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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산물 방사능 공포…다시 우리 식탁 점령할까

“朴 정부 때 근거 제시 못해 WTO 패소”…‘후쿠시마 수산물 2차전’ 돌입에도 국민적 우려

조유빈 기자 ㅣ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7(Wed) 11:02:34 | 1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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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사상 최악의 원전사고가 일어났던 일본 후쿠시마 지역의 수산물이 다시 우리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중재한 수입금지 분쟁에서 한국이 일본에 패소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판정에 불복하고 상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WTO의 상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힌 전례가 거의 없어 ‘방사능 수산물’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정부가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위험성을 제대로 WTO 측에 설명하지 않아 패소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자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생산된 수산물 50종과 인근 13개 현에서 난 농산물 26종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다. 2013년에는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전부 금지했다. 또 일본산 식품을 수입할 때 방사성 물질인 세슘 함유 여부를 검사하고, 미량 검출 시 기타 핵종 검사(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는 등 관리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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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패소하면 내년 말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이에 반발한 일본 정부는 “한국의 조치가 과잉 부당한 차별에 해당한다”며 2015년 5월 WTO에 제소했다. 2월22일 공개된 최종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WTO는 1심 판결에서 “한국이 2013년부터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일본 정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단을 환영한다”며 “이번 보고서를 계기로 WTO 협정에 합리적이지 않은 조치를 해 온 한국에 성실하고 신속한 시정을 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일본 원전 위험성이 지속되고 있고, 국민 먹거리 안전의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WTO 패널의 판정은 문제가 있다”며 상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일 양국은 패널 보고서 회람 후 60일 내에 상소할 수 있고, 상소 결과는 상소 제기 후 원칙적으로 3개월 이내에 도출해야 한다. 이행 기간은 최대 15개월까지 주어진다. 그러나 한국이 최종적으로 패소하게 되면 방사능 오염 가능성이 있는 후쿠시마 수산물의 한국 상륙을 막을 길은 없게 된다. WTO 의견이 법적 강제성은 없지만, 한국이 WTO 회원국이기에 이행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후쿠시마 주변 8개 현, 28개 수산물의 수입은 내년 말이나 내후년께 재개될 공산이 크다.

 

WTO가 일본의 손을 들어준 가장 큰 이유는 ‘과학적 증거 불충분’이었다. 일본 수산물의 방사능 위험성을 한국이 증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1년 수입 제한 조치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내린 긴급 대응 조치라 타당성이 인정되지만, 2013년 수산물 수입을 전면 제한하고 방사능 검사를 강화한 것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이유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한국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2014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일본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전문가위원회’를 꾸렸지만 2015년 2월 핵심 과정인 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 해저토(海底土)와 심층수 채취 조사를 포기했고, 5월에는 아예 조사를 중단했다. 정부는 그 뒤에도 일본산 수산물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방사능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증거 수집에 나서지 않았다. WTO는 보고서에 “한국 정부가 구성한 민간전문가위원회가 후쿠시마 수산물 방사능 위험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았으며, 그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WTO는 위험성 여부를 직접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한·일 양국이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판단한다. 당시 우리 정부는 “민간전문가위원회가 한국 정부를 대표하지 않으며, 법적으로 설립된 위원회도 아니고, 한국 정부는 그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015년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위원회의 현지 조사 과정에 필요한 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부담했다는 것, 현지 조사 과정에서 일본의 요구에 따라 심층수와 해저토에 대한 조사가 제외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때문에 방사능 관련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일본에 패소할 위험성이 수차례 제기됐다. 민변은 2015년 9월, 일본 수산물 방사능 위험 평가 결과에 대해 식약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분쟁 상대국의 증거로 활용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정부의 대응을 우려한 민변이 2016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역 잠정조치 이후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안전성 위험분석과 위험평가 문서’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보공개는 거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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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가입 일본 동의 위해 방사능 조사 중단”

 

정부는 지난 2015년 6월5일 “일본의 세계무역기구 제소라는 상황 변화에 따라 위원회 활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방사능 조사를 중단한 이유가 2015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여를 앞두고 일본과의 사전 교감을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한 TPP에 가입하기 위해 일본의 동의가 필요했고,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일본의 요구에 따라 수산물과 관련된 민간전문가위원회 활동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박근혜)정부는 방사능 위험성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당초 입장을 뒤집어 조사 내용과 정부의 대응 내용 등 일체를 비밀에 부쳐왔다”며 “한·일 위안부 합의와 WTO 분쟁 불성실 대응의 관련성, TPP 참여를 둘러싼 의혹 등을 그냥 지나쳐버릴 수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점은 2017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2014년 민간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하고 3차례에 걸쳐 일본 현지조사도 실시했는데 방사능 오염을 확인하기 위해 계획했던 심층수와 해저토의 시료 채취조차 못하고 돌아왔다”며 “2015년 일본의 WTO 제소 이후 민간전문가위원회 활동도 재가동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일본이 자국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실제로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수입규제를 유지하는 나라는 한국 말고도 23개국이 더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수산물을 수입할 때 방사능(세슘) 검사증명서를 요구하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러시아·레바논·홍콩·마카오·필리핀·인도네시아·아르헨티나 등 24개국이다. 한국과 중국·대만·미국 등 9개국은 지역을 특별히 정해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이 중 방사능 세슘이 미량이라도 검출될 때 스트론튬·플루토늄 등 기타 핵종에 대한 검사증명서를 추가로 요구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남 의원은 “우리나라의 특별조치는 다른 나라의 수입규제 조치에 비해 지나침이 없다”면서 “일본은 WTO 분쟁에서 기타 핵종 검사를 요구하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2월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과 대만, 러시아 등이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입제한 조치를 함에도 일본이 우리나라만 제소한 것은 한국 정부의 무능한 대응 능력을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1년부터 일본 식품 341건 방사능 검출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 식약처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WTO 분쟁해결 절차에 따른 상소를 제기할 계획”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제대로 된 근거를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최종 판정은 올해 하반기에 나오거나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 판결이 진행되는 동안 수입금지 조치는 계속 유지된다.

 

그러나 방사능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은 만큼 정부의 수입규제 조치에 대한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식약처가 밝힌 ‘방사능 국민인식도 조사’(한국소비자연맹 2017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4%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55.3%는 “수입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37.2%는 “규제를 매우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수입규제 강화 방법으로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일본산 식품 수입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가 45.5%, ‘적어도 특정 지역산물 또는 특정 품목(수산물 등)에 대해서는 당분간 무조건 금지해야 한다’가 39.6%로 조사됐다.

 

실제 식약처가 수산물을 포함한 일본산 수입 식품의 방사능을 검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8년 2월22일까지 총 341건의 식품에서 방사능이 검출됐다. 이 중 수산물은 136건에 이른다. 2013년부터 일본에서 수입된 식품 중 방사능이 검출된 것은 101건에 달했다. 이 같은 사례를 들어 시민단체들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반대를 천명하고, 정부가 소비자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소비자연맹 등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소속 전국 11개 소비자단체는 2월26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2013년 8월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음에도 여전히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이 완전 차단되지 않은 상태다. 후쿠시마 수산물의 전면적인 수입 재개는 국민 안전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후쿠시마 수산물의 위험성에 대한 구체적이고 과학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시민방사능감시센터는 “상소부터는 문재인 정부의 역할에 달려 있다. 국민의 식탁 안전을 위해 민관합동기구를 구성해 대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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