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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테러 공포에서 벗어났나”…황금기 맞은 파리 전시회

파리 장식미술박물관 새 역사 쓴 크리스찬 디올 특별전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6(금) 13:00:00 | 1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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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로 얼어붙었던 파리의 문화계가 몸을 풀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7월부터 6개월간 파리 장식미술박물관(MAD)을 찾은 사람은 무려 70만 명이었다. 그 이유는 크리스찬 디올의 특별전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1월7일 폐막한 전시 막바지엔 대기시간이 무려 6시간30분에 이르기도 했다.

 

이번 특별전은 개막 3개월 만에 입장객 40만 명을 돌파하며 장식미술박물관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은 2016년 바비 인형의 역사를 다룬 ‘바비전’(24만 명)과 2014년 벨기에의 디자이너 ‘드라스 반 노튼 특별전’(16만 명) 정도였다. 반면 이번 전시의 경우 몰려드는 관람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전시 마지막 2주간은 밤 10시까지 관람 시간을 연장해야 했다.

 

5시간 넘게 기다렸다 입장한 관람객 카미유(24)는 “너무 오래 기다려 진이 다 빠졌지만 전시를 봤다는 것에 너무나 만족한다”고 말했다. 무엇이 수많은 파리지엔(파리에 사는 여성)을 이토록 열광케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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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박물관 관람객 전년 대비 13% 증가

 

이번 전시는 디올 창립 70주년을 맞아 열렸다. 크리스찬 디올은 1946년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하우스를 론칭했고, 이듬해 ‘뉴룩(New Look)’이란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 후 튤립 라인에서 H라인, A라인까지 크리스찬 디올 브랜드는 매번 새로운 라인의 패션을 발표하며 새 역사를 장식했다. 1957년 설립자 디올이 52세 젊은 나이로 사망하는 불행을 겪었지만 이후 이브 생 로랑, 지안 프랑코 페레, 존 갈리아노 등 걸출한 수석 디자이너들이 그 명맥을 이어가며 패션명가로 자리 잡았다.

 

파리 장식미술박물관 주관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꿈의 디자이너’라는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디올이라는 디자이너의 창작에 이르는 전 과정을 담아냈다. 3000㎡ 전시공간에 300벌이 넘는 의상과 각종 장신구와 액세서리, 창립자 디올이 수집한 근대 미술작품들까지 총망라됐다. 지난해 7월 마련된 전시 오픈행사는 디올의 전속 모델인 나탈리 포트만을 비롯해 제니퍼 로렌스, 로버트 패틴슨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출동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방불케 하기도 했다.

 

디올이 불러일으킨 돌풍으로 파리 국립 장식미술박물관은 약 200만 유로(26억원)의 수익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비드 카메로 박물관 총감독은 의상 복원을 위한 연구실 확충과 작품 보존을 위한 냉방시설 개선사업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재원을 확보했다고 들떠 있다. 재정적 성과가 고스란히 다음 전시와 새로운 기획을 위한 재원으로 투자되는 것이다. 다음 전시는 3월부터 명품업계의 전설인 ‘에르메스’를 주제로 한 특별전이 예고돼 있다.

 

이번 디올 전시의 성공은 비단 장식미술박물관만의 경사가 아니었다. 그와 맞물려 장식미술박물관이 속해 있는 루브르박물관 전체 관람객 수도 지난해 약 1800만 명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13%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루브르는 2014년 입장객이 900만 명을 돌파해 관람객 1000만 명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2015년 파리 테러의 여파로 국가 비상사태가 이어지면서 관람객이 10%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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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줄로 흥행은 입증, 관객 편의는 뒷전”

 

이러한 대형 전시의 이면에 대한 비판 기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시사주간지 르 푸앙은 ‘대형 전시와 그 성공의 이면’이라는 특집 기사를 통해 “기록적인 관람객을 유치하는 대형 전시에서 ‘관람객의 편의’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세르주 쇼미에 사회학 박사는 “전시의 흥행 여부는 긴 대기열에서 읽을 수 있다”고 귀띔한다. 다시 말해 줄을 일부러 길게 늘여 이를 흥행을 입증하는 요소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자연히 관람객의 편의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쇼미에 박사는 “전시가 성공할수록 공공기관의 간섭이 줄게 마련이며 그럴 경우 관람객의 편의를 위한 많은 조치들이 사라진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시 수요 증가가 프랑스 경제 전체에 활력을 주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박물관에 위치한 기념품 관련 사업이다. 프랑스의 경제 전문지 레제코에 따르면, 38개 매장을 운영하는 그랑 팔레의 전시 도록 및 기념품 사업권자인 ‘RMN-Grand Palais’의 경우 2013년 연매출이 5400만 유로(706억원) 규모였다고 한다.

 

이번 디올전의 기념품 매장을 운영했던 ‘아르테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매출은 평소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4년간 프랑스의 주요 박물관과 관광지 12곳으로부터 입점 러브콜을 받았다. 테러의 여파로 관람객 수가 주춤했던 상황에 비춰본다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로렌 도셰 아르테움 대표는 이러한 열기에 대해 “관람객의 75%가 기념품 매장을 찾는다. 이들은 이제 ‘지적인 소비’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전시 기념품의 경우 ‘고급스러운 품격’과 ‘접근성이 있는 가격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마련돼 있다. 일례로 이번 디올전에서 특별 판매된 디올 토트백의 경우 가격은 65유로(8만5000원) 선이었다. 배우 송혜교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한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인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작품치곤 접근 가능한 가격대인 셈이다. 경제전문지인 레제코가 “박물관 내 기념품 매장은 새롭고 효과적인 돈줄”이라고 못 박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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