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의 부활, 세계 골프사 다시 쓸까
  • 안성찬 골프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8 15:50
  • 호수 1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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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스캔들과 허리 부상으로 망가진 ‘골프지존’ 1년 만에 PGA 정규투어 복귀

 

전 세계 골프팬들이 난리가 났다. ‘골프지존’ 타이거 우즈(43·미국) 때문이다. 우즈의 폭발적인 샷과 타이거의 포효(咆哮)를 듣고 싶은 팬들이 날짜를 세고 있다. 우즈가 300야드 이상 볼을 날리며 맹활약하는 전성기 때의 경기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사실 우즈가 골프방송 중계에만 나와도 팬들은 열광한다.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골프채널의 시청률이 상승한다. 그만큼 아직도 팬들은 우즈의 환상적인 샷과 다른 선수들이 못하는 액션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 우즈가 포효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1월26일 그 장면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히어로 월드챌린지 대회를 통해 복귀전에 성공한 우즈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총상금 690만 달러)에 출전한다고 팬들에게 약속했다. 물론 지난해 이벤트 대회에서 복귀에 성공했지만 PGA 정규투어는 아니었다. 1년 만에 출전하는 우즈는 정규투어에서 첫 우승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회 개최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라호야의 토리 파인스 골프클럽은 우즈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 우즈는 정규투어에서 이 골프코스를 먼저 선택했다. 우즈는 이 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에서만 8승을 올렸다.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만 4년 연속 우승을 포함해 7차례나 우승컵을 안았다. 2008년 이 골프코스에서 개최된 US오픈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우즈는 아마추어 시절인 16살 때인 1992년 이곳에서 열린 닛산오픈에 출전한 이후 25년간 메이저대회 14승을 포함해 PGA투어 통산 79승을 올렸다.

 

우즈는 “리비에라로 다시 돌아오게 돼 매우 흥분된다”며 “아주 오랫동안 리비에라에서 경기를 하지 않았다. 이곳은 주니어, 아마추어, 토너먼트를 하는 선수로서 경기를 해 왔던 곳이며 꿈을 이룬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즈는 토리 파인스 말고도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이 열리는 베이힐 클럽,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셜 개최지 파이어스톤 컨트리클럽도 좋아한다. 우즈는 이 두 곳에서도 각각 8승씩을 올렸다. 이들 3개 골프코스도 토리 파인스처럼 우즈에게 ‘텃밭’이다.

 

2017년 12월30일 히어로 월드챌린지 대회 1라운드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16번홀에서 티샷한 공을 바라보고 있다. © 사진=AP연합

 

허리 부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우즈

 

이에 앞서 지난해 이벤트 히어로 월드챌린지에 출전했던 우즈는 4일 동안 한 번도 허리 통증을 느끼지 않았고, 4라운드 72홀을 가볍게 완주했다. 특히 드라이브 거리를 300야드 이상 날리며 전성기 때의 샷 감각을 발휘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1월 우즈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출전했으나 컷오프됐다. 유러피언프로골프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는 1라운드 후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기권했다. 지난해 4월 허리수술 이후 우즈는 필드 복귀를 위해 재활과 치료에 전념했다.

 

우즈는 올 시즌 정규투어 데뷔전을 앞두고 쉬는 동안 낚시를 하며 망중한을 즐겼다. 우즈는 강태공으로 변신해 1m가 넘는 대형 물고기를 낚았다고 자랑했다. 우즈는 자신의 트위트에 ‘나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며…이렇게 큰 고기를 잡아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우즈는 1975년 12월30일생으로, 지난해 12월30일로 만 42세가 됐다.

 

우즈는 “올해는 매우 낙관적으로 생각하며 멋진 일들만 일어나길 바란다”며 “새 시즌은 꽉 채운 스케줄로 경기를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어 1년 만에 정규투어 출전을 확정 지었다. 우즈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2월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드 리비에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제네시스(총상금 720만 달러)에도 출전한다. 이 대회는 우즈재단이 주관한다.

 

우즈는 섹스 스캔들 이후 제대로 망가진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팬들은 우즈의 그린 복귀에 목을 매고 있다. 세계 그린을 주름잡던 잭 니클라우스(미국), 아널드 파머(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공), 닉 팔도(잉글랜드), 그렉 노먼(호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그린을 누볐지만 우즈의 샷에 팬들은 목말라 하고 있다. 골프판 마이클 조던(미국)인 셈이다.

 

우즈는 지난해 파머스 인슈어런스를 통해 17개월 만에 복귀했지만 아쉽게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후 유러피언프로골프(EPGA)투어 두바이 데저트 챌린지에서는 허리 통증이 재발해 기권했다. 그리고 팬들의 실망 속에 필드를 떠나야 했다. 물론 우즈가 그린을 떠난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우즈는 1996년 데뷔 이후 이듬해 세계프로골프 랭킹 1위에 올랐다. ‘골프지존’으로 등극했지만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무릎과 허리수술을 8번이나 받아야 했다.

 

우즈는 2008년 무릎 부상으로 골프선수로는 결코 짧지 않은 공백기를 겪어야 했다. 그동안 영광과 부상을 맞바꿔야 했던 것이다. US오픈 출전을 앞두고 의사가 휴식을 권했으나 이를 어기고 강행군을 펼친 것이 화근이 됐다. 연장 18홀까지 치르는 사투 끝에 정상에 올랐지만 8개월간 그린을 접어야 했다. 2009년 3월 복귀한 우즈는 “언제 내가 왜 그런 거지?”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정상에 올랐다. PGA투어 6승을 달성한 것이다. 몸은 단단해졌지만 사생활은 엉망이 돼 갔다. 우즈는 그해 11월 섹스 스캔들에 휘말려 끝을 알 수 없는 길고 긴 터널에 들어갔다.

 

2010년 4월 마스터스를 통해 복귀했지만 성적은 밑바닥이었다. 2년간 우승 없이 한숨의 세월을 보냈다. 그래도 팬들은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목 부상과 발목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기권도 두 번이나 했다. 그러나 우즈는 2012년 다시 지존으로 거듭났다. 2005년 21경기 이후 무려 19개 대회에 출전한 데다 3승을 올렸다. 2013년에도 우승타이틀을 5개나 손에 쥐며 활짝 웃었다. 그러나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2014년 3월 첫 허리수술을 받았다. 선수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수술이었다. 이후 3년간 3차례나 더 허리수술을 받아야 했다. 2016년에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단 한 차례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우즈 최대의 ‘흑역사’였다.

 

16살 때 닛산오픈에 아마추어로 첫 출전한 타이거 우즈 © 사진=PGA 제공

 

생후 8개월 때 아버지 스윙 지켜본 우즈

 

믿겠는가. 우즈를 골프선수로 키우려고 아버지가 골프를 배웠다는 사실을. 물론 아버지는 군 출신이다. 우즈가 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을 때는 골프와 전혀 관계가 없었다. 그렉 노먼을 가진 엄마는 핸디캡 3의 유명한 아마추어 골퍼였고,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는 골프장에서 태어났다.

 

특별한 인연도 없는 우즈가 전 세계 골프계를 평정했을 때 그 자체가 놀라움이었다. 그런 우즈도 준비된 선수였다. 생후 8개월 때 의자에 앉아 아버지의 스윙을 지켜보던 우즈. 그의 첫 번째 골프 선생인 듀런이 4살 때의 우즈를 보고 한 말이 있다. “저는 놀라 나자빠질 뻔했다. 믿을 수 없고, 두려웠다. 어드레스 자세도 완벽하고 클럽을 백스윙의 정점까지 완벽한 자세로 올린 후 볼을 하나씩 쳤다”며 “꼭 모차르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말처럼 우즈는 천재적인 감각을 타고난 것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타이거 우즈가 올 시즌 롱런과 함께 부상 없이 메이저 대회, 특히 마스터스에서 우승하기를 팬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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