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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역법은 무엇일까…정치·종교 의미 담긴 달력의 세계

[설 특집] 음력의 모든 것

유지만 기자 ㅣ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7(Sat) 14:00:00 | 1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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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만드는 방법인 역법은 고대 문명에서 최첨단 과학으로 분류됐다. 천체의 운행을 관찰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천문학과 수학 기술의 정수로 평가받았다. 또 정밀한 역법은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인간은 역법을 통해 정밀하게 자연의 변화를 예측했고, 이를 산업에 적용해 발전시켰다. 농업에서는 역법에 대응해 1년의 기후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했고, 어업에서는 월령과 조수간만의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했다. 기술력이 부족해 제대로 된 역법을 가지지 못한 문명은 생산성이 뒤떨어지고, 이는 곧 다른 문명과의 경쟁에서 패배를 불러오게 되며, 심하면 문명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다.

 

정치적 의미도 상당하다. 역법을 만드는 것 자체가 고대에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국가가 나서야 할 수 있는 작업이었으며, 전근대 사회에서 국가가 개인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으로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천체의 이상 움직임으로 분류되는 일식과 월식 등을 역법을 통해 미리 예측해 선포하면서 사람들의 혼란을 줄이고, 종교적으로는 하늘의 뜻을 미리 헤아린다는 의미를 지니기도 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중화사상과 천자(하늘의 아들) 의식을 연결해 역법을 제정하고 이를 반포하는 것이 곧 왕조의 정통성을 증명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최초의 역법은 태음력

 

역법의 종류는 크게 태양의 움직임을 기록한 태양력과 달의 움직임을 관찰한 태음력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세부적인 계산 방법에 따라 여러 달력으로 나뉜다. 인류가 먼저 손을 댄 역법은 태음력이었다. 바빌로니아력·이집트력·유대력·그리스력 등 최초의 역법은 태음력이었다. 달의 순환을 관찰하는 것이 태양의 운행을 관찰하는 것보다 더 쉬웠기 때문이다.

 

이집트인들은 달의 순환과 계절의 순환을 동시에 고려하는 태음태양력을 가장 먼저 생각해 냈다. 그들은 한 달을 30일로, 한 해를 열두 달로 정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한 해가 360일밖에 되지 않으므로, 매년 열두 번째 달에 5일을 더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유대력 역시 원래는 태음력이었지만, 나중에는 태양의 운행과 조화를 이루는 태음태양력으로 바꿨다. 유대인들의 전설에 따르면, 솔로몬 왕은 열두 명의 장군을 지명해 저마다 한 달을 관리하게 했다. 한 해는 ‘보리가 익는 달’로 시작됐다. 한 달은 29일이나 30일이고, 한 해는 열두 달이었으므로, 3년이 지나면 사계절을 한 해로 삼는 주기에 비해 한 달이 모자랐다. 그들은 왕의 명령에 따라 한 달을 겹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했다.

 

마야력에서는 20일씩 18개월에다 5일을 더해 한 해로 삼았다. 이 5일은 액운이 드는 날로 여겼다. 마야인들은 어마어마한 지진으로 세계가 파괴되는 날짜를 달력에 표시했다. 예전에 지진이 일어났던 날들을 기준으로 그 날짜를 산정한 것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달이 태양과 일직선상에 위치하면서 달이 보이지 않는 날(합삭·合朔)을 초하루로 삼아 다음 합삭 직전까지 날짜를 세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렇게 계산하면 15일을 전후해 보름달이 뜨는 날이 된다.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삭망월)인 29.53059일(평균)을 기본으로 삼아, 29일을 한 달로 하는 작은달과 30일을 한 달로 하는 큰달을 번갈아 끼워 넣으며 12개월 354일을 한 해로 설정했다. 한국에서 쓰는 음력은 태음력이 아닌 태음태양력이다.

 

현시점까지 순수한 태음력을 사용하는 문화권은 이슬람 문화권이다. 이슬람교에서는 처음부터 윤달을 금지했다. 원래 아랍인들은 태음력을 사용해 왔는데 이슬람교가 생겨나기 2세기 전부터 유대인들이 타 민족과의 거래 편의를 위해 태음태양력을 들여와 윤달을 추가했다. 그러나 유대인이 이슬람교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자 예언자 무함마드의 명령으로 윤달을 완전히 금지했다.

 

 

유럽과 전 세계를 휩쓴 태양력

 

태양력의 대표주자는 그레고리력이다.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반포한 달력이다. 이때까지 서구 문명은 율리우스력을 사용했다. 양력의 원조로 볼 수 있는 율리우스력은 당시 흐트러진 역법 체계를 바로잡고자 한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작품이다. 새로운 역법의 도입은 당시 선진문명의 중심이었던 알렉산드리아를 로마 제국에 편입하면서 가능했다. 로마 카이사르가 집정관이 되는 708년(서력 기원전 46년) 1월1일을 기해 실시됐으며, 그레고리력 선포와는 상관없이 이를 아직도 사용하는 문화권이 있으므로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율리우스력에는 오차가 존재했다. 율리우스력상 1년은 365일 6시간인데, 실제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태양회귀년은 365일 5시간 48분 46초다.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달력상의 1년이 실제 1년보다 길 경우 계절보다 달력이 늦어지게 된다. 당시 그리스도교계 지식인들은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교황 그레고리오 13세는 율리우스력의 기본 구조를 그대로 두되 오차를 수정한 그레고리력을 발표했다. 교황의 주도로 제정된 역법인 데다 가톨릭과 개신교가 대립하던 시대상과는 달리 실용적인 목적이 우선시되면서 서유럽 대부분은 16세기를 마감하기 전 비교적 신속하게 그레고리력을 받아들였으며, 바다 건너 스코틀랜드도 1600년에 그레고리력을 도입한다. 대륙과는 정서적인 거리를 두기 마련인 잉글랜드는 1752년 그레고리력을 도입하면서 9월3일부터 13일까지 11일을 삭제한다. 한국은 1896년 이를 도입했으며, 일본은 이보다 빠른 1872년에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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