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사 사퇴한 이해진…“영향력은 그대로” 분석도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2.2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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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총수 지정 피하려는 것 아닌가” 의심…네이버 “글로벌 직무 전념하기 위한 것”

이해진 네이버 총수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월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사내이사 직함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 공정위로부터 회사의 총수로 지정된 지 약 6개월 만이다. 뿐만 아니라 1999년 네이버를 창업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본인의 영향력까지 내려놓을지는 알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이 GIO는 네이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져왔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해 9월 이 GIO를 네이버 총수로 지목한 배경이 됐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는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사람을 뜻한다. 또는 의결가능 주식 지분율이 30% 이상인 주주 가운데 지정된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 투자책임자(왼쪽)가 지난해 10월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감사 증언대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해진 GIO, 창업 이래 최초로 이사직 사퇴

 

이 GIO는 최대 개인주주지만 지분율은 총수 지정조건에 못 미친다. 총수 지정을 앞둔 지난해 8월 말 지분율은 4.31%였다. 따라서 지배력 행사 여부에 초점이 모아졌다. 당시 공정위는 "(이 GIO가)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사외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총수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 GIO가 이사회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오는 9월 다시 이뤄질 총수 지정을 피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이에 네이버 측은 "이번 사내이사직 사퇴 결정과 총수 지정 문제는 관련이 없다"면서 "이사회 의장직을 사퇴할 때(지난해 3월)부터 이미 고려했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향력 행사할 것이란 분석 있어 

 

그렇다면 이번 결정으로 네이버에 대한 이해진 GIO의 입김도 작아지게 될까. 이 물음에는 아직 단정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등기이사 사퇴=경영권 포기'란 등식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재벌 총수들의 이사직 사임이 '막후 경영'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경률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전자 이사직에서 사퇴했을 때도 여전히 지배력을 행사했다"며 "꼭 등기이사가 아니더라도 명의상 '이사'로서 실질적으로 이사직을 수행하는 걸 법적으로 막을 순 없다"고 했다. 

 

기업지배구조를 연구하는 한 민간연구소의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 메커니즘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이상, 이사회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서 경영에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네이버 측은 이 GIO의 이사직 사퇴 결정에 대해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글로벌 시장 상황에서 GIO로서의 직무에 더욱 전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GIO는 최근 유럽과 일본 등을 오고가며 인공지능(AI) 관련 투자대상 기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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