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군수 부인 갑질, '2차 가해' 파장 확산
  • 전북 고창=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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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지난주 단독 보도 이후 네티즌 반응 뜨거워 …"군수 부인까지?"

전북 고창군 군수 부인의 갑질 피해자에 대한 '2차 갑질' 논란에 대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2일 시사저널의 1차보도 이후 고창군의 대응방식을 비판하는 네티즌들의 격앙된 반응이 쏟아지는 등 지역사회 안팎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2차 가해' 갑질 논란은 고창군의 한 공무원 측이 군수 부인으로부터 갑질을 당한 사연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진정을 내자 민원처리에 나선 고창군이 협박성 회유 등 되레 갑질 횡포를 부렸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전북도가 해당 민원의 진원지인 고창군에 민원을 이송해 '셀프 처리'토록 조치한 것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전북 고창군청 전경 ⓒ 시사저널 정성환

군수 부인 갑질 호소했더니…"민원취하 종용하고, 모욕까지" 

 

최근 지역 한 방송사의 고창군 군수 부인 갑질 보도 이후 시사저널은 문제의 군수 부인으로부터 갑질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피해자로부터 또 다른 내용의 제보를 접했다. '갑질 호소' 민원에 대한 2차 갑질 의혹이었다. 고창군의 팀장급 공무원인 김아무개씨는 1월27일 오후 전남 장성 백양사관광호텔 커피숍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올린 군수 부인과 관련 민원에 대해 군청 측이 삭제를 종용하는 등 갑질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군수 부인으로부터 갑질을 당한 자신의 사연을 청주에 사는 동생이 국민신문고에 진정을 내자 오히려 고창군이 협박성 회유를 하는 등 갑질 횡포를 부렸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에 따르면, 2015년 당시 군청 여성팀장이었던 그는 군수 부인의 지역 각종 행사 안내와 운전 수행 등 의전을 도맡아 챙겼다. 군수 부인이 호출하면 출장계까지 내고 개인 차량을 운전해 군수 자택으로 가서 부인을 모시고 이곳저곳 다니는 운전사 역할을 했다. 김씨가 군수 부인을 수행한 기간은 약 1년 6개월, 횟수를 합치면 200여회에 달했다. 

 

하지만 의전 수행과정에서 작은 행사 일정 등을 빠뜨리는 바람에 군수 부인에게 밉보여 인격모독은 물론 폭언과 따돌림을 지속적으로 당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그는 "이로 인한 충격으로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세 등 정신적 고통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인사상 불이익까지 당해 늘 사표 제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본 김씨의 여동생 K씨는 지난해 9월15일 '언니에 대한 고창군수와 군수 부인의 횡포를 막아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올렸다. K씨가 민원을 제기한 것은 언니가 받고 있는 고통 해소를 위한 차원에서다.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이 민원은 곧장 전북도를 거쳐 고창군에 이첩됐다. 소관 관청인 고창군이 민원인의 고충을 충분히 듣고 합당하게 처리하라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전북도 또한 민원을 이송하면서 고심이 컸다. 애초 취지와는 달리 자칫 민원인을 색출해 불이익을 주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전북도 관계자는 1일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민원을 관계 법령에 따라 고창군에 넘기면서도 행여 양날의 칼이 될까봐 사실 고민이 됐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는 군수 부인의 갑질 의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이번 사건의 중심인물로 군청의 민원 담당 L팀장이 등장한다. 그는 군수 부인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소속 공무원의 민원에 대해 합당한 처리절차를 밟기 보다는 군수의 심기 보호를 위해 취하를 종용하는 등 되레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창군, 무리한 대응 '도마 위'…L팀장 모호한 해명까지

 

전북도가 우려했던 대로 '2차 가해'는 현실이 됐다. 김씨에 따르면, 이번 2차 가해의 중심인물은 군청의 민원 담당 L팀장이다. L팀장이 전북도로부터 민원을 이관 받은 9월18일, 민원에서 언급된 피해당사자로 자신을 지목하고 네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 동생을 설득시켜 민원 신청을 삭제하면 군수에게 보고하지 않겠다고 압박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게 김씨의 증언이다. 또 이 같은 협박성 회유와 함께 "민원 넣은 사람이 친동생 맞냐, 엄마가 같냐"고 묻는 등 인격 모욕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갑질 의혹에 대해 해당 당사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L팀장은 1일 낮과 2일 오후, 전화 통화와 대면 인터뷰에서 "4개월이 지난 일이라서 김씨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김씨에게 그날 내가 먼저 전화를 해서 민원인이 동생이냐고 물어본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전화는 모두 김씨가 걸어와서 동생에게 철회하도록 설득할 테니 (군수에게 보고를) 보류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김씨를 민원 관련자로 곧바로 지목한 이유를 묻자 "몇 년 전 같은 사무실에서 노인팀장과 여성팀장으로 근무할 당시 그로부터 민원 내용과 엇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직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김씨의 주장과는 상반된다. 이 내용이 2월2일 시사저널에서 보도되자 일부 네티즌들은 "불과 4개월 일도 기억 못한 채 어떻게 공무를 수행하느냐"는 등 L팀장의 해명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시민단체 "갑질 민원 제기에 무마 급급?···전형적인 '2차 가해'"

 

이에 대해 김씨는 "네 차례 모두 내가 먼저 전화한 적이 없으며, 더더욱 군수에게 보고를 보류해달라고 얘기를 꺼낸 적도 없다"며 "불과 4개월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이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한 “L팀장에게 자신의 속사정을 얘기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설령 짐작했다 하더라도 (민원인이 아닌) 자신을 직접 지목해서 민원 취하를 요구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전북도의 기계적 민원처리 방식에 대한 적절성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군수와 관련된 민원을 해당 지자체에 넘기는 것은 고창군수에게 대비하라고 알려준 꼴로 제대로 처리가 되겠느냐는 것이다. 실제 해당 민원을 어떻게 처리했느냐고 묻자 L팀장은 "군수님에게 보고했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현재까지 해당 민원에 대한 고창군의 처리는 본질적 부분인 피해당사자에 대한 고충 해결보다는 '군수에게 보고한 것'이 전부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전북도는 정당한 민원처리였다고 해명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첫 번째로 올라온 민원의 경우, 군수 부인으로부터 시달림과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어서 해당 지자체장이 답변할 사안으로 판단돼 관계법령에 따라 고창군에 이송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우리는 전자민원을 일획, 일자도 고치거나 첨가하지 않고 이송했을 뿐"이라며 개인 신상 유출 문제는 고창군과 관련된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시민사회단체는 민원제기로 사건이 불거진 이후 보여준 지자체의 일련의 대응방식이 전형적인 '2차 가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갑질 피해자들은 문제제기를 하는 순간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피해자가 민원을 제기했으면 1차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번 경우에는 민원제기 사건을 '골칫거리'로 인식한 뒤 이어지는 2차 가해의 전형적인 패턴으로 사건 무마를 위해 급급한 게 빤히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갑질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행위 여부에 대해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처벌 검토가 필요한데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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