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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 석방 상관없이 삼성전자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이재용 부회장 2심서 풀려났지만 실적 변수 안 돼…새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 TF에 재계 이목 집중

고재석·엄민우 시사저널e. 기자 ㅣ jayko@sisajournal-e.com | 승인 2018.02.14(Wed) 14:01:00 | 1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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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JY)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 353일 만에 서울구치소에서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2월5일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당초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12년을 구형했었다. 그의 구속이 뜨거운 감자였다면, 그의 석방은 손이 데일 정도로 뜨거운 감자가 돼 우리 사회 앞에 놓였다. 노종화 변호사(경제개혁연대)는 선고 이튿날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의 논거를 뒤집으면서도 승계 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승계 작업의 부존재 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위한 문형표·홍완선의 직권남용은 상식적인 설명조차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이 부회장은 일단 정중동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아예 무죄로 석방된 것이 아니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라며 “곧바로 대외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이 어떤 방식으로건 경영현안에 관여할 가능성은 높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이 부회장이 곧바로 경영에 깊게 뛰어들고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이사회를 통한 경영을 강화하고 투명경영을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위상을 대폭 강화하는 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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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 부재 불구, 삼성전자 최대 투자·최고 실적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와중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한때 상승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주가는 이튿날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가는 실적에 따라 움직인다. 이 부회장의 복귀 여부와 삼성전자 실적의 상관관계가 그만큼 약하다는 걸 시장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황금기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나 디스플레이는 ‘이재용 시대’에 열매를 맺은 사업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과 이 부회장이 자리에 없었던 지난해 최고의 황금기를 보냈다. 연간 매출액은 240조원에 육박했고, 영업이익은 53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덕분에 영업이익률은 역대 최고 수준인 23%에 달했다.

 

동력은 누가 뭐래도 반도체 초호황에서 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에서 75%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반도체사업(DS)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겼다. 한 증권사 임원은 지난해 실적과 관련해 “현재 삼성전자를 이끄는 D램이나 낸드플래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이 부회장 덕에 열매를 맺은 건 아니지 않나. (이 부회장 부재가 실적에) 별다른 변수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시각은 이 부회장이 석방된 상황에서도 유효하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더라도 부품사업 실적은 시장 관측대로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증권가에서는 이 부회장 석방 여부가 불투명했던 새해 초부터 올해 삼성전자가 최고 실적을 재차 경신하리라는 보고서를 쏟아내왔다. 복수의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으로 60조~63조원을 내다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그간 ‘선제적 투자를 위해 총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되풀이해 왔다. 새 먹거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런 논리를 삼성전자의 경우에 대입해 보면 절반만 맞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규모인 43조4000억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한 건 이 부회장이 부재했던 지난해다. 사업별로는 반도체에 27조3000억원, 디스플레이에 13조5000억원이 쓰였다. 두 사업 공히 삼성전자가 이미 세계 1위인 분야다. 즉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늘어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선제 투자에 나섰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모바일과 서버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수요조차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라고 전했다. 그간 삼성전자 투자의 초점도 부품시장 수요에 맞춰져 있었다. 2월7일 삼성전자가 평택 반도체 제2공장을 짓기로 했다는 소식은 JY 석방과 무관해 보이지만, 그의 향후 행보를 예고하는 시그널이 될 수도 있다. ‘반도체 초호황’ 종료 시점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몇 년간 수요가 더 이어질 거라고 판단해 왔다.

 

실제 삼성전자는 1월31일 지난해 실적을 공개하면서 “늘어나는 V낸드 수요에 맞춰 평택 반도체 라인을 증설했고, 파운드리 10나노 공정 생산능력(CAPA·캐파) 확대에 투자했다”면서 “또 플렉시블 OLED 패널 고객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한 OLED 캐파 확대에 적극 투자해 지난해 전체 투자 규모는 2016년 대비 대폭 증가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올해 투자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투자금액이 워낙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에 향후 사업별 투자 역시 정무적 판단에 의지하기보다는 시장에 맞춰 진행될 거라는 관측에 무게감이 실린다.

 

 

당장 경영 복귀 어렵지만 M&A 역할론 대두

 

다만 삼성전자가 대규모 M&A(인수·합병)를 위해 선제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이 부회장의 역할론에 무게를 싣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 구속기간 동안 사실상 멈춰 있었던 M&A 행보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결정권이 행사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관련 업무의 실무를 맡을 새 컨트롤타워인 사업지원TF로도 눈과 귀가 쏠린다. TF를 정비한 후 이른 시일 안에 2017년 하만(Harman) 인수와 같은 대형거래에 뛰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간 삼성전자는 반도체 호황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뒀지만, 신사업 부문에 대한 M&A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과거 총수 구속 사태를 경험한 한 재계 관계자는 “옥중에서도 인수·합병과 관련한 주요 결정이 나올 수 있지만 아무래도 밖에 있을 때보다 산업 트렌드를 읽거나 절대적 결정권을 행사할 때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이 부회장이 나오면서 투자 등과 관련해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역시 총수 부재 상황을 겪은 바 있는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결정권자가 있으면 아래서도 기대감 때문에 더 적극적인 M&A 안을 올리게 된다”면서도 “(다만) 실적과는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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