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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와 MB수사의 본질은 음모론이 아니라 ‘팩트’다

[신동기의 잉여토크] 설령 공작 있다손 쳐도 그 때문에 있던 사실이 없는 것이 되진 않아

신동기 인문경영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20(Tue)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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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이 난데없는 음모론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진보 세력을 분열시키기 위해 미투 운동을 이용할 것이라는 음모론, 삼성 관련 보도를 희석시키기 위해 방송사가 미투 운동을 활용한다는 음모론, 진보 내 갈등을 은근히 부추기는 듯한 야당 대표의 실없는 음모론 등이 그것들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예의 정치공작론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검찰 조사에 대한 MB 본인을 비롯한 측근들, 자유한국당 그리고 일부 언론의 정치공작론 주장이다.

 

미투 운동은 보수와 진보 대결 프레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1년여 전 광화문의 촛불 혁명이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 아닌 옳음과 그름, 상식과 맹종(盲從) 내지는 최소한 준법과 불법 간의 대립이었듯이, 미투 운동 역시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 아닌 옳음과 그름, 도덕과 비도덕 내지는 최소한 준법과 불법의 대치일 뿐이다. 따라서 미투 운동을 좌우 프레임으로 규정하려 드는 것은 이쪽이든 저쪽이든 온당치 않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고 동력을 꺼트리는 일이다. 설령 어떤 음모가 있다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음모가 있다 해서 발생한 미투 관련 사건이 갑자기 없는 것으로 되지 않는다. 사건은 사건대로 음모는 음모대로 별도로 다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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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Fact)’과 ‘의견(Opinion)’은 구분되어야

 

MB의 검찰 조사에 대한 MB 본인과 그의 측근, 자유한국당 그리고 일부 언론의 정치공작론 주장 또한 마찬가지다. MB의 검찰 조사는 진보와 보수 대결 프레임과 기본적으로는 관계가 없다. 법을 어겼느냐 어기지 않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일 뿐이다. 속속 새롭게 등장하는 MB 일가와 최측근들의 진술 그리고 여러 문서 근거들이 앞으로 MB의 범법과 준법을 가를 뿐이다. 

 

물론 MB 본인은 지금처럼 자신을 방어하면 된다. 헌법 제12조 ②항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할 권리가 있으니까. MB 측의 주장대로 정치공작이 있을 수도 있다. 이른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지금 정권의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정치공작 주장 역시 미투 운동과 음모론의 관계와 같다. 

 

설령 정치공작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 공작 때문에 있던 사실이 없는 것이 되고, 범법과 합법이 뒤바뀌지는 않는다. 범법은 범법이고 공작은 공작이다. 혐의 사건은 사건대로 공작은 공작대로 별도로 다루어져야 된다. 그리고 당연히 ‘사실(Fact)’과 ‘의견(Opinion)’은 구분되어야 한다. 미투 운동 및 MB 수사와 관련해서 드러난 몇 가지 사건들은 분명한 ‘사실(Fact)’이고, 음모론과 정치공작 주장은 아직까지는 ‘의견(Opinion)’이다. 의견이 사실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증거만 있으면 의견은 곧 바로 사실이 된다. 

 

 

지금의 진통은 필연의 진통이고 희망의 진통

 

미투 운동과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우연히 또는 어느 특정인의 의도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사회가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거의 필연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오랫동안 덕지덕지 눌러 붙어있던 불법·귄위주의·위선·맹종 등의 부조리가 촛불 혁명을 통한 시민의식 회복을 계기로 하나하나 박락(剝落)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는 사건들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권력의 근원인 시민들의 깨어있는 자발적인 의식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이런 사회 분위기는 과거와 달리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사회운동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주제의 제2의 미투, 제3의 미투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불법과 편법에서 준법으로, 귄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권력 남용에서 권력 균형으로, 맹종에서 이성으로 사회가 바뀌어 갈 것이다.

 

보수의 어떤 인사는 MB의 검찰 조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면서 정권이 바뀌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다. 보수주의의 원조인 에드먼드 버크(1729-97)가 프랑스혁명 후 프랑스 제헌국민의회에 던진 지적과 비슷한 경고다. 버크는 제헌국민의회가 프랑스 국민들에게 민주주의, 평등 그리고 자유와 같은 가치들을 주입시키는데, 식민지와 군대 그리고 농민들이 바로 이 가치들을 가지고 정부에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거였다. 그러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경고였다. 보수의 한 인사의 말처럼 지난 권력의 부패에 대한 단죄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아니 언제든지 부메랑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 부메랑은 어느 특정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그리고 법이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번 미투 운동이나 MB에 대한 검찰 조사가 바로 특정인이나 정권이 아닌 여론과 법에 의해 추진되듯이. 

 

촛불 혁명 이후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회개혁은 진보가 보수에게 하는 분풀이가 아니다. 준법이 불법을, 민주주의가 권위주의를, 균형 잡힌 권력이 남용된 권력을, 상식이 맹종을 청산하는 과정일 뿐이다. 사회를 상식으로 돌리는 데 좌우가 있을 수 없다.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줄줄이 포승에 묶여 감방에 들어가고, 권위에 가려졌던 사이비 지식인의 부도덕과 위선이 까발려져 사회적 사형을 당하고, 금융 권력의 최고 수장이 민간인 시절 친구 아들 취업 관여로 하루아침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판에 앞으로 어떤 대통령이, 어떤 유명인이, 그리고 어떤 관료가 간 크게 또 다시 그런 짓을 저지를 수 있겠는가. 매우 어리석거나 무모한 이 아니라면 조심할 수밖에 없다. 보수의 한 인사가 그리고 버크가 이야기했던 그런 부메랑을 맞지 않기 위해 모두가 준법과 민주주의 그리고 상식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에서 사실 가장 긴장하고 조심하는 쪽은 지금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일 수밖에 없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모습을 많은 이들이 ‘들불’로 표현한다. 들불처럼 무섭다는 이야기다. 들불이 무서운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빠른 속도로 번지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 번지는 방향을 종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바람을 타고 번지면서 바람 방향에 따라 수시로 이리 저리 방향을 바꾸는 것이 들불이다. 지금의 미투 운동이, 그리고 잘못된 권력에 대한 단죄가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지 예측하기 어렵다. 거기에 좌우가 있을 수 없고 네 편 내편이 있을 수 없다. 있다면 밤잠을 설치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가 있을 뿐이다. 촛불혁명이 참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입구라면 그 출구는 공정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다. 지금의 인프라 환경에 공정과 상식이 더해진다면 사실 우리나라보다 더 살기 좋은 나라도 없다. 지금 그리로 가기 위해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이다. 필연의 진통이고 희망의 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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