 결정되면 비용 부담 못 피해

 

미국에서 사망자를 낸 현대·기아차의 에어백 사고가 자칫 사상 최악의 리콜로 꼽히는 ‘타카타 에어백 리콜’ 사태만큼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2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타카타 에어백은 글로벌 업계에 상당한 후폭풍을 불러왔다. 에어백을 만든 일본 부품업체 타카타는 물론 완성차 업체까지 금전적·법적 부담을 지게 돼 지금도 곤혹을 치르고 있다. 

 

현대·기아차 에어백 사고는 3월17일(현지시각) 미국 도로교통국(NHTSA)이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2011년식 현대 소나타와 2012·2013년식 기아 포르테의 에어백이 펼쳐지지 않아 6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사고로 인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명이 죽고 6명이 다쳤다. 

 

2014년11월20일 미 상원 상업위원회 소속의 빌 넬슨(민주·플로리다) 의원이 워싱턴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다카타사의 에어백을 든 채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美 당국, 현대·기아차 에어백 사고 조사 착수

 

NHTSA에 따르면, 현대차는 “에어백 작동을 제어하는 전기부품이 과부하를 일으킨 게 사고 원인으로 밝혀져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해당 부품은 ‘에어백 컨트롤 유닛(ACU)’이란 작은 칩이다. 문제의 ACU를 만든 곳은 미국 부품업체 TRW다. TRW의 모회사인 독일 ZF-TRW는 보도자료를 통해 “NHTSA의 조사에 협조하겠다”면서도 “우리 부품을 사간 자동차 제조업체가 어딘지는 계약관계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아직 NHTSA는 리콜 여부까지 밝히진 않았다. 다만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NHTSA는 적당한 리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로 영향을 받을 미국 내 현대·기아 차량은 총 42만 5000대로 추산된다. 2016년엔 피아트크라이슬러도 같은 문제로 차량 140만대를 리콜한 바 있다. 

 

NHTSA는 TRW의 부품을 사용한 다른 업체 차량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그 결과에 따라 리콜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 TRW는 2016년 판매량 기준 글로벌 에어백 시장 점유율 4위다. 



‘죽음의 에어백’ 만든 타카타는 10조원 빚 안고 파산

 

지난 2014년부터 진행 중인 타카타 에어백 리콜의 대상 차량은 전 세계 1억 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는 물론 제조업 통틀어 기록적인 규모의 리콜이다. 

 

타카타 에어백은 펼쳐질 때 안쪽의 금속 파편이 운전자에게 튈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죽음의 에어백’으로 불린다. 에어백 관련 부품에서 결함이 발견됐단 점은 현대·기아차 사고와 같다. 단 타카타 사태 때는 에어백이 너무 심하게 부풀어올라 문제였고, 현대·기아차의 에어백은 아예 처음부터 작동하지 않았다는 차이가 있다. 

 

리콜이 결정된 이후 타카타사(社)는 리콜 비용·벌금·​합의금 등으로 약 1조엔(10조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결국 회사는 지난해 6월 파산했다. 글로벌 에어백 시장 점유율 2위를 자랑하던 기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순간이었다. 

 

이에 따라 벤츠·​BMW·​도요타·​혼다 등 20개에 달하는 완성차 브랜드도 피해를 봤다. 당장 리콜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에어백 결함 사실을 알고도 완성차에 달았다”는 이유로 소비자로부터 집단 피해보상 소송에 얽힌 상태다. 일부 브랜드는 타카타사에 구상권을 청구하기도 했지만, 회사 파업으로 인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타카타 에어백 사태에 대해 일본 기업 ‘타카타’의 타카타 시게히사(高田重久) 사장이 2015년 6월25일 사죄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타카타 사태’ 피해갔던 현대차, 이번엔?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는 웃고 있었다. 타카타 에어백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현대·기아차도 에어백 조사를 받게 되면서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3월19일 “제2의 타카타 사태가 발생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만 남궁석원 자동차안전연구원장은 “사고 상황과 공급 규모 등이 타카타 사태와 다르기 때문에 아직 단정 짓긴 힘들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에도 여파가 미치게 될까. 현대차는 선을 그었다. 홍보팀 관계자는 3월19일 “국내 판매용 소나타에 장착되는 ACU의 공급사는 TRW가 아닌 현대모비스”라고 했다. 이어 “포르테의 경우 미국 수출용과 내수용 모두 국내에서 만드는데, 둘 다 TRW의 ACU가 들어간다”며 “다만 두 ACU의 종류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수출용 포르테의 ACU는 어드밴스드(advanced) 에어백 시스템, 내수용 ACU는 디파워드(depowered) 에어백 시스템이라고 한다. 

 

디파워드 시스템은 2세대 에어백이다. 승객이 있든 없든 자동차가 충돌할 때 에어백이 펴진다. 어드밴스드 시스템은 이보다 진보한 4세대 에어백이다. 사람의 탑승 여부를 판단해 에어백을 작동시킨다.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두 시스템은 서로 다른 컴퓨터를 사용하므로 종류가 다르다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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