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이 ‘흑자 올림픽’?…계산은 지금부터다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8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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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경기장 시설 활용 방안이 최대 관건

2월25일 폐막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당초 우려와 달리 '흑자 올림픽'으로 막을 내렸다. 대회 운영과 흥행 면에서 대체적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평창 올림픽이 예산 운영 측면에서도 '성공'한 올림픽으로 기록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2016 리우 올림픽 등 최근 올림픽은 적자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보고한 4차 재정계획에 따르면, 이번 올림픽의 예상 수입은 약 2조5000억원으로 약 30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예상됐다. 올림픽을 앞두고 터진 국정농단 사태와 한반도 안보 이슈 등 악재가 겹치며 대회 흥행에도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스키점프 경기가 열릴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연습 비행을 하는 선수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다행히 상황은 호전됐다. 2월26일 조직위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에 투입된 예산은 약 14조2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경기장 건설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한 인프라 비용을 제외하고 순수 운영에 쓰인 예상 비용은 약 2조8000억원인 셈이다. 아직 결산 과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정확한 손익계산에는 시간이 걸릴 예정이지만,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올림픽이 끝난 뒤 정확히 파악할 수 있지만 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평창 올림픽이 당초 예상을 뒤엎고 흑자 올림픽으로 설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1) 예상 외 흥행

 

뭐니 뭐니해도 흑자 올림픽의 일등공신은 '경기 흥행'이었다. 평창 올림픽은 당초 입장권 판매목표 106만8630장을 초과한 107만8670장을 판매하며 총 1574억원의 판매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경기 예매율은 3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을 보였다. 

저조했던 입장권 판매율은 올림픽 중반을 향해 가면서 반전됐다. 특히 설 연휴와 맞물리며 판매율은 급증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올림픽 마지막날인 2월25일 오후 2시 기준 판매된 입장권은 107만8562장이었다. 목표치였던 106만8630장 대비 100.9%다. 국내에서만 86만6284장(80.3%), 해외에서 21만2278장(19.7%)이 팔렸다. 12개 경기장과 평창 올림픽플라자, 강릉올림픽파크를 찾은 누적 관람객은 140만명을 넘었다.

 

이 수치는 이전 동계올림픽과 비교해도 좋은 흥행 성적이다. 전체 110만장 가운데 81%가 팔린 2006년 토리노 대회를 넘어섰고, 110만장 중 90%를 판매한 2014년 소치 대회도 추월했다.

 

 

2) 기업 후원

 

기업·공공기관의 적극적 후원도 한 몫했다. 후원 금액도 목표 9400억원 대비 118.3%에 달하는 1조1123억원으로 집계됐다. 국정농단으로 기업들의 스포츠계 지원이 위축된 것을 고려할 때 예상 밖의 성과로 꼽힌다. 

 

 

3) IOC 지원금 증가와 검소한 운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지원금도 예상액보다 증가했다. IOC는 지난해 12월 평창 올림픽에 대한 지원금을 4억 달러로 책정했으나, 조직위와의 지속적인 협상 끝에 700만 달러를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2억 달러였던 글로벌 올림픽 파트너 기업 후원금도 2억2300만 달러로 확대됐다.

 

수입 확대와 더불어 비용절감을 위한 조직위 자체적 노력도 계속됐다. 조직위는 IOC와의 협상을 통해 당초 조직위가 부담하기로 한 컨설턴트 및 IOC 행사비용 106억원을 IOC가 직접 부담하도록 했으며, 이벤트서비스도 아웃소싱하는 대신 조직위가 직접 수행해 약 2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또한 1억원 이상의 지출사업은 내부 심사를 통해 집행하도록 하고 경쟁입찰을 장려하는 등 푼돈도 새어나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폐막을 하루 앞둔 2월24일 강원도 강릉선수촌 올림픽플라자 기념품 판매점에서 한 외국인 선수가 수호랑 인형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4) 관련상품 매출 증가

 

아직 세부 결산이 완료되진 않았지만 향후 집계될 관련 상품과 부대시설 매출 역시 흑자 여부를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평창 올림픽은 올림픽 관련 상품인 '공식 굿즈'의 매출이 효자노릇을 했다. 특히 평창 올림픽 공식 마스코트 ‘수호랑’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올림픽 관련 상품 매출은 크게 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올림픽이 끝난 지금도 수호랑 인형이나 핀·뱃지 등을 구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기존 판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올림픽 관련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이 밖에도 기념주화(38만3000장), 기념지폐(230만 장)도 발행 전량이 완판되는 등 기념화폐 수익으로도 총 141억원을 벌어들였다. 조직위는 17일간 올림픽 관련 상품 매출이 총 3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5) 향후 인프라 활용 방안​ 

 

하지만 역시 평창 올림픽이 진정한, 그리고 완전한 흑자 올림픽으로 기록되기 위해선 '올림픽 레거시'의 향후 활용 방안이 최대 관건이다. 경기를 위해 세운 13개 경기장의 사후 활용 문제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동계스포츠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국내 현실에서는 경기장 사후 활용에 대한 논란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이미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 대립이 첨예하다. 경기장 활용도를 다각화하기 위해 정부가 맡아서 해야한다는 입장과 올림픽을 연 강원도가 짊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해 왔다. 

 

현재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 강릉 하키센터, 정선 알파인 경기장 등 세 곳은 사후활용 방안이 뚜렷하게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1300억원을 들여 건설했다. 당초 국가대표 훈련장과 월드컵 개최 등을 검토했으나 연간 운영비 30억원 수준을 강원도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며 보류 상태다. 1100억원을 쏟은 하키센터는 아이스하키 팀을 운영하는 대명에서 관리하기로 2016년 협약까지 맺었다가 무효화됐다. 알파인 경기장도 마찬가지다. 무려 2034억원을 투입한 이 경기장은 산림청 중앙산지위원회 심의에서 “강원도가 마련한 사후 활용 계획을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해 최종 결정이 미뤄진 상태다. 

 

최문순 강원 도지사는 이번 대회에서 남북 스포츠 교류 등이 이뤄진 것을 고려해 올림픽 시설을 해체하기보다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강원도는 빙상 시설에 대해 국비 지원 75%를 요청했으나 정부는 분명하게 반대 의사를 보이고 있다. 시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이유 때문이다.

 

정부는 IOC와 외신의 호평을 받은 경기장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하는 분위기지만, 접근성 등의 문제로 뚜렷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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