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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시진핑에 의한, 시진핑을 위한 中전인대

‘격대지정’ ‘7上8下’ 불문율 깨고 헌법마저 바꿔…“中 권력체제 퇴행” 비판도

모종혁 중국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14(Wed) 11:00:00 | 1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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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5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인민대회당.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첫 회의가 개막하자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연단에 올라 정부 업무보고를 읽어 내려갔다. 전인대 업무보고는 한 해 중국의 국정 방향과 정부정책을 제시하는 자리다. 지난해 경제·사회 성과와 민생 상황을 소개하고 향후 목표를 발표한다. 하지만 이번 업무보고는 예년과 전혀 달랐다. 평소보다 길게 1시간50분이나 이어지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찬양하는 문구가 곳곳에서 등장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선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사상’(‘시진핑 사상’)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반복적으로 제창됐다. 시 주석을 거론할 땐 반드시 “시진핑 동지가 ‘핵심’이 돼”라고 강조했다. 과거엔 전혀 없던 표현이다. 특히 리 총리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깃발을 들고 시진핑 사상의 지도를 받아…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 꿈(中國夢)을 실현할 수 있도록 공헌하자”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가히 ‘시(習)비어천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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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어천가’ 부른 ‘국가서열 2위’ 리커창

 

리 총리는 국가서열 2위의 지도자다. 개혁개방 이래 총리가 업무보고에서 서열 1위의 최고지도자를 이렇듯 찬양한 일은 없었다. 사실상 이번 전인대가 시 주석의 1인 장기집권 체제를 마침내 완성하는 공식 행사임을 의미한다. 2월26일 중국공산당은 이례적으로 제19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를 개최했다. 보통 3중전회에선 당·정의 최고지도부가 새로운 국가정책의 방향과 목표를 결정한다. 따라서 이번 전인대에서 새로운 국가지도부와 각 부서의 장·차관을 선출한 뒤 오는 가을에 열려야 정상이다.

 

그러나 올해는 기존의 관례를 뒤엎었다. 2월28일 3중전회 폐막 직후 발표된 회의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공산당은 개정될 헌법에 ‘시진핑 사상’을 삽입하고 ‘국가주석 2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토록 전인대에 건의했다. 전인대는 우리의 국회 격인 국가 최고의결기구다. 실상은 공산당의 결정을 통과시키는 거수기에 불과하다. 3월11일 표결에서 별다른 반대 없이 통과됨으로써 시 주석이 ‘국가주석 10년 임기’라는 족쇄를 풀고 장기 집권할 수 있는 모든 법적·정치적 토대가 마무리된다.

 

잘 알려졌다시피 중국은 마오쩌둥(毛澤東)의 1인 종신독재를 경험한 나라다. 마오는 공산당의 창업주 중 하나이자 국공내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었다. 그 공로로 1949년 건국 이래 공산당 주석직을 독차지했다. 중국인들은 마오의 장기독재로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라는 미증유(未曾有)의 고난을 경험해야 했다. 마오의 전횡을 목도했던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했다. 비록 덩은 최고지도자로 군림했지만, 국가주석직을 한 번도 맡지 않았다. 총서기직도 후계자에게 물려줬다.

 

집단지도체제는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운영에서 잘 드러난다. 7명 또는 9명의 상무위원은 중대 사안을 결정할 때 1인 1표를 행사한다. 실제 총서기의 1표나 나머지 상무위원의 표는 모두 같은 가치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상무위원마다 국정의 한 분야를 전담하고 다른 이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이런 불문율에 따라 서열 1위인 총서기는 국가주석을 맡아 국정 방향을 정하고 국방과 외치를 전담했다. 서열 2위의 상무위원은 총리가 돼 행정실무와 경제를 총괄했다. 서열 3위는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우리의 국회의장 역할을 수행했다. 중국에선 이 같은 집단지도체제를 ‘민주집중제’라고 부른다. 덩의 사후 집권한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는 민주집중제를 조금씩 허물었지만 기본원칙은 지켰다. 장쩌민은 리펑(李鵬) 및 주룽지(朱鎔基)와, 후진타오는 원자바오(溫家寶)와 쌍두마차를 이뤄 10년간 중국을 통치했다.

 

시 주석은 전임자와 달랐다. 지난해 제19차 중국공산당 전당대회에서 후계자를 임명하지 않았다. 이는 덩샤오핑이 세운 격대지정(隔代指定) 전통을 무너뜨린 것이다. 덩은 한 세대를 건너뛰어 그다음 세대의 리더를 미리 지정토록 했다. 그에 따라 1992년 후진타오를 낙점해 상무위원에 올렸다. 2007년엔 상왕(上王)이었던 장쩌민이 시 주석을 상무위원으로 앉혔다. 그와 반대로 지난해 시 주석은 후진타오가 후계자로 밀었던 후춘화(胡春華) 전 광둥(廣東)성 서기를 상무위원에 올리지 않았다. 또 다른 후계자로 예상됐던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重慶)시 서기를 낙마시켰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을 딴 ‘시진핑 사상’을 당헌에 채택했다. 이번엔 ‘국가주석 2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으로 장기집권까지 노리는 것이다.

 

이렇듯 이번 전인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렇기에 11일간 열렸던 예년과 달리 20일에야 폐막한다. 3월17일엔 국가주석과 부주석이, 이튿날엔 총리와 부총리가 선출된다. 3월19일엔 각 부서의 장관 명단이 공개된다. 앞으로 드러날 지도부에서 주목되는 직책은 국가부주석이다. 현 시점에선 ‘시진핑의 오른팔’로 군림했던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가 1순위다. 3월4일 전인대 예비회의에서 왕 전 서기는 190명의 주석단으로 선출됐다.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은퇴했던 이가 다음해 전인대 주석단에 든 것은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7上8下’의 불문율 깬 배경

 

과거 5년 동안 왕 전 서기는 시 주석의 정적을 제거하는 선봉장으로 부정부패 사정을 주도했다. 시 주석 입장에선 향후 장기집권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왕 전 서기가 꼭 필요하다. 무엇보다 왕 전 서기가 국가부주석이 된다면 7상8하(七上八下)의 불문율은 무너지게 된다. 7상8하는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는 뜻으로 덩샤오핑이 세웠던 공산당 내규였다. 이에 따라 왕 전 서기는 지난해 상무위원에서 퇴임했다. 하지만 왕 전 서기는 국가직으로 복귀하며 7상8하를 자연스럽게 유명무실화시킨다. 이는 차기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시 주석의 포석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현재 64세다. 제20차 전당대회가 열리는 2022년엔 69세가 된다. 당연히 7상8하에 따라 총서기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공산당헌엔 임기제한 규정이 없다. 헌법 개정으로 사라진 ‘국가주석 2연임 제한’과 왕 전 서기의 컴백 사례를 들어 시 주석은 총서기를 계속 맡을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중국 내외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홍콩의 시사평론가 쉬전(許禎)은 “지난 5년 동안 상무위원들은 시 주석의 정책 결정에 참고 의견을 제시하는 브레인으로 점차 변했다”며 “덩샤오핑 이후 제도화의 길을 걸었던 중국 권력체제가 퇴행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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