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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박용택 “인간적으로 성숙해져야 야구의 깊이 더해진다”

3000안타 기록 달성 앞둔 ‘LG의 전설’ 박용택 “스무 살 차이 후배들과 끊임없는 경쟁 통해 살아남아야”

이영미 스포츠 칼럼니스트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3(Sat) 16:30:00 | 1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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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개 구단 분위기가 젊은 선수들 위주로 가고 있는데, 그런 가운데서 내가 내년(2018년)에 마흔이 된다. ‘불혹’은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하더라. 나는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내년에도 LG를 이끌어 팬들에게 보답하겠다.”

 

지난해 12월13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렸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박용택(LG)은 수상 소감으로 자신의 나이를 거론했다. 불혹(不惑)을 당당히 밝힌 것이다. 1979년생인 박용택의 만 나이는 39세. 한 살이라도 줄이려고 만 나이를 언급하는 사람들과 달리 박용택은 처음 경험하는 40대를 공개하면서 흔들림 없이 팀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002년 LG 트윈스에서 프로에 데뷔한 박용택은 LG의 암흑기를 지탱해 온 트윈스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LG의 심장이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6년 연속 150안타 이상을 기록했고, 9년 연속 타율 3할을 찍게 되면서 올해 신기록인 10년 연속 3할에 도전한다. 2017 시즌에는 타율 0.344(509타수 175안타) 14홈런 90타점으로 베테랑의 가치를 증명했다.  

2018년 1월3일 잠실야구장에서 올 시즌 LG의 주장으로 팀을 이끌게 될 ‘전설’ 박용택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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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의 골든글러브 시상식 수상 소감이 인상적이었다. 굳이 불혹의 나이를 언급한 이유가 무엇인가.

 

“전체적인 야구판의 흐름이 젊은 선수들 위주로 흘러가는 게 안타까웠다. 베테랑들도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역할들 말이다. 그런 부분이 너무 저평가되는 것 같았다. 만약 수상하게 된다면 내 생각을 전달하고 싶어 미리 준비했다.”.

 

 

개인적으로 네 번째 골든글러브 수상이었다. 처음엔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다가 이번에는 지명타자 부문으로 수상했다(2009, 2012, 2013년 골든글러브 외야수 부문 수상).

 

“나중에 보니까 골든글러브 상패 사이즈가 작아졌더라. 부모님이 그 상패를 보고 싶어 하셔서 1월1일 새해 인사드리러 갈 때 챙겨가려고 열어 보니까 이전에 받았던 외야수 골든글러브와 차이가 났다. 처음에는 글러브가 잘못 온 줄 알았다. 잠시 후 아차 싶더라. 이번에 받은 건 외야수로 받은 게 아니라 지명타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러브 사이즈가 줄어든 것이다.”

 

 

지명타자는 수비를 안 보는 건데 어떤 글러브를 받은 건가.

 

“아마 투수가 사용하는 글러브 사이즈였던 것 같다.”

 

 

요즘에는 박용택이란 이름 앞에 ‘전설’ ‘심장’ 등의 수식어가 달린다. 선수로선 영광스러운 타이틀 아닌가.

 

“나이를 먹으면 그런 타이틀이 붙기 마련이다. 최근 내가 변했다는 걸 느끼게 된다.”

 

 

무엇이 변했나.

 

“말수가 부쩍 늘었다. 이전에는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야구적인 면에서는 에이징 커브(Aging Curve·나이에 따른 신체 능력과 변화)가 다른 선수들과 차이가 있다. 반대로 올라간다. 그 점은 좀 뿌듯하다. 지금보다 어릴 때, 피지컬적으로 단단했을 때, 그때 좀 더 야구를 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나이가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100배는 더 열심히 했다. 길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했지만 좋은 결과를 얻진 못했다. 인간적으로 성숙해져야 야구의 깊이가 더해진다는 걸 느꼈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현실과 부딪히고 싸우면서 성장한 부분도 있다. 젊은 나이에는 무조건 열심히만 했었다. 지금은 열심히 하는 것에 절실함이 덧입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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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박용택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하다.

 

“아내가 이렇게 말하더라.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고. 가식적이었다. 사람 관계에서도 그 가식을 버리지 못했다. 가식이 가식으로 이어지니까 어느 순간 내가 가식적인 사람이 되더라. 예전부터 날 지켜봤던 기자들, 심판 선배들이 ‘너 이전엔 싸가지 없었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까칠했고 예민했던 성격들이 결혼 후 아빠가 되면서 조금씩 둥글둥글해졌다. 사람들 눈치도 보고 조심스럽게 살면서 성격도 변한 것 같다. (이)병규 형이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한 시즌을 치른 후 상당히 부드러워졌다는 걸 느꼈다. 사회를 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원래 타협할 줄 모르는 스타일인데 이젠 타협할 줄도 안다. 이진영(38·kt)도 병규 형 과인데 지금은 병규 형이 이진영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아직 세상을 몰라. 아직 어려’라고. 시간은 사람을 변화시키기 마련이더라.”

 

 

비시즌 동안 LG 트윈스는 선수단의 대대적인 정리 작업을 벌였다. 리빌딩을 내세우며 베테랑 선수인 정성훈과의 재계약을 포기했고 손주인, 작은 이병규를 4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변화가 많았다.

 

“상당히 안타깝다. 아쉽고 서운하기도 했고. 다른 선수의 일이면서 내 일 같기도 했다. 그런 일들을 보면서 좀 더 독해지는 면도 있다. 이래서 야구가 재밌다. 야구를 스포츠로만 보면 안 된다. 이 야구에 인생의 다양성이 내재돼 있다. 어린 친구들은 내가 하는 말의 의미를 잘 모를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올해 KBO리그에 박용택을 포함해 우리 나이로 40대 선수는 5명이 남았다. 1976년생인 임창용(KIA)과 박정진(한화), 1979년생인 박용택과 박한이(삼성)와 이정민(롯데)이 마흔 문턱을 넘었다.

 

“한 가지 정정할 게 있다. 언론에서는 자꾸 (박)한이 형을 나랑 동갑으로 표기하는데 그 형은 빠른 79년생이다. 학년도 한 학년 위다. 대표팀에서 형이 방장이었다면 난 방졸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동갑내기가 될 수 있나. 이 부분은 꼭 수정해 줬으면 좋겠다. 지난번에 프로야구 선수협회 총회를 갔었는데 김태균, 이대호가 날 보더니 ‘어휴 이제야 우리가 인사를 하네요’라고 말하더라. 82년생인 그들이 내가 나타나기 전까지 계속 후배들로부터 인사를 받다가 나한테 인사하는 걸 두고 말한 내용이었다. 야구를 오래 하다 보니 이런 날도 생긴다. 스무 살 차이 나는 후배들과 함께 뛰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2225안타를 기록했다. 이 부문 역대 1위인 양준혁(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2318개에 93개 차로 다가섰다. 변수가 없다면 시즌 중반 무난히 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이 나이에도 야구를 계속할 때는 기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게 아니면 버티기 힘들다. 앞에서 말했듯이 어렸을 때는 지금보다 100배는 더 열심히 했다. 항상 다음 시즌이 기다리고 있고, 시간적인 여유와 미래가 준비돼 있을 때는 열심히만 하면 됐다. 지금은 열심히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무조건 결과를 내야 한다. 열심히 안 해도 된다. 단, 결과를 내야 한다. 그 점이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미 다른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내 목표는 KBO리그 최초의 3000안타를 달성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3000안타는 ‘명예의 전당’ 입성 보증수표다. 3000안타를 기록한 선수들 중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 못한 선수는 금지약물 복용으로 물의를 빚은 라파엘 팔메이로뿐이다. 3000안타를 치려면 1년에 150개씩 20년을 선수로 뛰어야 가능한 숫자다. 메이저리그에선 그 꾸준함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이 기록은 내 나이로 마흔네 살 정도면 달성될 가능성이 크다. 양준혁, 이종범, 이병규, 이승엽 선배 등이 모두 마흔세 살 이전에 유니폼을 벗었다. 내가 마흔네 살까지 뛰는 것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앞에 거론한 선배들과 날 비교했을 때 난 그들에 비해 임팩트 있는 야구선수가 아니었다. 그들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유일한 기록이 3000안타다. 3000안타를 기록했다는 건 험난한 프로야구 판에서 잘 살아남았다는 걸 의미한다. 팬들의 인정을 받았다는 자부심도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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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기록에 관심이 있는 편인가.

 

“내가 숫자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숫자에 연연했다가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난 시즌이 시작되기 전 내가 한 시즌 동안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다 적는다. 경기 수, 타석·안타 개수, 2루타는 몇 개를 치고, 3루타는 얼마나 나와야 하는지를. 또 타점, 득점, 출루율 등 나름의 목표를 적어본다. 그리고 시즌 중에는 그 숫자를 잊고 있다가 시즌 마치고 나서 시즌 동안 올린 성적과 미리 세웠던 목표들과 비교한다. 지금까지는 항상 목표와 결과가 달랐다. 모자랐던 것이다. 그래도 지난 시즌에 현대 야구에서 중요시하는 OPS(출루율+장타율) 9(0.903)를 찍었다는 건 만족한다. 그러나 지금도 풀리지 않는 숙제가 있다.”

 

 

어떤 숙제를 말하는 건가.

 

“야구에선 왜 4할 타자가 나오기 어려운 건지 잘 모르겠다. 10개 중 4개의 안타를 치면 되는 건데 10개 중 3개 치기도 어렵지 않나. 한동안 그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다.”

 

 

고민의 결과는.

 

“만약 우리가 70게임을 치른다면 4할 타자는 충분히 나올 수 있을 것이다. 144경기를 치르며 6개월 넘게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경기를 치르다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체력도 뒷받침되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숫자에 반영되지 않는다. 체력과 심리적인 부분들. 이런 걸 이겨내야 4할 타자가 나올 수 있겠다 싶다.”

 

 

야구가 숫자로만 채워지지 않는 이유들일 것이다. 박용택 선수와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자기 관리의 비법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9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고 6년 연속 150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하면서 팀의 중심축을 형성하는 비결이 무엇인가.

 

“난 가끔 술을 마신다. 가끔은 수면 부족일 때도 있다. 즉 금주를 선언하고 매일 충분한 수면을 취한다는 상식적인 방법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단, 체력과 심리적인 부분에서 내 야구에 장애 요인이 발생하지 않게끔 노력한다. 그게 내 관리다. 그리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믿지 못하겠지만 책을 읽는다. 주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에 관한 책들이다. 나이 마흔을 앞두고 ‘불혹’이란 단어가 궁금했다. 왜 불혹이라고 부르는 걸까? 누군가 그런 얘기를 했더라. 마흔 살이 되면 세상의 많은 유혹에 흔들릴 것 같아서 불혹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그 나이라면 아이들의 부모가 돼 있을 것이고, 그들의 부모는 이미 연세가 많아 건강에 위험을 안고 있을 것이고, 사회적으로 도전할 나이도 아닌 것이다. 여러 가지로 흔들릴 수 있는 나이니 마음을 잘 잡으라는 뜻이라고 하더라. 원래 난 책과 거리가 멀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 손에 책이 들려 있었다. 덕분에 자제하는 능력, 참고 견디는 힘, 안에서 삭히고 소화하는 기술이 늘어났다. 불혹이 되면서 얻게 된 인생의 지혜들이다.”

 

 

야구선수와의 인터뷰가 이토록 철학적일 수 있다는 걸 절감하는 중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스즈키 이치로(44)를 좋아한다고 하더라. 이치로는 자신의 등번호 51번처럼 51세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난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이치로가 좋다. 선수가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자꾸 타협하게 된다. 미리 은퇴 후를 준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양보하고 이해해야 하는 폭도 넓어진다. 난 그런 부분에 타협하고 싶지 않다. 내가 3000안타를 목표로 세웠다는 건 그 목표 달성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미다. 단순히 선수 생활의 생명 연장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그럴 마음도 없고. 농구선수 김주성과 친한 편이다. 그가 올 시즌을 마치면 은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그 내용이 ‘후배들을 위해 길을 열어준다’였다. 그건 프로의 자세가 아니다. 프로는 양보의 미덕이 있는 게 아니다. 스무 살 차이 나는 후배들과 끊임없는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 한다.”

 

 

지난 시간들을 곱씹어보면 박용택 선수의 야구인생도 결코 순탄치는 않았다.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2014년 말 당시 자칫 잘못했으면 LG를 떠날 뻔했었다. 구단에서 박용택 선수의 존재를 인정했기 때문에 재계약에 성공했다고 알고 있다. 햇빛이 쨍하고 뜬 날도 있었지만 비바람이 몰아친 날도 상당했다.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는 것 아닌가.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정답이 아닐 수도 있는 것이고.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부분이라면 잘 버텨내는 것이다. 누구의 평가가 아닌 스스로의 평가에 냉정한 잣대를 유지하면서 날 끊임없이 채근한다. 좋은 야구선수가 되자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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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에는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해외파들이 KBO리그로 복귀한다. 그중 김현수가 LG 유니폼을 입고 한 팀에서 뛰게 됐는데, 두산이 아닌 LG와 새로운 인연을 맺은 김현수의 등장이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나.

 

“김현수뿐만 아니라 황재균, 박병호보다 더 잘하고 싶다. 스포츠맨이라면 그런 투쟁심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수많은 유망주들이 꽃을 피우기도 지기도 한다. 한번은 그 차이가 무엇인지를 살펴봤다. 꽃을 피운 선수들과 그렇지 못한 선수들의 차이는 투쟁심이 많고 적음이었다. 정근우가 고려대 후배인데, 처음 근우가 야구팀에 들어왔을 때는 키도 작고 체격도 왜소해서 눈에 띄지 않는 존재였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편도 아니었고 송구 능력도 좋지 않았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다른 선수들한테 없는 근성이 대단했다. 뭘 해도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전해 줬다. 그게 정근우를 성장시킨 힘이었다. 근성과 오기가 없으면 이 판에서 살아남기 매우 힘들다. 올 시즌에는 김현수에게 자극받으면서 더 근성 있는 선수생활을 해 나갈 것 같다.”

 

 

비시즌 동안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면서 팬들의 비난을 자초했던 LG 트윈스는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가.

 

“이 질문의 답은 지금 할 수 없을 것 같다. 스포츠에선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LG의 다양한 변화가 결과를 내지 못했을 때는 비난을 받을 것이고, 그 반대의 상황이 된다면 리빌딩을 위해 감수했던 아픔들조차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기다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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