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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은 진실을 호도하고, 사과는 진실을 분장한다

[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투 검열'

노혜경 시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6(Tue) 14:00:00 | 1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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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는 진실을 은폐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영상보고서 《밥·꽃·양》에 등장하는 소제목인데, 1998년에서 2000년에 이르는 울산 현대자동차 식당 노조원들의 투쟁을 다룬 이야기다. 영화는 1998년 파업의 핵심적 주체였던 ‘밥’하는 아줌마들이 소위 투쟁의 ‘꽃’이었다가 통째로 들려 나가고(희생 ‘양’), 회사가 경영이 정상화되면 복직시켜준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다시 투쟁에 나서는 사건을 따라간다. 각종 허위 약속과 법률적 장치를 등에 업은 정부와 사측과 심지어 노조 측의 기만, 여성이기에 당해야 하는 이중억압과 착취 등 우리 사회의 속사정이 고요하게 펼쳐진 영상보고서였다.

 

그런데 이 영화가 대중 앞에 등장한 것은 뜻밖에도 사전검열을 거부하며 상영을 철회한다는 선언 때문이었다. 2001년 울산인권영화제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규모는 작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투 검열과 흡사한 데가 있다. 이 상황을 나는 라넷을 흉내 내어 “예언은 진실을 호도하고 사과는 진실을 분장한다”라고 말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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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진보진영을 향한 #미투 폭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공작의 눈’이 꼬리를 활짝 펴는 바람에 마음이 몹시 피곤하다. 두고 보면 알겠지만, 진보진영 남성들을 향한 폭로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진보·보수 막론하고 그것이 우리나라 남성 일반의 그야말로 ‘진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장자연 사건 때처럼 죽음으로 폭로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는 세상이 진보했으므로. 이 정도는 공작이 아니라 참새 꼬리도 아닌 나도 예언할 수 있다.

 

그런데, 공작적 음모의 예언은, 불행하게도 앞으로 등장하는 #미투가 진보진영의 유력한 남성을 겨냥할 때 진영 내부의 여성들의 마음속엔 먹구름이 낄 것이다. 혹시? 이렇게 하여 예언은 진실을 호도하게 된다.

 

구체적 당사자가 있는 문제에서, 중재는 자칫 피해자와 가해자를 절충시키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문제를 봉합하는 결과를 낳고 만다. ‘서로 양보해서’가 중재의 핵심적 태도라 할 수 있는데, 이 태도는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가난한 사람의 돈을 100만원 뺏은 사람에게 50만원 돌려주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러면 서로 공평하게 50만원씩 손해 본 거 아니냐면서.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을 기정사실화하고 중재가 시작된다. 그러니, 피해자의 권력을 보강해 주지 않는 어떤 중재라도 진실로부터는 멀리 있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밥·꽃·양》 영화는 계속해서 중재가 당사자들의 진짜 문제를 은폐시킨다고 주장해 왔다.

 

그렇다면 중재 대신 무엇이 필요한가? 피해 당사자가 자기의 문제를 충분히 드러내게끔 경청하는 일이 먼저다. 왜 경청해야 하는가? 가해 당사자가 자기 문제를 충분히 인식해야만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때문이다. 중재는 가해 당사자를 중재자의 뒤에 숨게 하고, ‘이만하면 됐다’는 면죄부를 준다. 더구나 피해자가 중재에 합의한 적 없는 권위자의 중재는, 심하게는 또 다른 가해다.

 

이 메커니즘을 언론이 중재하는 유명 예술인들의 대언론 사과에서 본다. 사과란 용서를 위한 첫걸음이며, 용서는 당사자가 하는 것이지 대중 일반이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사과가 언론에 발표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두루뭉술하게 표현되며 대중 일반이 먼저 나서서 힘내세요를 외치며 중재자 역을 자임한다. 아, 이런, 얼마나 연극적 분장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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