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 2일부터 예술의전당서
  •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8 14:01
  • 호수 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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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9일 개최…난해한 현대미술보다 소통하는 미술을 품다

 

현재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창작해 내는 미술은 이 시대의 언어다. 따라서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생산되는 미술은 분명 현대미술이다. 그런데 현대미술은 어렵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주요 원인은 ‘감상하는 미술에서 생각하는 미술’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술의 주된 관심사가 ‘무엇을 어떻게 그렸느냐’에서 ‘무슨 아이디어로 만들었느냐’로 옮겨간 것이다. 소위 ‘현대미술’이라는 이름이 붙는 전시회에는 일반인에게 익숙한 회화 작품이 드물다. 영상이나 설치 미술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들 작품은 상당수가 개념미술(작품의 결과물보다는 아이디어 자체에 가치를 두는 미술 경향)을 표현하는 수단인 경우가 많다.

 

개념미술의 동력은 새로운 아이디어다. 따라서 작가의 아이디어를 읽지 못하면 소통하기 어렵다. 이런 작품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진정으로 이해할까. 설명을 듣지 않고는 불가능할 정도다. 설명을 듣는다고 해도 미술 전문가나 같은 계열을 공부한 작가들 외에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가 된 셈이다. 그렇다 보니 이 시대를 구성하는 대중과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됐다.

 

© 시사저널 박정훈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현대미술

 

왜 이렇게 됐을까. 현대미술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는 스타 작가들은 더 이상 그리지 않는다. 아이디어만 짜낼 뿐이다. 기발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작가로 대접받는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미술에서 아이디어가 창작의 주요 동력으로 떠오른 것은 20세기 들어서부터다. 현실을 재현하거나 해석하는 것으로는 창작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미술에서 새로움을 최고 가치로 여겼던 작가들에게 신천지 같은 즐거움을 안겨줬다. 그래서 작가들은 독창적인 화풍을 만들려고 고민하기보다는 어떤 것이 미술이 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짜내는 데 몰두하게 됐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검수 과정을 거쳐 인정받아야만 미술이 됐다. 아이디어를 정당화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론이다. 그래서 미술 평론가의 역할이 막강하게 떠올랐다. 기발하고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그에 따른 사용설명서가 따라붙는다. 매뉴얼이다. 소비자는 광고나 언론의 보도를 통해 신제품을 알게 되고 구입한 후 매뉴얼에 따라 사용한다.

 

현대미술에서 이론도 같은 기능을 담당한다. 일종의 ‘현대미술 사용설명서’인 셈이다. 따라서 매뉴얼을 모르면 작품에 다가가기 어렵다. 그래서 현대미술이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이론 자체가 너무나 난해하고 모호하니까.

 

‘2018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은 미술이 생활 속에 실재하며, 이 시대의 주인인 대중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한 전시다. 자신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창작에 몰두하는 작가들의 생생한 제작 현장과 그 결과물인 작품으로 여러분과 얘기하려는 기획이다. 소수에 의해 향유되고 미술관 안에서 죽어가는 미술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미술을 찾아내려는 노력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12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현재 한국 현대미술 속에서 생성돼 확장되고 있는 다양한 흐름을 반영하는 작가들을 발굴했다. 첫 번째 경향은 다양한 실험으로 재료의 폭을 넓히고 그에 맞는 방법을 찾아내려는 작가들이다. 추상화로 분류되는 흐름이다. 그런데 이번에 선정된 작가들은 추상의 본령인 재료 실험과 방법론을 추구하면서도 그 속에 이야기를 담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경아는 편백나무 톱밥을 이용한 물질성을 바탕으로 색채의 힘을 보여주는데, 자연 생태의 이야기를 표현한다. 최유미는 개인사적 에피소드에서 삶의 여정을 주제로 삼는다. 김영운 역시 자신의 경험이 쌓여 인간의 역사가 되는 이야기를 전통회화 재료의 장식성으로 담아낸다.

 

두 번째는 풍경을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는 작가들이다. 순수 회화의 감칠맛을 보여주는 이영수는 풍경에서 발견한 찰나적 미감으로 삶의 유한함과 자연의 무상함을 대비한다. 탐미적 요소가 돋보이는 회화로 특히 아트페어에서 인기가 높다. 정성윤과 윤인자는 풍경에서 뽑아낸 감정 상태를 재료의 물질감으로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양한 미술 흐름 보여주는 12명 작가 발굴

 

세 번째는 회화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작가들이다. 김영구는 서양 회화의 본질 중 하나인 일루저니즘을 화두로 한 회화다. 착시 효과를 이용해 회화의 환상성을 보여준다. 서정의 힘을 보여주는 박정은 색채와 붓질의 과감한 운용으로 회화의 순수한 본질을 부각한다. 특히 이 작가는 구필화가의 작업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세련된 회화로 화제가 되고 있다. 팝아트적 감각으로 이 시대의 트렌드를 소재로 삼는 최인혁은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를 결합해 회화의 범주를 넓히고 있다. 젊은 세대의 엉뚱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업으로 주목받는 작가다.

 

네 번째는 사회 속 개인의 정체성을 젊은이다운 감성으로 풀어내는 작가들이다. 구조화된 사회적 힘 앞에서 나약한 개인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는 김지훈과 일상의 평범한 에피소드에서 예술의 의미를 찾아가는 오수지가 여기에 속한다.

 

끝으로 전통 회화의 현대화를 새로운 문인화 작업으로 보여주는 최형주의 회화가 새롭게 등장한 흐름인데, 한국 미술의 올바른 주소 찾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2018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은 3월2일부터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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