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희토류 공동개발 직전, 김정일 사망으로 '물거품'
  • 강천구 영진회계법인 고문 (前 한국광물자원공사 본부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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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구의 자원이야기] 2011년 김정일 사망 전 긴박했던 남북 간 희토류 개발 비밀 프로젝트

 

2010년 9월 중국 어선 한 척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해에서 조업하다 일본 순시선에 나포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은 이에 반발해 일본의 전자제품에 꼭 필요한 희토류 수출을 금지했다. 깜짝 놀란 일본 정부는 총리특사를 파견해 공식사과 함으로써 갈등을 마무리했다.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 제한을 감행한 이 사건은 중국이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한 사례다.당시 중국과 일본의 희토류 전쟁으로 세계는 희토류 광물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됐다. 북한 희토류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이다.

 

북한 국가자원개발지도국이 2010년 1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희토류 매장량은 금속 기준 2000만 톤가량(남한 연간 수요량 3200톤)이다. 매장량 면에서는 세계적 수준으로 희토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북한 희토류 매장량은 그야말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정보의 정확성을 위해서는 정밀조사가 시행되어야 하지만, 당시 북한 발표는 충분한 근거를 갖춰 조사만 잘 이뤄진다면 개발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그동안 북한 희토류에 대한 관심이 미약했던 이유는 북한 체제의 폐쇄성에 따른 희토류 관련 정보 미공개와 북한 내부에서 희토류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등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희토류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고 가격 또한 상승하면서 북한도 희토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이후 북한 정부는 매장량이 풍부하고 채굴조건이 유리한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계획과 연구사업 추진, 외국기업 투자유치 등을 통해 희토류 개발을 서두르려던 참이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함경남도 룡양광산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11년 10월17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정확한 촬영 일자를 밝히지 않았다. ©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

 

2011년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는 희토류의 안정적 확보라는 과제에 대한 해답을 북한 희토류에서 찾고자 했다. 당시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쿼터제, 희토류 생산 제한 등을 실시하여 희토류 수급 불안정성이 갈수록 가중되고 국제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북한과 공동으로 희토류 광산을 개발해 국내에 반입함으로써 공급선 다변화 뿐만 아니라 안정적 자원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판단했다. 특히 희토류는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광물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우리의 기술력과 자금이 결합 된다면 고품위 희토류 생산에서 대량생산 체제로의 전환도 가능했다. 무엇보다 선광·분리·​정제·​가공·​판매까지 수직 계열화를 구축함으로써 공급 안정성과 수익성 극대화를 이룰 수 있었다.

 

 

'5.24 조치' 이후 남북 자원개발 실무자 회담 가져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09년부터 북한 철산광산 등 희토류 관련 정보 수집에 나섰다. 당시 광물공사가 수집한 북한 희토류 정보는 모나자이트 등 일부 광물의 부산물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0년 중·​일 간 희토류 분쟁 이후 광물공사는 보다 세밀한 정보 수집에 나섰다. 중국 현지 통신원 등을 통해 구체적인 정보를 입수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광물공사는 2011년 남북한 공동으로 희토류 광산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우선적으로 2010년 5․24 조치로 중단된 남북간 교류 재개를 위해 통일부를 설득했다. 통일부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광물공사는 2011년 6월23일 북한의 광산개발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명지총회사와 전화·​팩스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북한주민 사전접촉 신고를 승인받아 중국 단둥 등의 지역에서 8차례에 걸친 북한주민 사전접촉을 갖고 북한 자원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광물공사는 2011년 9월7일 북측으로부터 북한 방문 동의서를 발급받고 통일부의 승인을 받아 북측 명지총회사와 개성공업지구에서 1차 북한 지하자원개발 실무회담을 가졌다. 이 회담에서 양측은 북한 희토류를 포함해 일부 광물에 대해 공동 개발키로 합의했다. 이어 그 해 11월30일 개성공업지구에서 가진 2차 실무회담에서 남북간 희토류를 포함한 지하자원개발 합의서를 체결했다.

 

당시 북측은 희토류 샘플 4개를 광물공사에 제공했다. 그리고 3차회담을 그 해 12월 한 차례 더 개최하고, 이듬해인 2012년 1월 남한은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이, 북한은 민족경제연합회 회장이 참석하는 양기관 대표자 회담을 평양에서 갖기로 약속 했다. 그러나 이는 2011년 12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로 성사되지 못했다. 2011년 11월30일 광물공사와 북측의 명지총회사간 체결한 남북간 자원개발 합의서 내용은 이러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2006년 기투자 사업인 북한 정촌흑연 광산 정상화 추진과 북한 광물자원 공동 개발건에 있어 개발 대상은 희토류를 포함해 흑연·마그네사이트··아연·석회석·석탄·철광석 등 7가지 광물과 북한이 제안하는 광물과 광산으로 하고, 이와 관련하여 북한 명지총회사는 한국광물자원공사로부터 탐사 지원을 받기로 한다. 또한 양기관은 상기 합의서의 후속조치를 위하여 2011년 12월 중 차기 회담을 개최하기로 하고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될 시 즉각적으로 공동개발을 추진키로 한다”

 

합의서 체결 서명은 남측에서는 한국광물자원공사 개발지원본부장 강천구, 북측은 명지총회사 부총사장 허철만이 했다. 

 

 

북한 희토류 세계 평균 이상의 품위

 

광물공사는 북한 명지총회사로부터 받은 희토류 샘플을 자체 기술연구소에서 분석해본 결과 평균 품위가 10.888%로 평가 됐다. 이는 일반적으로 세계 평균 품위인 4%내외보다 크게 높은 함량이었다. 세계 최대 희토류 광산인 중국 바이윈어보 광산의 평균 품위가 4.94%이고, 아직 미개발 상태이지만 세계적인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마운틴패스 광산의 경우 8.9%다. 특히 북한 희토류는 우리나라가 제일 많이 수입하는 세륨의 함량이 가장 많았다. 희토류내 세륨은 유리(탈색제·​연마제), 자동차(배기가스촉매제), 인광체, 세라믹, 자석 등 첨단산업의 주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광물공사는 북한의 대표적인 희토류 광산인 철산광산·​선암광산·​룡포광산에 대해 탐사를 실시 한 후 경제성이 확인되면 투자사업으로 연계한다는 구상이었다. 투자방식은 광물공사 단독 또는 민간기업과 합작방식으로 추진키로 했다.

 

세월이 흘러 지금까지도 북한은 희토류의 정확한 매장량을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로 기술 수준이 낮아 첨단산업에 이용되는 희토류 제품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희토류 전반에 걸친 기술력을 보유하는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국가로 성장했다. 첨단산업에 꼭 필요한 희유금속 중 하나인 희토류 확보를 위해  또 다시 희토류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 문제는 우리나라에는 희토류 광물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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