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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아이와 친해지는 법, 반도체 전문가의 비법을 엿본다

조병옥 박사가 쓴 《슈퍼맨인 척 말고 함께 비 맞는 아빠가 돼라》

조창완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2.02(금) 13:00:00 | 14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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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은 시대다. 어떤 아이는 너무 빨리 모든 것을 소진해 《번아웃키즈》가 되고, 어떤 아이는 《무기력의 비밀》을 갖기 때문이다. ‘한 아이가 자라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을 한국에서는 이해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아이가 위기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자존감의 소멸도 있지만, 자신이 믿고 기댈 곳을 잃어버린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자신과 같이하는 가족이 기댈 수 있는 쉼터가 돼 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런 가정은 많지 않다.

 

그런데 공학자인 아빠가 곧 공익근무에 들어가는 대학생 아들과 함께 대만 여행을 떠났다. 박물관에 들러 인문 이야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곳에서는 이와 관련한 이야기도 하는 다정한 부자였다. 부자유친(父子有親)이 아닌,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벽이 있다는 부자유벽(父子有壁)의 시대에 이런 아버지는 흔치 않다. 그런 아버지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블로그에 실렸고, 한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글은 물론이고 그림까지 직접 그린 흥미로운 저자는 의외로 한국 반도체산업을 이끄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수석연구원이자, 트리즈(창의적 문제 해결기법) 전문가인 조병옥 박사다. 바쁜 그를 메신저로 인터뷰하면서 책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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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단어 70개에도 들지 못하는 ‘아버지’

 

사실 우리 시대 보편적인 아버지는 자식과의 관계가 그다지 원활하지 못하다. 영국문화협회가 비영어권 4만 명을 대상으로 아름다운 영어 단어 순위를 정했을 때 ‘어머니’(mother)가 1위인 반면에 ‘아버지’(father)는 7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는 통계를 들며, 이게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예를 든다.

 

그런데 지금 나름대로 자랑할 만한 아버지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선 책을 통해 만나는 저자의 느낌은 진솔하다. 가난한 시골 출신으로 젊어서 서울에 올라와 사업에 실패하면서 그다지 다정하지 못한 자신 아버지의 이야기로 처음을 시작한다. 자식은 아버지 삶의 태도를 거의 따라간다는 일반적인 인식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부자의 인연으로 찾아온 아들 태훈이의 성장통과 괜찮은 아빠가 되는 과정을 가감 없이 이 책에서 드러낸다.

 

하지만 저자 역시 아이와 소통하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지금 공익근무를 하는 아이도 성장기 때 수많은 폭풍 같은 시간이 있었다. 아이의 흥미에 따라 피아노나 단소, 검도, 기타 등을 익히게 했지만, 아직도 조금은 매몰된 것 같은 게임을 제어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소통을 지속했다. 다행히 아이는 벽을 넘어 자존감 있는 청년으로 성장했다.

 

이 책은 단순히 아버지와 아이의 관계가 아니라 한 사람이 성장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그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관계와 소통’이다. 사실 세상사의 대부분이 사람을 만나서 그 관계를 잘 풀어내고 원만하게 이끄는 것이라는 것을 대부분은 안다. 그런데도 이 관계는 쉬운 것이 아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물론이고 직장, 공동체의 인간관계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저자 역시 아이와 놀이 등을 통해 그 관계를 만들어간 것이 친숙한 부자 관계의 근원에 있다고 본다. 그 모습에 여행도 있지만 게임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 저자는 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봤다. 대부분 아버지라는 위치가 처음이니만큼 몰라서 답답하고 힘들 수 있는데, 슈퍼맨처럼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이 무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끌고 가다 보면 아이에게 야단치고, 윽박지를 수 있다. 이보다는 같이 비를 맞는 동반자가 되는 게 현명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 관계도 미묘한 어려움은 있다. 바로 부자관계가 결국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균형을 맞춰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다. 책에서 만나는 저자도 실제로 슈퍼맨이 아니라 연약한 부분이 있는 이 시대 가장의 모습을 많이 보여줘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한 아들 태훈은 이제 대학에서 영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을 거쳐 공익근무를 하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인 저자가 아이에게 공학이 아닌 인문학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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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하면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아버지의 위치

 

“아들이 어릴 때부터 보인 성향으로 볼 때 인문학을 선택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 사람에 대한 관심이 컸고, 사람과 사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영문학을 선택한 것은 어려서 미국에서 지낸 것을 활용한 입시 전략적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심리학을 선택한 것은 아이의 선택을 존중한 것입니다. 저는 문사철(文史哲)이 결코 망하는 진로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자기가 잘하는 걸 하면서 시야를 전 세계로 넓히면 분명 자기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좁은 시야로 바로 옆만 보고 똑같이 하려고 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이번에 출간한 책이 저자의 첫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에 발간하던 논문이나 전문서적이 아닌 가벼운 글쓰기는 처음이다. 그런데도 편하게 읽히고 구성도 탄탄하다. 한국 반도체산업을 이끄는 벅찬 일상에서도 이 책을 쓴 이유를 물어봤다.

 

“제가 만난 젊은 친구들을 볼 때, 부자관계가 좋지 않은 후배들이 가정을 이루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쪽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또 아버지와 소통이 안 되는 청년들은 기성세대 전체를 꼰대로 보며 불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니 사회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보고 적극적 참여를 하기보다는 냉소적이고 소극적이 되기 쉽죠. 부자관계가 좋은 후배들은 그 반대입니다. 정서가 안정돼 있고 밝으며 감정의 격동이 적습니다. 미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게 행복하니까요. 가정을 이룬 경우에도 아내나 아이들에게 너그럽고요. 결론적으로 부자관계는 개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며 그것들이 모여 결국 사회의 모습을 결정하는 데도 일정 부분 기여한다고 봅니다. 제 책이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서 용기를 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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