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충언
  • 정두언 前 국회의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4 15:05
  • 호수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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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열 달이 지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6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4월말 남북 정상회담 등 긴장이 한층 고조됐던 남북관계도 순조롭게 풀리는 듯하다. 따라서 미투 운동 등이 정치권을 쓰나미처럼 강타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6월 지방선거도 여당의 승리가 확실해 보인다. 그러면 과연 문재인 정부는 이른바 87체제 이래 최초로 성공한 정부가 될 것인가. 필자의 생각은 한마디로 ‘글쎄’다.

 

문재인 정부는 분명 제2기 노무현 정부라 할 수 있다. 대통령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데다 정부의 요직에 있는 면면이 대부분 노무현 정부 때 사람들이다. 그런데 지난해 10개월을 되돌아보면 이 사람들의 생각에서 공통적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당시의 현실에 치여 좌고우면(左顧右眄)하다가 할 일을 제대로 못했다’는 일종의 반성 같은 것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문재인 정부의 특징은 단호하다 못해 편향적이고, 강경하다 못해 경직적이다. 무리한 탈원전, 급속한 최저임금제, 비현실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불안한 대중 3불(不) 정책, 무한정 지속되는 적폐청산 작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각각 전력비용 급등, 중소상공인 및 영세자영업자의 비용 증가, 미국의 통상압력 가중 등 부작용을 야기함으로써 당초의 의도와 다르게 고용감소와 함께 경제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세상일은 모두가 명암이 있고, 모든 정책에는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국정이 정치이념에 얽매여 편향적이고 경직적으로 운영될 때 본말이 전도돼 기대이익보다는 폐해가 커지기 십상이다. 폐해가 커진다는 것은 반발세력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누적돼 임계점에 도달하면 고공행진하던 지지율도 급락으로 반전하게 된다. 정치학에서는 국정운영을 지속적인 선거운동(Permanent Campaign)이라고도 한다. 어느 정권이든 웬만한 지지율을 유지해야 국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초반의 지지율에 도취돼 국정을 편향적·경직적으로 운영하다 실패한 경우를 우리는. 정권마다 예외 없이 경험해 왔다. 최근만 봐도 이명박 정부는 당초 실용주의를,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중도층(Casting Voter)을 흡수해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막상 집권 후에는 모두 강경 보수노선을 고수하다가 중도층의 이탈로 지지율의 하락 속에 제대로 일도 못하고 끝났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위와 대통령 탄핵 사태의 와중에 운 좋게 쉽사리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강경 진보정책을 고수하다가는 시간이 갈수록 중도층의 이탈이 불 보듯 뻔하다. 결국 역대 정권의 전철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386 운동권 세력이 정권의 주류를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이 이념 지향성이 강한 그룹이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가 편향적·경직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속된 말로 사람 낳고 이념 낳지, 이념 낳고 사람 낳은 것은 아니다. 이념은 학문적으로나 운동적으로 앞에 내세울 수는 있으나, 국정 운영 같은 엄중한 현실에서는 실용주의에 자리를 내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의 숨은 실세라는 양정철씨의 다음과 같은 주장으로 필자의 충언을 대신할까 한다.

 

“지난 역사에 대해서도 분열하고 대결하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서로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보수-진보의 틀에서 이제 빠져나가야 한다. 대통령도 지금의 적폐청산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마무리가 되면 통합의 정치, 미래 지향의 정치,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여러 선택들을 하시리라 생각한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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