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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문화도시’ 선포한 김포, 그에 걸맞는 상징이 필요하다

[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문화적 소통으로 인류 화합” 포부 밝힌 김포시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서울대 도시조경계획연구실 연구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8(Thu)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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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시는 2015년 ‘평화문화도시’임을 선포했다. 김포시에 가면 ‘평화문화 1번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지역 홍보물들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북한땅을 마주보고 있는 도시로서 평화문화도시란 비전을 가지는 것이 일견 그럴듯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혹자는 김포시를 한강신도시로 기억할수도 있고, 사실은 김포시에 있지도 않은 ‘김포공항’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김포시가 선택한 도시의 정체성은 ‘평화문화도시’다.

 

‘평화’와 ‘문화’ 모두 낯설지 않은 단어지만, ‘평화문화도시’라고 하면 좀 낯설다. 무엇을 뜻하는 걸까, 쉽게 와닿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평화’는 특히나 남한과 북한이 큰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교류하며 지내는 상태를 뜻하는 일이 많았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두고 ‘평화올림픽’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말이다.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 정세 속에 북한이 올림픽에 참가하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만들어지자, 고대 올림픽의 평화정신을 회복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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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실현’ 적극적 의미의 평화 추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평화의 의미는 좀 더 심오하다. 노르웨이의 평화학자 요한 갈퉁(Johan Galtung)은 평화를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로 구분해서 설명하기도 했다. 소극적 평화는 단지 전쟁이 없는 상태로, 갈등의 소지가 있는 ‘저항’의 분자들을 평화를 위해 폭력적으로 억누르는 것이 용인되는 다소 역설적인 평화다. 반면 적극적 평화는 간디·마틴 루터 킹과 같은 위인들이 추구했던, ‘정의가 실현된 상태’를 뜻한다. 김포시는 이 적극적 평화를 지향하겠다고 천명했다. 평화문화도시란 이런 평화의 가치를 알리고 교육하는 도시라 해석할 수 있겠다. 문화적 소통을 통해 인류 화합을 이루어 세계 평화를 만들어가는 도시. 그것이 김포시가 현재 내걸고 있는 비전이다.

 

신선하기도 하고,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 것도 같다. 하지만 평화문화도시에서는 어떤 삶을 살게 되는 것인지, 어떤 장소들이 있고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 여전히 알기 어렵다. 2015년에 ‘평화문화도시 추진전략’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이 전략들이 실현되기까지는 아직 까마득하다. 우리나라에서 평화를 논할 때 남북교류나 통일을 벗어나 더 큰 이상을 꿈꾸기에는 지금 한반도가 처해 있는 현실이 너무 특수하기도 하다. 평화라는 단어해석에 몰입한 나머지 우리나라에서, 그리고 김포시에서 그려내야 하는 평화의 실체가 모호해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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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 김포시에 필요한 것은 간단하다. 평화문화도시임을 상징할 수 있는 거점공간을 만드는 것. 그리고 이곳을 중심으로 시민들의 다채로운 활동이 벌어지게 하는 것이다.

 

김포시 가금리 애기봉전망대에 오르니 북한의 개풍군이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왼쪽으로는 1997년 북한에서 떠내려 온 황소를 구출했다고 알려진 유도(留島)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강을 사이에 두고 남한과 북한의 땅이 동시에 눈에 들어오는 광경이 펼쳐졌다. 북한땅이 보이는 장소들은 많지만 이곳에서의 경험은 조금 특별했다. 겨우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거짓말 조금 더해 헤엄치면 금방이라도 도착할 수 있을 듯이 가까운 곳에 북한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는 군인들의 인솔을 따르거나 사건을 찍지 말라는 통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이곳은 ‘한강하구중립수역’이기 때문이다. 평화가 대체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냥 이곳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운 편안함, 이라고 대답하겠다.

 

애기봉전망대와 그 풍경은 김포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평화문화 자산이다. 지금은 ‘평화생태공원’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공사가 한창 중이라 마음대로 출입이 어렵다. 오래된 전망대를 정비하기 위해서 2003년부터 시작된 사업인데, 작년 11월에서야 착공이 됐다. 군과의 협의, 그리고 정부 예산지원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애기봉전망대의 대대적인 변신은 2019년 말에서야 공개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지금의 소박한 전망대 건물은 어딘가 빈티지스러운 매력마저 느껴지는데, 이 건물을 이제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은 조금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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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봉전망대, 한강유역…김포시의 평화문화 자산들

 

전망대를 찾는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공간을 정비하고 편의시설을 더하는 건 좋다. 다만 전망대마다 경쟁적으로 더 크게, 더 화려하게, 더 높게 지으려는 행태는 본래 이 장소가 갖고 있었던 가치를 상쇄시켜 버리는 것 같아 착잡한 마음이 든다. 전망대에서 평화를 배우게 되는 경험은 그 공간이 얼마나 편리하고 웅장한가에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공개됐던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의 조감도에서는 거대한 전망타워가 있었는데, 여러 가지 협의와 타당성조사를 거치면서 백지화됐다고 한다. 이것은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인프라들은 주변의 풍경만 망칠 뿐 평화를 배우고 느끼는 과정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평화문화도시 김포시를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하겠다는 김포시의 각오가 들려온다.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외에도 청소년 교육을 위한 평화문화관을 조성하고, 우리나라 최북단 도보길 ‘평화누리길’의 첫 번째 코스인 ‘염하강 철책길’을 좀더 정비할 계획도 있다고 한다. 경기도 북부지역에서는 임진각으로 유명한 파주시가 안보관광의 선두주자로 명성을 쌓고 있지만, 김포시에는 한강하구라는 탁월한 평화문화자산이 있다. 김포시만의 특별한 비전을 현명하게 완성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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