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스 돈세탁 의혹’ 뒷받침할 실마리 찾았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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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컴퍼니 의심되는 다스 싱가포르 법인 재무제표 단독입수…매출 ‘0원’인데 빚은 ‘41억’

 

다스의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한 해외 법인에서 수십억 원의 돈이 오고간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을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했다. 그 시기는 지난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돈세탁 의혹에 휩싸였던 시기와 일치한다. 시사저널 의뢰로 이 문건을 분석한 회계전문가와 변호사들은 “다스에서도 돈세탁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문제의 법인이 있던 곳은 아시아 최대의 조세회피처로 꼽히는 싱가포르다. 2005년 9월 설립된 이 회사의 이름은 ‘인티어 다스(INTIER DAS Seating Systems Company)’다. 다스가 캐나다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의 자회사 ‘인티어 오토모티브’와 손잡고 세웠다. 인티어 다스는 국내 다스 본사의 재무제표에서 관계회사로 적혀 있다. 최근 다스 의혹을 보도하고 있는 일부 국내 언론에서도 이 법인의 존재가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한 1월22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싱가포르 소재 ‘인티어 다스’에서 오고간 수상한 거래

 

시사저널 또한 인티어 다스의 실체를 꾸준히 추적해 왔다. 이 과정에서 지난 1월29일 이 회사의 기업보고서와 연결재무제표 문건 등을 입수했다. 여기에 따르면, 인티어 다스는 200주를 발행해 설립됐다. 설립 자본금은 단돈 2SGD(싱가포르달러). 우리 돈으로 1600원에 불과하다. 주당 액면가가 8원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선 상법상 주당 최소 액면가가 100원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티어 다스가 회계연도 2006~07년 2년 동안 올린 매출은 ‘0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법인은 ‘베이징 다스 인티어(Beijing DAS INTIER Mechanisms Company, 이하 베이징 다스)’란 자회사 지분을 100% 갖고 있다. 베이징 다스는 그 이름과 달리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에 법인 등록이 돼 있다. 이 법인 역시 모회사인 인티어 다스와 크게 닮아 있다. 주소와 설립일도 같고, 2006~07년 매출이 전혀 없다는 점마저 동일하다. 모두 다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다. 

 

2007년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MAF’란 역외펀드를 통해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해다. MAF는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조세회피처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돼 있었다. 당시 검찰은 MAF와 이명박 후보의 관계에 대한 수사에 돌입했다.

 

바로 그 해에 싱가포르에 소재한 인티어 다스와 베이징 다스에는 381만5000달러(약 40억 8000만원)어치의 현금과 은행 예치금이 들어왔다. 또 같은 해에 유동부채, 즉 1년 이내에 갚아야 할 빚은 383만7000달러(USD, 약 41억2000만원) 발생했다. 수익도 없는 회사에 거액의 돈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나가버린 것이다. 

 

 

수익 없이 빚만 ‘41억’…그 해에 국내에선 MB 돈세탁 수사

 

이후 인티어 다스와 베이징 다스는 2012년 6월 동시에 폐쇄(STRUCK OFF)됐다. 두 법인에 드나들었던 40여억 원이 어떤 경로로 전달됐는지는 민간에서 파악하기 힘들다고 한다. 검찰의 계좌추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스의 싱가포르 법인을 둘러싼 의혹은 2011년 12월에도 한차례 회자된 적 있다. 당시 친박계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다스가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으니까 잘 보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1월30일 시사저널 기자가 제시한 인티어 다스와 베이징 다스의 재무상태에 대해  “형식상 모양만 갖춘 회사들 같다”면서 “자본금에 비해 부채가 그렇게 많다는 건 상식선에 맞지 않는 얘기”라고 했다. 이어 “확증은 없어도 회사를 청산하고 돈세탁을 시도했다는 상식적 추론이 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사저널은 변호사 4명과 회계사 4명 등 8명에게 인티어 다스와 베이징 다스의 이상한 기업 형태와 돈 거래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나온 회계 자료만으로 인티어 다스와 베이징 다스가 어떤 목적으로 이용됐는지 확정하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여러 가지 불법적인 용도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스의 재무제표를 분석해본 적 있다는 A 회계사는 “다스 본사나 계열사에서 싱가포르 소재의 법인에 돈을 빌려준 흔적이 없다”며 “담보도 없고 외부감사도 소홀한 이런 해외의 소규모 법인에 돈을 꿔줄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는 “여러 경로를 거쳐 싱가포르로 돈이 흘러들어간 것 같은데, 분식회계를 통해 돈을 빼먹는 전형적인 시나리오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스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동부지검 수사팀이 1월17일 오후 경북 경주시 천북면에 있는 다스 협력업체 ㈜아이엠에서 압수수색 박스를 옮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페이퍼컴퍼니로 돈세탁하는 전형적인 수법 가능성”

 

민사소송 전문 B 변호사는 “생산 활동이 없는 회사에서 거액의 돈이 움직일 이유가 없는데, 그런 회사에 이 돈이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의심이 든다”고 했다. 증권법 전문 C 변호사는 “들어간 자금이 불법성을 띠고 있는데, 지출할 땐 정당한 용도로 쓰였다면 돈세탁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고 했다. 검찰 출신 D 변호사는 “이는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돈세탁할 때 쓰는 수법”이라며 “더군다나 싱가포르는 한국 검찰의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편 인티어 다스와 베이징 다스는 등기임원 구성도 모두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두 기업의 임원들은 한국인 안상범(Sang Bum An)과 김진(Jin Kim), 싱가포르인 탠 히안 예우 조지(Tan Hian Yew George)와 노르 하피자 알위(Nor Hafiza Alwi) 등 4명이다.

 

이 가운데 김진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매제다. 과거 다스의 총괄부사장을 지냈다. 지금은 다스의 협력업체 에스엠의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대표의 입장을 듣기 위해 1월30일부터 에스엠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관계자는 “자리에 없다”는 말만 반복했고, 2월1일엔 ‘귀하의 전화를 연결할 수 없습니다’란 기계음만 흘러나왔다. 

 

또 다른 임원 탠 조지는 과거 돈세탁 혐의를 받은 적이 있다. 그는 ‘밀레니엄 트레이딩’이란 싱가포르 기업의 유일한 경영인으로 등록돼 있다. 이 기업에 대해 스페인 독립매체 보즈포퓰리(Vozpópuli)는 2015년 9월 “오로지 불법 미술품 거래로 420만 유로(55억 7000만원)를 세탁하기 위한 업체”라고 보도했다. 그해 4월 싱가포르 검찰청 반부패부는 탠 조지를 돈세탁 주범으로 지목했다.

 

 

임원 중 ‘MB 매제’와 ‘돈세탁 관련 현지인’ 포함돼 있어

 

그런데 인티어 다스는 왜 굳이 베이징 다스를 따로 만들었을까. 재무제표에 따르면, 베이징 다스의 주요 업무는 ‘지주회사(Holding Company)’다. 업무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다른 회사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경영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베이징 다스 아래에 어떤 법인이 있었는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자료에는 2006년과 2007년 때의 회계정보만 나와 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은 인티어 다스와 베이징 다스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싱가포르 회계법인 측에 이메일로 문의했다. 회계법인은 2월1일 “2007년 뒤부터 우리는 두 회사에 어떤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았고, 이들 회사가 2012년 폐업했을 때도 관여한 바 없다”는 답을 보내왔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와 관련 ‘중국 내 다스 법인과 관련 있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 인수합병 전문 E 변호사는 “싱가포르 지주회사가 중국 회사를 거느리는 건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했다. F 회계사는 “(인티어 다스와 베이징 다스가) 진 빚이 해외에서 더 많은 회사와 용역계약을 맺기 위해 잠시 당겨둔 단기차입금일 수 있다”고 했다.  

 

김경률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은 “중국에서 큰 이익이 나니까 한국으로 안 보내고 싱가포르로 빼돌리려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굳이 중국 법인을 자회사로 두지 않고 내부거래를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스의 중국 법인 '대세(북경)기차부건'과 싱가포르 법인 '인티어 다스' 각각의 재무제표 일부. © 시사저널 입수자료

 

베이징 다스는 왜?… “중국 이익 빼돌리려 하지 않았을까” 의심도

 

다스가 지분을 100% 소유한 중국 내 자회사는 총 4곳이다. 대세(북경)기차부건·문등대세기차배건(유)·강소대세기차배건(유)·절강대세만가기차좌의(유) 등이다. 이들 법인의 총 매출은 약 546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다스 전체 매출의 30%에 해당한다. 또 중국 4개 법인의 대표는 모두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로 되어 있다. 

 

싱가포르가 중국 법인을 차지하기 위한 위장막이란 분석도 있다. 국제회계사(ACCA) 자격을 보유한 싱가포르 회계 전문 컨설팅업체 소속의 G 회계사는 이렇게 말했다. “다스가 싱가포르에 둔 페이퍼컴퍼니가 중국 법인을 자회사로 인수하고,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주주 자리로 옮겨간 뒤, 모회사를 없앴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수법은 싱가포르에선 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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