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기소된 김병오측 “진실 외면한 채 현지 언론만 인용”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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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고 김 선수 측 랜달 쿤리페 변호사 인터뷰… “고소인이 10만 달러 요구” 주장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상주 상무 소속 김병오(29) 선수가 괌 전지훈련 중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김 선수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공판은 아직 열리기 전이다. 그런데 국내 언론은 현지 매체를 인용하며 그의 실명과 머그샷(피의자 식별용 얼굴사진) 원본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김 선수 측은 “대다수 언론이 정확을 기하는게 아니라 그저 비난하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아직 논란이 남아 있는 만큼 현지 수사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괌에서 김 선수의 변호를 맡고 있는 랜달 쿤리페 변호사는 1월25일 시사저널에 이메일을 보내 “한국 언론의 관심에 대해 알고 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대다수 타블로이드 저널리즘(선정성을 추구하는 상업적 보도)이 상품을 팔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한다”고 했다. 

 

1월24일자 괌 일간지 '퍼시픽 데일리뉴스' 1면. 김병오의 성폭행 기소 소식이 실려 있다. © 사진=네이버 goyoon33​ 블로그 제공

 

김병오측 변호사 단독 인터뷰…“타블로이드 저널리즘 우려”

 

랜달 변호사는 국내 언론에 전하려고 준비했다는 성명서를 첨부했다. “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한국에서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혐의의 진상과 진실에 대해 추측하는 건 분명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또 “상황에 대한 불충분한 정보로 재단하는 건 김병오에게도, 고소인에게도 공정하지 않다”는 말로 성명서를 끝맺었다.  

 

사건이 처음 국내에 알려진 건 괌 현지 매체인 '퍼시픽 데일리뉴스'를 통해서다. 이 매체는 23일 고소장을 인용해 “22세 한국 여성이 김병오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따르면, 여성은 괌 요나 지역의 레오팔레이스 리조트에서 김병오 선수를 만났다고 한다. 

 

그런데 랜달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라고 알려진 여성과 김 선수는 리조트에서 만나기 전날 같이 관광을 즐겼다고 한다. 그 곁엔 김 선수의 팀 동료도 함께 있었다. 랜달 변호사는 “이들 3명은 관광을 마치고 리조트에서 각자 샤워를 한 뒤, 방에서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랜달 변호사는 “나중에 여성은 티셔츠를 빌려 입고 김병오와 같이 한 침대에 누웠다”면서 “동료는 다른 침대에 따로 누웠다”고 했다. 여기서부터 진술이 엇갈린다. 

 

'퍼시픽 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여성은 경찰에 “22일 새벽 2시쯤 김병오가 내 배와 가슴을 만지는 걸 알아차렸다”며 “그는 내 속옷을 벗기고 강간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당시 얼어붙어서 뭘 해야 할지 몰랐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여성은 “김병오가 나를 화장실로 데려가 또 강간했고, 내가 소리지르자 그는 나를 조용히 시키려고 입을 막았다”며 “난 김병오의 손을 깨물었고 방에서 나와 도와달라고 소리쳤다”고 진술했다. 이어 “김병오는 계속 나를 쫓아와 날 저지했다”고 했다. 여성은 호텔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김병오 손 깨물었다” vs 金측 변호사 “물린 자국 없다”

 

반면 랜달 변호사는 “여성이 ‘김병오의 손을 깨물었다’고 주장했지만, 김병오가 체포됐을 때 물린 자국이나 상처는 없었다”고 했다. 랜달 변호사는 다른 침대에 누워 있던 동료가 경찰에 했다는 말도 전했다. 동료는 “새벽 1시45분에 여성이 김병오와 나를 모두 깨워 집에 차로 데려다달라고 했다”면서 “당시 비명소리를 전혀 못 들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랜달 변호사는 물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여성과 김병오, 동료 등 3명이 리조트 방을 나와 태연하게(calmly) 엘리베이터로 걸어가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이 있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이 이 영상을 요청했지만, 랜달 변호사는 26일 오전 현재까지 답이 없었다. 

 

김병오측 랜달 쿤리페 변호사가 한국 언론에 전하려고 작성했다는 성명서의 일부. © 사진=랜달 변호사 제공

 

“‘피해 여성의 남자친구’란 사람이 10만 달러 달라며 협박”

 

랜달 변호사는 사건 다음날에 있었다는 얘길 들려줬다. 그에 따르면, 김 선수는 어떤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피해자로 알려진) 여성의 남자친구’라고 주장하던 그 남성은 김 선수에게 “10만 달러(1억 600만원)를 달라”며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랜달 변호사는 “이 남성은 여성과 한국 채팅 앱으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했다. 이 부분은 현지 언론에서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김 선수는 보석금 1만 달러(1060만원)를 내고 현지 숙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주 상무 관계자는 25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김병오는 어쨌든 물의를 빚었다는 사실 때문에 미안해하고 있다”면서 “동료들도 본인과 같은 군인 신분이니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2017년 11월26일 경북 상주시민운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상주 상무와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에서 패배한 부산 선수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좀 더 지켜봐야”

 

국내에 있는 김병오 선수의 측근은 그의 사진이 언론에서 공개된 데 대해 무척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은수 변호사(법무법인 지우)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결이 나오기 전까진 사건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 “피고인의 신분을 섣불리 공개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상주 상무측 보도자료에 따르면, 원래 예정돼있던 김 선수의 귀국일은 26일이다. 그러나 관계자는 “괌 검찰에서 출국금지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김 선수에 대한 예비심문(법관이 구속여부를 심사하는 절차)은 오는 2월1일 열릴 계획이다. 군인 신분인 김 선수는 우리나라에 돌아오면 군대 내 범죄수사 기관인 국방부 조사본부의 조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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