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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창립자의 사망 바라보는 스웨덴 시민들의 싸늘한 시선

이케아 창립자 캄프라드의 나치 전력 드러나

이석원 스웨덴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11(Sun) 16:01:00 | 1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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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경제의 거목이 쓰러졌다.”

“세계 가구산업의 위대한 개척자가 영면에 들다.”

“스웨덴 기업의 상징적 존재가 세상을 떠났다.”

 

제목만으로도 어떤 기사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월27일 91세의 나이로 별세한 이케아(IKEA) 창립자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의 사망을 전하는 뉴스들의 헤드라인일 것이다. 그러나 아니다.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 다겐스 뉘히에테르 등 스웨덴의 대표적 일간지나 SVT, TV4 등 주요 방송사 뉴스에도 이런 식의 제목이 달린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잉바르 캄프라드 사망’ 또는 ‘이케아 창립자 별세’ 정도의 제목이 있을 뿐이다. 기사의 양도 오히려 스웨덴보다 한국이 훨씬 많은 것으로 보인다.

 

SVT가 ‘세계에 가구를 비치하고 싶었던 남자(Mannen som ville möblera världen)’라는 제목의 추모 다큐멘터리를 제작·방송했다. 하지만 요란하지 않았다. 심지어 SVT는 오히려 ‘캄프라드, 2개의 스캔들(Kamprad, två skandaler)’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먼저 내보냈다. 캄프라드의 사망 소식을 전한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방영을 예고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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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와 나치 전력이 낳은 무관심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가 “스웨덴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업가가 사망했다. 이는 슬픈 일이고, 스웨덴은 그를 추모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스웨덴 왕위 계승자인 빅토리아 공주도 “이케아를 통해 스웨덴을 부유하게 만든 캄프라드의 죽음을 슬퍼한다”고 언급했다. 보수당과 중앙당 등 친(親)기업 성향의 보수정당들도 추모 메시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정치권이나 언론의 분위기와는 달리 스웨덴 일반 시민들은 캄프라드의 죽음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캄프라드가 사망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허다했다. 또 신문이나 방송에서 뉴스를 보기는 했지만 캄프라드가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그들 중 이케아를 모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의 스캔들 탓일까.

 

캄프라드와 관련한 2개의 대표적인 스캔들은 ‘나치 전력’과 ‘탈세’다. 캄프라드는 이케아가 설립되던 시기인 1943년 스웨덴의 대표적 나치스트였던 페르 엥달(Per Engdahl)이 주도한 ‘새로운 스웨덴 운동(Nysvenska Rörelsen)’에 16세의 나이로 가입했다. 그는 나치 운동의 자금을 모으고 나치당원을 모집하는 일에 앞장섰다. 1994년 그 같은 사실이 공개된 후 캄프라드는 이 사실을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한 인터뷰에서 “엥달은 위대한 사람이었다”고 말해 사과가 억지였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캄프라드는 1973년 이케아 본사를 네덜란드 델프트로 옮겼다. 스웨덴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위해 부담하는 사회보장세를 내지 않기 위해서였다. 또 1990년대 초반 유럽의 대표적 조세피난처인 리히텐슈타인에 ‘인터로고’라는 재단을 세우고 무려 17억~22억 유로(2조2000억~2조7700억원)를 탈세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받기도 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스웨덴 최고의 부자, 스웨덴의 자존심과 같은 이케아 창업자인 캄프라드의 죽음은 일부 부정적 평가와 함께 시민들의 대체적인 무관심 속에 놓였다.

 

직장인인 다니엘 쇠레브란트는 “사업가로서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면서도 나치 전력에 대해서조차 “스웨덴 사람으로선 안타깝고 놀랍기는 한데 개인적으로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캄프라드의 고향인 스몰란드 출신의 대기업 직원 페르 요한손은 “그는 대단한 장사꾼이지만 존경받을 만한 사람은 아니다. 그의 죽음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스웨덴 해군의 미카엘 욘손 대령은 “비록 그의 나치 전력이 공개돼 좋은 이미지를 가리긴 했지만 그가 창조한 이케아가 스웨덴 사람들의 삶을 다른 방식으로 바꿔준 것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나치 전력에 대해서도 “당시 그의 나이가 워낙 어렸고 스웨덴은 독일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던 것이라고 이해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캄프라드는 이상한 사업가”

 

미카엘 에크는 “나는 잉바르 캄프라드에 대해 잘 모른다”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직접 나사를 조이고 조립하는 가구를 통해 스웨덴 사람들에게 일종의 성취감을 줄 수 있는 판매를 한 것은 칭찬받을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나치 전력에 대해선 “당시 시대적 상황이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건 합리화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비판했다.

 

스웨덴 현대경제포럼의 리카르드 엔리크 박사는 “캄프라드나 이케아는 결코 건전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그는 “캄프라드는 저가의 이케아 판매전략을 위해 종사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지불할 뿐 아니라 임금을 적게 주는 하청업체를 선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캄프라드는 세계 8위의 거부지만 그에 비해 기부나 자선에 인색하고 이익을 남겨 회사에 쌓아두는 것에 열중한 ‘이상한 사업가’”라고 평가절하했다.

 

잉바르 캄프라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월28일 세계 최대 규모라는 스톡홀름 쿵엔스 쿠르바(Kungens Kurva)의 이케아 매장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직원들은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저 자신의 일에 충실했다. 1층 에스컬레이터 앞에 캄프라드의 작은 사진 한 장과 추모 메시지를 적는 노트, 그리고 꽃 몇 송이가 담긴 바구니가 있을 뿐 그 어디에도 그를 추모하는 문구 하나 없었다. 그나마 그것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만큼 소박하게.

 

꽃 한 송이를 올리고 노트에 “당신을 기억한다”는 짧은 추모 메시지를 남긴 고객 안나 페르손은 “그는 스웨덴을 상징하는 사람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았다. 나치에 동조한 것도, 세금을 안 내기 위해 회사를 옮긴 것도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케아는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 캄프라드와 이케아는 동일한 존재가 아니다”고 냉정한 한마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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