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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국 고속도로 조형물 20곳 중 17곳을 S사가 독점

한국도로공사 자체 실태조사 보고서 입수…직원 개입 여부 확인조차 안 해 ‘부실 감사’ 논란도

이석 기자 ㅣ ls@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8(Thu) 16:00:00 | 14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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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 ‘한국도로공사판’ 최순실 게이트를 조사해 주십시오.” 최근 기자에게 온 한 통의 이메일 제보 내용이다. 이 제보자는 “지난 2년간 고속도로 준공 시 설치하는 기념 조형물을 한 여성 사업가가 사실상 독식했다”며 “사업을 발주한 도로공사의 고위 인사가 개입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행법상 5억원 이상 공사는 공개입찰을 거쳐야 한다. 도로공사는 이 입찰을 피하기 위해 모든 조형물을 5억원 이하로 설계 변경한 의혹이 있다”며 “도로공사에도 이 문제를 제보했지만 내부 직원이 개입한 의혹은 조사조차 하지 않고 감사를 덮어버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도로공사는 2015년부터 2년간 전국에 20개 고속도로를 새로 건설했다. 이 중 17곳의 준공 기념 조형물을 문제의 여성 사업가가 대표로 있는 S사가 시공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공사 측은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어서 사업을 딴 것이지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S사 역시 도로공사의 자체 감사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전까지 S사를 포함해 관련 업체들이 돌아가며 조형물을 시공했다는 점에서 의혹의 시선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검찰도 현재 S사가 고속도로 준공 조형물을 독식하는 과정에 도로공사 내부 관계자들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주목되는 사실은 도로공사 역시 2017년 1월18일부터 4월28일까지 고속도로 준공 기념물(조형물) 설치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는 점이다. 조형물 공사 입찰 과정에 부당한 업무지시나 고위층 개입이 있었는지가 감사의 목적이었다. 도로공사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익명의 제보가 2017년 1월초 사장 비서실에 전달됐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감사원, 국토부 등으로부터 이첩된 사건도 있어 내부 감사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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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사 고위직 입찰 개입 여부 수사

 

자체 감사 과정에서 한국도로공사는 일부 현장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고속도로 준공 기념물 설치 기준을 바꿨다. 금액에 상관없이 모든 공사를 공개입찰을 통해 진행하도록 2017년 9월 설치 기준을 개선한 것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판교~양재 간 확장공사의 경우 준공 조형물 비용을 5억원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 조형물과 아트월을 분리 설계한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면서 “하지만 S사를 밀어주기 위해 한국도로공사 고위 관계자가 개입했거나 지시를 한 정황은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도로공사의 한 관계자는 2월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사 주관부서의 전략 미흡으로 일부 문제가 확인돼 관련자 징계와 함께 제도 개선을 지시했다”면서도 “도로공사 업무 담당자나 관련자들을 상대로 조사해 본 결과, 부당한 업무지시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술력이 있고 조형물 설치 실적이 많다는 이유로 원도급사와 S사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 특혜 논란으로 비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S사가 사업을 독점한 것은 제도적 문제이지, 도로공사 고위층과의 커넥션에 따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해명이었다.

 

하지만 도로공사 안팎에서는 다른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것이다. 도로공사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실태조사를 진행하면서 감사실이 관련 부서와 원도급사로부터 받은 것은 경위서와 견적서, 문답서뿐이었다”며 “업체 선정 과정에 도로공사 고위층이 개입한 사실 여부는 확인조차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는 2016년 상주~안동 간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진행했다. 전체 길이 107.6km로,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준공을 기념한 조형물이나 명패석 설치는 문제의 S사가 담당했다. 도로공사는 2016년 8월 준공 조형물 디자인 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문제는 심의위원회에 제출된 자료가 S사에 의해 일괄 작성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들을 감사실에서 포착하고도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감사실에서는 당시 S사가 이미 조형물 업체로 선정된 상태에서 형식적인 심의를 한 것으로 봤다. 공정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언급하면서도 롯데건설과 S사가 체결한 하도급 계약서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문제를 덮었다”며 “업체 선정 과정에 내부 직원이 부당하게 개입했거나 업무 지시를 했는지 여부는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100쪽 이상의 도로공사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자세하게 언급돼 있었다. 한국도로공사 감사실이 3개월 넘게 실태조사를 했음에도 ‘부실 감사’ 논란이 회사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보 자체가 고속도로 준공 기념 조형물 설치를 주무르는 비선라인이 있는지 실체를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한국도로공사는 핵심 내용은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제도상 문제를 꼬집어 어물쩍 넘겼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도로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전까지 2000만원 이상 공사에 대해서는 모두 공개입찰을 했다. 도로공사 내부 규정에 그렇게 나와 있다”며 “특정 인사가 취임하고 나서 수의계약으로 변경됐다는 점에서 축소 감사는 없었는지에 대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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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측 “부실 감사 지적 사실과 달라”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국토부의 처리 행태도 도마에 올랐다. 제보자는 “고속도로 건설현장 감독들과의 면담을 통해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도로공사는 단순히 현장 관계자의 확인서만 전달받는 식으로 사건을 종료했고, 도로공사에 사건을 이첩한 기관들 역시 조사결과 보고서만 믿고 추가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꼬리 자르기’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도로공사 측은 “부실 감사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고 거듭 해명했다. 도로공사의 한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는 만큼 S사가 공사를 따내는 과정에 내부 직원이 개입했는지 여부는 자체 감사에서 밝히기 힘든 측면이 있다”며 “대신 감사는 철저히 했다. 현재 검찰에서도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니만큼 결과를 보고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관련 규정상 공사는 자체 기구만 감사할 수 있다. 공사와 계약을 맺은 원도급사 외에 하도급업체의 경영에는 관여할 수 없다”며 “감사 과정에서 S사 측이 억울함을 토로하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S사의 협조하에 하도급업체도 조사했지만 문제 될 것이 없어 종결 처분한 것이지 봐주기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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