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측, 노무현 정권 깔 테면 한번 까봐라”
  • 유지만 기자·이승엽 인턴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2 13:43
  • 호수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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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창호 前 국정홍보처장 “MB 정부 청산은 당연한 일”

 

1월17일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MB)의 기자회견에서 유독 눈에 띈 단어는 ‘정치보복’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 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의 ‘2인자’였던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 주변 사람들로서는 겁날 것이 없고 손해 볼 것도 없으니 정치적 보복을 각오하고 덤빌 수 있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참여정부 측 인사들은 이에 “겁날 것 없다”는 반응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활약했던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MB 사정은) 불법과 탈법 행위에 대한 당연한 수사”라고 말했다. 이어 “참여정부 시절을 깔 테면 한번 까보라고 말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사저널은 1월18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김 전 처장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전 처장은 최근 《대통령의 발견》이란 책을 출간하고 문재인 정부의 과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김창호 前 국정홍보처장 © 시사저널 최준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어떻게 봤나.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참여정부 시절에 무엇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더라. 단적으로 얘기해서 참여정부 시절을 깔 테면 까보라고 전해 주고 싶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지난 10년 동안 소위 말해서 ‘탈탈’ 털렸다. MB 쪽에서 참여정부 시절을 뒤진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본다. 노무현 정부를 뒤진다 해도 문제 될 건 없을 것이다.”

 

 

“MB 정부 불법행위서 비롯한 정당한 수사”

 

친이계(친이명박계) 측에서는 ‘정치보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MB 쪽은 자꾸 정치보복 프레임을 강조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공권력을 동원해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것과 BBK 의혹, 국정원 특수활동비 전용 문제 등은 덮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불법행위에 대한 검찰의 독자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수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레임을 바꾸려 하는 것은 비겁하고 치졸한 대응이다.”

 

 

친이계 측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특활비도 뒤져보자”는 얘기가 나온다.

 

“자꾸 노무현 정권과의 대결 프레임을 강화해서 정치탄압 구도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한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노무현 시절에도 각 부처에 할당된 활동비들이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전용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내가 맡았던 국정홍보처의 경우에는 비서팀장에게 돈을 맡겨놓고 활동비가 필요한 사람들이 이름을 적고 가져가는 구조였다. 개인적으로 직원들에게 격려금을 줄 때는 오히려 사비에서 부담하기도 했다. 부처 활동비도 그렇게 엄격했는데, 국정원 활동비를 따로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2009년 5월29일 경복궁 뜰에서 엄수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헌화,분향 순서에 백원우 민주당 의원이 ‘사죄하라’고 외치며 뛰어들자 경호팀이 제지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이명박·박근혜 정부, 공공성에 대한 개념 없어”

 

박근혜 정부에 이어서 이명박 정부까지 ‘보수 정권 9년’을 모두 들여다보는 모양새가 됐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던 가치와 보수 정부의 기본 가치가 다르다. 국민은 국가권력의 운영을 맡길 때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이 두 보수 정권은 공공성에 대한 기본적 개념이 없다. 권력을 사용하는 것에만 너무 익숙하다. 문제의식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린 시절부터 권위주의 권력을 배운 터라 모든 권력을 자기 것으로 생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기본적으로 공공성의 개념이 없다. 대신 사적 이익 측면에서 봤다. 국가 이익을 빙자해서 저지른 불법·초법적 사익 추구를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 정치보복이다. 지금의 검찰수사는 국민의 상식에 비춰봤을 때 당연한 것이다.”

 

 

보수 결집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도 있다.

 

“보수 세력이 지금과 같은 불법·탈법적 리더십에 기대면 근본적 딜레마에 빠질 것이다. MB 측은 자꾸 노무현 시절을 끌고 와서 정치탄압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싶어 한다. 정치적 방어막을 치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가 지금과 같은 타락한 리더십에 의해 부활하면 또다시 자가당착에 빠질 것이다.”

 

 

MB 정권에 대한 수사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 중 일부다. 적폐청산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적폐청산은 크게 인적 청산과 제도적 청산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는 인적 청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제도적 청산으로 넘어가게 된다. 결국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인적 청산에서 제도적 청산으로 넘어갈 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보수층의 저항이 거셀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시민의 힘으로 권력을 교체했다. 시민은 언제든지 권력을 보호할 준비가 돼 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항상 시민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아 어젠다를 만들어간다. 대통령을 둘러싼 제도와 언론계, 법조계, 교육계, 시민사회단체에 둘러싸여서 의견을 조율한다. 제도 개혁을 추진할 경우 제도 속에 자리 잡고 있던 기득권들도 밖으로 나와 반발할 것이다. 이런 반발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잠재울지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한다. 그중에 중요한 것이 관료 문제다. 관료 통제의 문제는 비단 문재인 정권뿐만 아니라 민주화 이후 모든 정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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