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평창 이후 불확실성 더 커진다
  • 송준영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8.02.26 11:18
  • 호수 1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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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리스크·美 보호무역·주요국 긴축 확대 등 변수 많아…“미국 FOMC 열리는 3월까지 변동성 확대”

 

평창동계올림픽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내 증권시장에 ‘불확실성’이라는 그림자가 덮쳐오고 있다. 미국은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게 세우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은 다시금 고조되는 모습이다. 물가 상승과 시장금리 급등, 주요국의 긴축 확대 가능성도 ‘투심’을 불안케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축제 기간에 가려졌던 부정적 재료들이 이제는 더욱 선명하게 투자자 시야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는 당분간 변동성 장세를 피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 국면은 최대 3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증시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심리 위축의 원인 중 하나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이 우선 해소돼야 하는데 제롬 파월 신임 연준 의장이 처음으로 주재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3월 중순 열린다”고 말했다.

 

© 일러스트 정찬동


 

급브레이크 밟은 국내 증시…“평창 이후 주목”

 

가파르게 상승하던 국내 증시가 멈춰선 것은 2월 들어서다. 코스피는 지난 1월29일만 하더라도 장중 2607.1포인트로 사상 최고치 기록을 다시 썼다. 하지만 2월9일에는 장중 2346.73까지 하락했다. 지수가 10% 가까이 빠지는 데는 채 10거래일이 걸리지 않았다. 이후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국내 증시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지만, 1월 보인 상승 흐름을 되찾기엔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지수도 상황은 비슷했다. 국내 증시 조정에는 미국 증시가 급락한 영향이 컸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1월5일(이하 현지 시각)에만 4.6%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었다. 지수는 올해 1월26일 2만6616.71에서 2월9일 2만3360.26으로 내려앉았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과 긴축 가능성이 높아진 점이 투자자들의 투심을 얼어붙게 한 주요 원인이었다.

 

문제는 2월초 보인 낙폭과 변동성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증시는 호재보다는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지수 상승폭이 컸던 데 따른 부담이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악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앞으로 국내 증시에 불어닥칠 부정적 재료가 만만치 않다. 한반도 리스크도 재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미국의 통상 압력 강화 역시 현실화되고 있는 까닭이다. 세계 주요국의 긴축정책 확대, 물가 상승, 시장금리 급등 등도 국내 증시의 불확실성을 높일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우선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잠잠해진 한반도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남북대화가 이뤄지는 국면에서도 미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강경한 시각이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월21일 미국 백악관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북한 대표단의 회동 약속이 막판에 취소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북한이 원하면 만나서 미국의 단호한 메시지를 전하겠다는 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대화 기회를 해빙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게 아니라 더 직접적인 압박을 위한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올림픽 이후 미뤘던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재개하게 되면 한반도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동시에 미국 내에선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제한적 대북 선제타격(코피 전략) 목소리도 커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부각되면 국내 증시는 변동성 확대를 피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지난해 7월말과 8월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큰 폭으로 떨어진 경험이 있다. 여기에 미국발 보호무역 파고도 국내 증시에 불안 요소로 부상 중이다. 평창올림픽이 한창이던 지난 2월17일 미국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철강재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무역확장법은 미국 안보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수입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직권으로 이를 제한할 수 있는 법이다.

 

미국의 이 같은 행보는 철강재뿐만 아니라 태양광·가전·반도체·자동차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국은 1월22일 외국산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반도체는 미국 기업 제소로 다수 건의 특허 침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분야 역시 미국 정부의 타깃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2차 개정협상에서 미국 측은 자동차 분야를 불공정 무역 사례로 집중 공격하고 있다.

 

 

금리 급등·긴축 확대 가능성 등도 불안 요인

 

물가 상승과 시장금리 급등 가능성도 증시 불확실성을 키울 요인으로 꼽힌다. 2월초에 나온 글로벌 증시 급락 원인처럼 물가 상승과 시장금리 급등이 다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지난해와 달리 올 들어 경기 회복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오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물가는 경제 회복 움직임에도 크게 상승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이 탓에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이를 100% 신뢰하는 상황이 나오지 않았다”며 “그러다가 2월초 기대 인플레이션(BEI)이 2%를 터치하고 실제 물가도 상승하면서 시장 심리가 급격하게 쏠리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시장금리가 급등할 경우 통화당국이 긴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시중에 풀린 자금을 거둬들이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신호는 증시에 변동성을 높이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추이에 증권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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