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왕’ 인천 프로축구단, “올 시즌은 6위 간다”
  • 인천=이영수 기자 (sisa3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3.01 16:05
  • 호수 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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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덕 인천Utd 사장, 서포터스 사퇴 요구에 “건전한 비판과 응원에 승리로 보답”

 

‘생존왕.’ 시민구단으로 지난 2003년 창단한 인천 유나이티드 FC(인천Utd) 프로축구단에 붙은 별명이다. 그동안 인천Utd는 프로축구 1부 리그와 2부 리그 사이의 담장을 위태롭게 걸어왔다. 그러나 단 한 번도 2부 리그로 추락한 적이 없는, 그야말로 생존의 몸부림을 치는 끈질긴 구단이기도 하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다. 또 다른 별명도 있다. 바로 ‘셀링 팀(selling team)’이다. 열악한 시민구단의 재정 상태 탓에 우수 선수를 비싸게 팔고, 그 이적료로 몸값이 싼 선수를 받아들인다. 트레이드하면서 남은 돈으로 구단을 꾸려간다. 인천Utd의 현실이다.

 

구단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우수한 선수들이 필요하다. 우수 선수 영입을 위해선 자금이 절대적이다. 그러나 시민구단의 재정은 열악하다. 결국 한 시즌에 특출한 선수가 출현하면 비싼 값에 타 구단에 트레이드하고 몸값 싼 선수를 영입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돼 왔다. 그러니 성적이 좋을 리 없다.

 

강인덕 인천Utd 사장은 “인천Utd는 인천시민의 꿈과 희망을 먹고 살고 있다”며 “과감한 투자를 통한 우수 선수 영입과 팀 사무국의 조직개편으로 올 시즌에는 반드시 중위권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 시즌을 위해 외국 선수를 비롯한 유능한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반면, 단 한 명의 선수도 트레이드하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팀 전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승리해야만 자본이 확대된다는 주장도 내놨다. 그렇지만 인천Utd에는 풀어야 할 또 다른 과제가 있다. 바로 재정 문제와 함께 서포터스와의 갈등이 그것이다.

 

강인덕 프로축구 인천구단 사장 © 이영수 제공

 

지난 시즌 어렵게 1부 리그에 잔류했다.

 

“인천Utd가 지난해 12개 팀 가운데 9위로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지난해 8월 사장으로 취임 할 당시 총 33게임 가운데 25게임을 치른 상태였다. 승점이 20점도 채 안 되는 데다 순위도 11위였다. 실질적으로 꼴찌였다. 그래도 선수나 감독을 교체할 생각은 없었다. 경영 정상화는 물론이고 이들과 함께 어떻게든 1부 리그에 잔류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사기가 중요했다. 그동안 밀린 승리수당 지급 등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부분을 개선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데 주력했다. 선수와 감독, 그리고 열렬히 응원해 준 300만 시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1부 리그에 잔류했는데도 유정복 인천시장(구단주)에게 사의를 표했지만, 반려된 것으로 알고 있다.

 

“축구를 야구에 비유해서 그렇지만, 구원투수로 인천Utd 사장으로 취임했다. 어려운 상태에서 잔류에 성공했기 때문에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했다. 더 훌륭한 인물이 사장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구단주께 사표를 제출했지만 반려됐다. 2018년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내달라는 부탁도 받았다. 취임 당시 승리만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릴 때와는 달리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올 시즌은 반드시 중위권에 안착하겠다. 6위가 목표다.”

 

 

1부 리그 잔류와는 별도로 일부 서포터스들은 사장과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서포터스들의 주장은 많은 부분에서 무리가 있다. 감독 사퇴는 성적이 극히 부진하거나 감독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에 취해지는 극단의 조치다. 그런데 지난 시즌 막바지에 극적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1부 리그에 잔류하지 않았는가. 이런 상황에서 계약 기간이 1년이나 남은 감독을 교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감독 사퇴를 거론하는 것조차 팀 사기를 떨어뜨리고 패배감을 안겨주는 것이다. 또 나에 대한 사퇴 요구 역시 무리가 있다. 청탁을 받거나 금품수수 또는 성적이 나빠 구원투수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사퇴 요구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일도 없고, 2부 리그로 강등되지도 않았는데 무작정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사장이 내부인보다 외부인과 의논해 선수기용을 지시하고 구단을 독단적으로 운영한다고 지적한다.

 

“인천Utd에는 우수한 선수들이 많다. 그런데 A급 선수가 지난 2016년 시즌에 30경기를 뛰었는데, 2017년에는 절반도 못 뛰었다. 또 억대 연봉의 선수 4명 가운데 1명만 정규리그를 소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부진한 선수들과 문제점을 짚고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화를 시도했다. 특히 외부인들로부터 프로축구 전반에 관한 조언을 들었지만 이들의 의견에 따라 선수기용을 지시하거나 구단을 운영한 적은 결코 없다. 사장은 구단 운영에 필요한 재정이나 선수 영입 등 총괄적인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 유아독존 식으로 어떻게 300만 시민이 조직한 구단을 운영하겠는가.”

 

 

그런데도 일부 서포터스들은 지속적으로 사장과 감독 사퇴를 요구하며 1인 시위까지도 벌이고 있다. 서포터스의 역할을 어디까지 보는 건가.

 

“서포터스의 주요 역할은 구단을 사랑하고 후원하며 응원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선수와 감독 등 지휘관과 집행부의 일까지 서포터스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것 아닌가. 구단 운영은 구단의 자율적 권한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서포터스가 구단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할 경우, 구단의 자율성은 사라지고 서포터스의 눈치를 살피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자율적이고 창조적인 게임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게다가 구단주인 시장한테까지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스포츠 정신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다. 인천Utd를 사랑하는 만큼 서포터스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 건전한 비판과 함께 응원해 달라. 반드시 승리로 보답하겠다.”

 

2017년 8월20일 인천에서 열린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이기형 인천 감독이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천Utd의 열악한 재정 문제는 늘 도마에 오른다.

 

“최근 몇 년간 인천Utd 사장에 직업 공무원이 파견 형식으로 근무해 왔다. 사업가적 마인드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다. 시와 주요 후원사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30여 년간 기업을 이끌어온 전문경영인이다. 기존 사장들과 달리 경영 마인드가 철저하다. 취임 당시부터 숨 가쁘게 움직인 결과, 지난해 125억원의 예산을 올해 155억원으로 증액시켰다. 다소 소원해진 메인 스폰서와도 관계개선에 나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하고 있다. 각종 경영수익사업을 통해 수익을 높여나갈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팀 승리가 필수적이다. 어느 기업이 패배만 거듭하는 팀을 후원하겠는가. 이기는 팀으로 거듭나는 것이 재정 문제 해결을 위한 선결과제다.”

 

 

승리를 위해 올 시즌 주목할 만한 선수를 꼽아 달라.

 

“올해 선수단은 지난해보다 5명 늘어난 47명으로 팀을 짰다. 이 가운데 중동과 태국에서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고슬기 선수가 눈에 띈다. 또 호주 A리그 출신 쿠비 선수와 최전방 공격수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출신의 무고사 선수가 합류하면서 팀의 사기는 충천해 있다. 이들과 함께 공개 테스트를 거쳐 선발된 선수와 우선 지명선수들, 그리고 기존 선수들이 뭉쳐 눈부신 활약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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