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주 내는 로열티, 인건비보다 많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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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진의 30~35% 로열티로 나가…CU․GS25 상생안에 로열티 언급 없어

 

편의점 점주가 주중 매일 10시간씩 일했을 때, 본사에 내는 로열티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폭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이 정부 자료와 업계 관계자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본사 측은 인건비 부담이 커진 가맹점주를 달래기 위해 상생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로열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아 내부적으로 불만이 나오고 있다.

 

편의점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 매출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CU·GS25․세븐일레븐·미니스톱 등 편의점 ‘빅4’의 점포 면적 1평(3.3㎡)당 연매출은 평균 3030만원으로 나타났다. 국내 편의점 평균면적인 22평 기준으로 계산하면 6억6660만원 꼴이다. 월매출로 따지면 5555만원이다. 

 

이는 오롯이 점주 주머니에 들어가는 순이익과 거리가 멀다. 먼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마진)을 구해야 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1월9일 “편의점 업계의 마진율은 대략 27%”라고 말했다. 이를 적용하면 한 달 매출총이익은 약 1500만원으로 추산된다.

 

인상된 최저시급 7530원이 적용된 이틀째인 1월2일 서울시내 한 제과점에 아르바이트 모집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알바 권익 단체인 알바노조의 이가현 위원장은 최저시급과 관련해 "어제부터 인상돼서 아직 월급 한 번 안 받은 상황이고 해고 등의 사례는 접수한 바 없다"며 "보수세력들이 '최저임금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식의 프레임을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사진=연합뉴스

 

점주가 매일 10시간씩 일하면, 인건비 비중 29.7%

 

이 가운데 점주는 일정 비율을 본사에 로열티로 내야 한다. 빅4 편의점은 모두 로열티를 받고 있다. 그 비율은 브랜드와 영업시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업계 1위인 CU를 기준으로 하면, 점주가 점포를 24시간 운영하고 임대료를 직접 낼 경우, 로열티는 매출총이익의 30%다. 영업시간을 줄이면 그 비율이 35%가 될 수도 있다. 즉 나머지 65~70%가 점주의 영업이익이 된다. 

 

여기서 인건비와 임대료, 관리비 등을 빼야 순이익이 나온다. 그럼 이번 달(31일) 점주의 인건비 부담은 얼마나 될까. 점포를 주중·주말 상관없이 하루 24시간 운영한다고 치자. 주중(23일)에 점주는 매일 10시간씩 근무하며, 나머지 시간은 알바생 2명이 맡는다. 주말(8일)엔 다른 알바생 3명이 번갈아 일한다. 

 

알바생들에게 이번 한 달 동안 줘야하는 임금은 2018년 최저시급(7530원)을 적용했을 때 총 368만 9700원이다. 주휴수당까지 고려하면 77만1072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편의점 4대 보험 미가입률이 87.6%(알바노조 2017년 9월 조사)인 점을 고려해 보험료는 제외했다. 그러면 인건비가 모두 해서 446만원이 들어간다. 점주 매출총이익(1500만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7%다. 30~35%의 로열티보다는 낮은 것이다. 

 

 

임대료 추정 비중은 11.4%…결국 로열티 비중 최고

 

만약 점주가 가족과 함께 주말 운영만 담당한다고 가정해보자. 점주 본인은 주당 법정 최대 근로시간인 40시간보다 덜 일할 수 있다. 대신 주중 운영은 알바생 3명에게 맡긴다. 그러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들어가는 인건비는 대략 488만원이다. 그 비중은 매출총이익의 32.5%로 올라간다. 로열티와 비슷한 수준이다.

 

임대료 비중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해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지역과 점포 크기마다 임대료가 제각각이고 가맹점주도 공개를 꺼리기 때문에, 협회에서 갖고 있는 자료가 없다”고 했다. 

 

대신 시사저널은 한국감정원의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전국 상업용 부동산(오피스, 상가)의 평당 월 임대료 평균치를 산술적으로 구해봤다. 그 결과 약 7만8000원이 나왔다. 편의점 평균면적(22평)을 기준으로 하면 월 임대료를 대략 172만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매출총이익의 11.4%에 해당하는 액수다. 

 

종합해보면 점주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지출항목은 로열티로 분석된다. 30~35%로 정해진 로열티 비율은 계약조건이기 때문에 조정이 힘들다. 인건비도 매출총이익에서 30% 내외를 차지하고 있긴 하다. 다만 인건비는 점주가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16.4% 인상된 지 일주일이 된 1월7일 오후 서울 중구 무인화 편의점인 이마트24 조선호텔점에서 한 시민이 물품을 구입하고 있다. 최근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 무인주문기 도입 매장이 확대되고 점원이 아예 없는 무인편의점과 무인주유소도 늘어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 세븐일레븐, 가맹점 로열티 1% 내린 것과 비교

 

이와 관련, 편의점 ‘빅2’인 CU․GS25는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점주들과의 상생안을 발표했다. 점주의 최저수입을 보장해주고 전기료를 지원한다는 방안 등이다. 하지만 로열티를 줄이겠다는 내용은 없다. 내놓은 상생안마저 점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최종열 CU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1월10일 “상생안은 신규 점포에 대한 지원 위주고, 기존 점주들이 보는 혜택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편의점주가 중압감을 느끼는 건 맞지만, 결론적으로 점주의 이익을 높여줄 수 있는 방법은 로열티 인하”라고 강조했다. 김태훈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사무국장은 “인건비가 올라 편의점주가 힘들다는 주장은 언론의 프레임”이라며 “로열티나 카드 수수료 등을 줄여주면 인건비 인상분이 상쇄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일본 편의점 업계 1위인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9월 가맹점에게 받는 로열티를 1% 내렸다. 본사측은 이번 결정에 따라 영업이익이 연간 160억엔(1525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로열티를 조정한 배경과 관련해 2017년 4월 보도자료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사회보장 수혜자가 많아지는 등 고용환경이 나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올해 최저시급을 작년보다 3% 올린 848엔(8080원)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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