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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문제 합의 불이행 악순환, 이번엔 제발 끊자

남-북·북-미 정상회담 청신호…북한의 조건부 비핵화가 관건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8.03.12(Mon) 10:36:30 | 1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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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이 4월말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기로 한 데 이어 오는 5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림픽 개최로 인한 일시적 평화가 지속 가능한 평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측 대북특사단과 김정은 위원장 간 면담은 △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 △정상 간 핫라인 설치 △비핵화 의지 확인 △북·미 대화 용의 표명 △전략도발 중단 △태권도 시범단과 예술단 초청 등 6개 항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북한은 수령 중심의 유일체제(수령체제)를 운영하고 있어 최고지도자와 담판 짓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때문에 남과 북이 정상 간 상시 소통창구로 핫라인 설치와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함으로써 북핵 위기 해소와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할 열쇠는 일단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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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핵 도발 않겠다” 선언 주목

 

한반도 위기의 근원은 북한 핵개발에 있다. 특사 면담에서 김 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면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체제 보장 등 조건이 충족되면 핵을 버릴 수 있다고 밝힘으로써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북한은 핵개발 동기를 북·미 적대관계에서 찾고 있다. 그렇기에 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만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합의에서도 북한은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선 비핵화(CVID) 방식이 아닌, 선 체제보장 후 폐기 방식의 비핵화 의지를 밝혔다.

 

또 북한은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동안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일정기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하지 않아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다행히도 북한은 지난해 11월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이후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지금까지 전략도발을 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전략도발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함으로써 북·미 대화의 문이 열린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도 3·5 남북 합의 소식을 접하고는 “북한과 대화에 있어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기대감을 표시한 바 있다. 정의용 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메시지를 전해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5월에 만날 것을 전격 수용함으로써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관계정상화 및 비핵화를 위한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는 북한이 비핵화 대화를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큰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하고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단지 동결이 아니라 비핵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모라토리엄 선언에 고무돼 김정은의 본심을 확인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려면 비핵화에 이르는 방법론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미국은 CVID 방식의 선 비핵화 해법을 고수해 왔고,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고 체제안전 보장을 담보할 수 있는 평화보장체계가 구축되면 김일성 유훈에 따라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번 합의에서도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밝혀 조건부 비핵화론을 폈다.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은 지금까지 개발해 놓은 핵은 대미 전쟁 억제력으로 두고, 2차 공격 능력을 갖기 위한 대량생산 등 미래의 핵을 동결하려는 ‘부분 인정 부분 동결’ 협상을 꿈꿀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결 협상을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동결 합의를 했다가 파기한 과거 경험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과 비핵화가 실현될 때까지 ‘최대의 압박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제재와 대화는 양립할 수 없다고 반발해 왔다.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 평화 프로세스를 만들어내려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또 지속 가능한 평화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이전의 반복된 합의 불이행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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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先 비핵화’ 요구에 北 정상회담 카드 내밀어

 

3·5 합의에서 주목할 부분은 남북대화에서 북핵 문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남과 북은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남북관계를 민족 내부의 잠정적 특수관계 관점에서 다뤄왔다. 특히 북한은 남북대화에서 북핵 문제를 다루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 접촉에선 핵문제와 북·미 대화 등 외교현안이 남북대화의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 최강일이 남측을 방문해 북·미 대화와 관련한 협의를 하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비핵화와 북·미 대화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평화 우선의 한반도 정책을 추진하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노력을 병행 추진해 왔다. 그 결과, 평창올림픽을 기회로 남과 북 사이에 특사 교환을 통해 남북관계 복원, 비핵화, 북·미 대화 등 많은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뤄졌다.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코피 작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군사옵션 사용 가능성이 높은 위기 국면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됨으로써 국면전환의 계기는 마련됐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 우선 한반도정책,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정책, 김정은 정권의 병진정책 사이에서 조화를 찾으면서 국면전환은 이뤄지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 행위자들이 만나 담판하는 정상회담이 이어진다면 구조화돼 온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에 합의한 모든 남북 합의는 사문화됐다. 그래서 이번 합의도 잘 지켜질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있다. 남북 합의 이행의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 핵개발과 관련한 갈등이다. 이번 남북 합의에선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문제를 포괄해 근원적인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분단체제와 냉전체제의 지속으로 구조화된 갈등구조를 근본적으로 풀 수 있는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다시 합의 불이행의 오명을 쓰게 될 것이다. 이번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선 비핵화와 냉전구조 해체를 연계한 비핵 평화 프로세스를 남과 북 그리고 주변 국가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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