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청원 의원, 포스코 회장 만나 이권 청탁”
  • 조해수·안성모·조유빈·이민우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22 09:33
  • 호수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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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현 의원 통화녹취 단독입수 “대표님이 뼈 있게 한마디 하시고…"


황태현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 "여러 곳에서 (압박이 오니까) 죽겠어요" 

 

10억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부동산 사업 관련 이권을 따내기 위해 포스코 최고위층에 전방위적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또한 이 의원은 같은 당 서청원 의원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을 직접 만나 계약체결을 종용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사업가 박아무개씨로부터 용인시장 공천헌금 등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1월8일자 ‘[단독]“이우현, 서청원 내세워 용인시장 공천헌금 받았다”’ 기사 참조). 또한 박씨는 2014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 때 서청원 의원 측에 억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2017년 12월26일자 ‘[단독]서청원 불법자금 수수 정황 녹취 공개’ 기사 참조).

 

박씨는 이 대가로 한국은행 불법 취업알선, 부동산 매매 특혜, 포스코 관련 사업 특혜 등을 청탁했다(1월4일자 ‘[단독]이우현 “이 XX, 안 되면 쳐버리든지”…뇌물 대가로 대기업 압력’ 기사 참조). 박씨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포스코와 관련한 부동산 사업이었다. 박씨는 서청원 캠프 측에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하고 이와 별도로 서청원 의원의 최측근인 이 의원에게 공천헌금 등 뇌물을 제공했는데, 서청원 캠프 관계자와 이 의원 모두에게 포스코 관련 사업 청탁을 했다. 박씨는 이 과정을 모두 녹음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녹취파일에는 서 의원과 이 의원은 물론이고 포스코 최고위층의 육성이 생생히 담겨 있다.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왼쪽)과 이우현 의원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서 대표가 황 사장한테 얘기를 했으면…”

 

박씨는 포스코건설과 관련된 부동산사업 계약을 체결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박씨는 황태현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현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을 비롯해 포스코건설 임원, 포스코 계열사 임원 등을 다각도로 접촉했다. 그러나 포스코 측에서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황 전 사장과 박씨의 통화 내용이다.

 

 

황태현 사장: 박 회장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건데 왜 자꾸 그러세요. 제가 아무런 도움을 줄 수가 없어요. 저한테는 앞으로 전화하지 마세요. 그러시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도리에 안 맞잖아요. 앞으로 전화하지 마세요.

 

박씨: 죄송합니다. 

 

박씨는 포스코건설 관련 부동산사업이 난항에 부딪히자 본격적으로 정치권을 동원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박씨와 조아무개씨의 대화 내용이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조씨는 2014년 새누리당 당 대표 선거 당시 서청원 캠프에 박씨의 불법 선거자금을 전달한 실무자인 동시에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의원에게 공천헌금을 건넨 뇌물 공여자다.

 

 

조씨: (포스코건설에) 현재 있는 애들은 (박씨와 계약을 체결하면) 뒤탈이 날까봐 걱정한다는 거야. 그런데 그렇게(계약을 체결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거야, ‘너희들은 안 다친다’ 이런 식으로. 베트남 카드도 있고. 베트남에 무슨 문제가 있는 모양이에요. 황(황태현 전 사장)이 이걸 까려고 했더니, 정동화(당시 포스코건설 부회장)가 와서 사정을 했다는 거야. 그래서 황이 까지도 못하고. 황 사장이 (박씨가 요구한) 이번 계약과 관련해서 중간에 빼먹고 그런 거를 조사를 시켰다네. (하지만) 이번 계약 건도 황이 까지는 못할 거다, 서로 죽으니까. (그러니까) 서 대표가 황한테 그렇게 얘기를 했으면, 황이 액션을 취할 때 (계약을) 들어가야 된다는 거지.  

 

이 대화에 등장하는 베트남 관련 문제는 포스코건설 베트남법인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동화 전 부회장은 2009년 8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베트남 사업단장과 공모해 비자금 385만 달러(약 43억원)를 조성하고, 공사 수주 대가로 자신의 처남이 브로커로부터 1억8000여만원을 받게 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과 추징금 2018만원을 선고받았다.

 

박씨와 조씨의 통화 시점은 2014년 9월경인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베트남 횡령 건이 검찰수사를 통해 알려진 것은 2015년 3월경이다. 즉, 박씨와 조씨는 베트남 횡령 사건을 미리 인지하고 이를 빌미로 황 전 사장을 압박하려고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황 전 사장은 베트남 횡령 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 XX, 안 되면 쳐버리든지”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서 대표’를 언급한 부분이다. 조씨는 2014년 새누리당 당 대표 선거에서 서청원 캠프를 도왔다. 서 대표는 서 의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조씨는 다른 녹취파일에서도 서 의원을 서 대표라고 부르고 있다.  조씨는 “서 대표가 황한테 그렇게 얘기를 했으면”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서 의원이 박씨의 이권사업을 위해 개입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씨의 청탁을 위해 황 전 사장을 직접 압박한 이 의원 역시 서 의원을 계속해서 ‘대표님’ ‘서 대표’라고 언급하고 있다.

 

녹취파일에 따르면, 이 의원은 박씨의 포스코 사업을 따주기 위해 황 전 사장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이 의원: 포스코건설 회장(황 전 사장)은 제가 다음 주 화요일날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냥 일부러 핑계 대서 만나자고 했어요. 제가 그날에 만나고, 겁 비슷하게 줄게요. 이 XX 안 되면 쳐버리든지.

 

박씨: (이 의원이) “황 사장한테 내가 찾아갈 테니까 손해 안 보는 거면 당장 해 줘라”(라고 말해 달라). 지금은 말을 잘 들을 겁니다.

 

이: 알겠습니다.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이 의원은 포스코를 압박하기 위해 국정원까지 동원했다고 얘기했다.

 

이 의원: 내일이나 모레 정도에 그쪽(포스코)을 옛날에 담당했던 데가 있어요, 국정원에서. 이 양반이 간부인데, 이 친구가 그쪽을 잘 알더라고요. 내 쪽 얘기는 전혀 안 하고 자기들이 파악한 정보, 이런 걸로 해서 ‘복잡한 거 있으면 빨리빨리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한번 간접적인 얘길 할 겁니다.

 

이 의원은 동료 의원 A씨를 거론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A의원은 경북 영주 출신으로, 권오준 포스코 회장과 동향이다. 이 대화에서도 서 의원을 거론하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나온다. 박씨는 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을 때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였다면서 서 의원을 계속 ‘대표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의원 역시 서 의원을 ‘대표님’이라고 불렀다.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에서 친박계(친박근혜계)가 공천학살을 당하자, 서 의원은 한나라당을 탈당해 친박연대를 창당해 대표를 맡았다. 이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에 전격 입당해 출마했다. 

 

 

박씨: 혹시 의원님, 대표님하고 권오준 회장하고는 잘 모르세요?

 

이 의원: 고거는 회장님하고 대표님하고는 (잘 아는 사이인지 모르겠다).

 

박씨: 혹시 ○○○ 의원은 친하지 않으십니까, ○○○ 의원. 그분이 포스코 (권오준) 회장하고 같은 고향 사람이고, 아마 잘 알 것 같은데.

 

이 의원: 그럼 제가 ○○○ 의원한테 한번 얘기를 할게요. 저하고 친하니까.

 

박씨: (황 사장과 얘기가 잘 안 통하니까) 차라리 그 ○○○ 의원하고 포스코 회장하고 (연결해 달라).

 

이 의원: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그럼 제가 ○○○ 의원하고 좀 이따 행사 끝나고, 아님 내일 아침에라도 (얘기를) 해 볼게요.

 

…(다른 통화)…

 

이 의원: ○○○ 의원도 황 사장을 잘 알더라고요. 그래서 황 사장한테 “왜 그렇게까지 했냐, 국회의원이 여러 번 연락하고 만나고 그랬으면 성의껏 해 줘야지. 그런 식으로 해서 자꾸 이런 말 저런 말 주변에 들려서 권 회장님한테까지 영향이 가게 하면 되겠냐” (이렇게 얘기했다). 그랬더니 ‘여러 가지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답니다. 권 회장을 만나려고 했더니 회사 관련 사건이 너무 커서 일체 사람을 안 만난 답니다. 권 회장도 관련 얘기를 보고받았던 것 같아요.

 

권오준 포스코 회장(왼쪽)과 황태현 전 포스코건설 사장(오른쪽) © 사진=뉴시스

 

“대표님이 뼈 있게 한마디 하시고”

 

이 의원 등으로부터 압박을 받은 황태현 전 사장은 박씨와의 통화에서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황 사장: 제가 서운한 거는 제가 ○○○ (의원) 계열이고 해서 왔는데, 자꾸 바꿔 얘기하니까 답답해서 죽겠어, 그건 아니잖아요. △△△ 의원하고 자꾸 만나서…. 그런 건 우습잖아요.

 

박씨: 오해는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다른 일 때문에 밥 먹을 때, 꼭 먼저 물어보십니다. 그래서 “힘이 들어서 못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했더니 본인들이 한번 나서겠다고 (하더라). 그렇게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치인들에게 제가 부탁을 먼저 하지는 않았습니다.

 

황 사장: 결론적으로 그렇게 된 거 아닙니까. 여러 곳에서 (압박이 오니까) 전 죽겠어요, 정말. 이해를 해 주세요. 제가 정말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황 전 사장은 당시 이 의원과의 접촉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황 전 사장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 의원이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녹취록에 따르면, 황 전 사장은 박씨의 청탁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서 의원이 결국 권 회장과 직접 만남을 가졌다고 말했다.

 

 

의원: 지금 막 식사하고 1시 반에 헤어져 가지고. 대표님하고 같이 셋이서. 대표님이 뼈 있게 한마디 하시고, 나머진 제가 나오면서 추가로 더 좀 했고요. 대표님이 또 ‘피해가 안 가고 억울하지 않게 잘 끝냈으면 좋겠다’는 걸 말씀했어요. (권 회장이) ‘명심하겠습니다’ 그러고 가셨으니까. 회장님이 ‘한번 같이 만나서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빠른 시일 안에 좀 해라’ 그랬더니 (권 회장이) ‘잘 알겠다’고 그랬어요. 

 

이 밖에도 이 의원은 황 전 사장을 압박하며 “대표님이 직접 궁금하셔서 자꾸 물어보시는데 내가 대답할 게 없는 것 같다” “대표님도 몇 번씩 궁금해서 그렇게 하시는데. 서로 이렇게 어려울 때 좀 빨리빨리 풀어주지”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청원 의원 측은 “서 의원은 박씨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모르기 때문에 박씨의 청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직접 나서서 대기업 회장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고 말했다. 또한 포스코 측은 권 회장과 서 의원의 만남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만난 적도 없고, 그런 애기를 들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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