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대우건설 삼킨 호반건설, 뒷탈은 없을까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6 11:27
  • 호수 147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래 삼킨 새우’에 비유되는 호반건설…건설업계 판도 변화 주도 예상

 

“호반건설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재무구조도 탄탄하다. 시가총액이 7조원을 넘기면서 대기업 반열에도 올랐다. 2017년에는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회사 내부의 반응은 외부의 시선과 다소 차이가 있다. 최고경영진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경영진은 2017년 호반건설의 매출이 정점을 찍은 이후에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경영진들은 직원들에게 향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을 누누이 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한창 잘나가던 지난해 중순, 회사의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주택사업 호조로 매년 최고 매출을 경신하며 급성장을 하는 와중에도 내부적으로는 위기감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택시장 하락세가 예고되고 있는데, 호반건설의 사업구조가 주택건설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었다. 호반건설 경영진이 ‘더 이상 급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유다. 이런 분위기는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올해 신년사에서도 읽을 수 있다. 김 회장은 “신규사업 발굴과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호반의 미래비전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동안 호반건설이 사업다각화에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김상열 회장은 2000년대 초부터 M&A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해 왔다. 그러나 골프장(스카이밸리CC·와이켈래레CC)이나 방송사(KBC 광주방송), 복합쇼핑몰(아브뉴프랑) 등 건설과는 비교적 관련성이 적은 업종이었다. 호반건설이 본격적인 사업확장에 나선 것은 2015년 무렵이다. 이때부터 활발히 M&A 시장을 오갔다. 그러면서 ‘M&A 시장 단골손님’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호반건설 본사 © 시사저널 포토

 

‘M&A 시장 단골’이지만 성적표는 ‘글쎄~’

 

호반건설은 그동안 금호산업·울트라건설·동부건설·한국종합기술 등 주요 건설업체부터 병원·증권사·리조트업체·골프장까지 장이 열릴 때마다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그러나 정작 호반건설이 인수한 것은 토목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울트라건설이 유일했다. 업계에서는 ‘지나치게 신중하다’는 반응과 ‘실제 인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호반건설이 최근 대우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대우건설을 완전히 손에 쥐기까진 아직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대우건설 인수로 사업확장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우건설이 M&A 시장에 매물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 10월이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해 7월 대우건설의 흑자전환을 확인하고 매각자문사를 선정해 매각을 추진해 왔다. 당초 중국계 기업이 관심을 보였지만, 본입찰에는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호반건설은 산업은행 보유 지분 50.75% 가운데 40%를 우선 매입하기로 했다. 나머지 10.75%는 2년 뒤 인수할 수 있는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 호반건설은 향후 정밀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계약 조건을 확정, 오는 7월까지 매입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에서 호반건설은 ‘고래를 삼킨 새우’에 비유됐다. 호반건설은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고속성장을 이어왔지만, 시공능력평가는 13위에 그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3위인 대우건설과 비교하면 규모나 위상에서 많이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매출액만 놓고 봐도 차이는 극명하다. 2016년 호반건설의 매출은 1조1815억원으로, 대우건설(11조1059억원) 대비 1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또 호반건설이 주택건설에만 주력해 온 반면, 대우건설은 건축·토목·플랜트·해외사업 등 다방면에 진출해 있다. 업계에서의 위상도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 © 사진=연합뉴스

‘새우에 삼켜진’ 대우건설 노조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호반건설의 자금력을 감안하면 단기적 채무를 위해 구조조정을 시행하거나 대우건설 자산을 처분할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의 이런 걱정은 ‘과거의 경험’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된 바 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내몰렸다. 이로 인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의 상징이던 서울역 앞 대우센터빌딩(현 서울스퀘어)과 알짜 계열사들을 줄줄이 매각하고, 고배당과 유상감자 등을 단행해 대우건설에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 호반건설 역시 금호아시아나의 전철을 잇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호반건설 측은 “자금력에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금성 자산 비율이 높고 우량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제2의 금호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내부적으로는 호반건설주택·호반건설산업·호반베르디움 등 호반건설 계열이 외형적으로 대우건설에 근접했고, 내실 면에선 오히려 앞서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호반건설의 지난해 추정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대로, 대우건설(7000억원대)보다 크게 앞서고 있다. 또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자기자본도 5조3000억원대로 대우건설(2조5000억원대)의 두 배 이상이다. 이런 ‘내실’의 배경은 누적 분양률이 90%를 넘지 않으면 신규분양을 하지 않는 ‘분양률 90% 원칙’과 부채를 최소화하는 ‘무차입 경영’ 등 김상열 회장의 신중한 경영 스타일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신규사업 발굴과 M&A 등을 통해 호반의 미래비전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 사진=호반건설 제공

 

호반건설 측 “제2의 금호 되지는 않을 것”

 

그렇다면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일까. 일단 몸집이 커지게 된다. 호반건설의 지난해 자산총액은 7조원으로, 재계 순위 47위에 올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 순위 29위인 대우건설(10조7000억원)을 인수하면 호반건설의 자산총액은 17조7000억원으로 상승하게 된다. 재계 순위 19위까지 뛰어오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단숨에 3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지난해 호반건설 시공능력평가액은 2조4521억원으로 업계 13위였다. 여기에 업계 3위인 대우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8조3012억원)이 더해지면 전체 호반건설의 시공능력평가액은 10조7533억원까지 늘어난다. 1위 삼성물산(16조5885억원)과 2위 현대건설(13조7106억원)에 이은 시공능력평가액 ‘10조 클럽’에 들게 되는 것이다.

 

또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사업영역도 대폭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호반건설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주택건설에 집중돼 있다. 반면 대우건설은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플랜트와 토목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또 대우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후광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주택시장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푸르지오 브랜드의 인지도는 호반건설에 상당한 메리트다.

 

무엇보다 그동안 국내에만 머물렀던 사업 영토를 세계로 넓힐 수 있다. 대우건설이 해외사업에 상당한 강점을 가지고 있어서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매입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열 회장도 최근 대우건설을 인수하면 해외사업을 적극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특히 향후 동남아 시장이 호황을 맞을 것으로 보고 이곳에 사업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