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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H&M, 가장 ‘스웨덴스러운’ 기업 될 수 있나

H&M의 화려한 성공 이면엔 노동착취·환경오염 등 짙은 그늘

이석원 스웨덴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1(Thu) 20:01:00 | 1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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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남녀의 집합소’ 스웨덴 젊은이들이 가장 흔하게 입고 다니는 옷은 H&M이다. 합리적이면서 저렴한 가격과 빠른 트렌드 반영을 통한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의 대명사. 그래서 스웨덴이 자랑하고 스웨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SPA(의류 기획·생산·판매까지 총괄하는 의류 전문점) 선풍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H&M은 교묘한 공장 운영을 통한 아시아 빈국 아동들의 노동착취와 대량생산 후 대량 폐기로 인한 환경 파괴 등 가장 논란이 많은 패션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 몇 년간 H&M의 저가 마케팅이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이라는 얘기가 스웨덴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H&M의 역사는 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구류 유통업자였던 얼링 페르손은 1948년 스톡홀름에서 서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베스테로스(Västerås)에 여성 의류 전문 회사인 ‘헤네스’를 설립하고 미국에서 본 빠르고 간편한 소비 심리를 비즈니스에 적용한다. 이게 H&M의 시작이다.

 

값싸고 간편하면서도 신상품의 회전이 빠른 ‘헤네스’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후 1968년 페르손은 남성 의류업체 ‘마우리츠 위드포르스’를 인수한다. 그리고 회사 이름을 ‘헤네스&마우리츠’로 바꾸는데, 머리글자만 따 지금의 ‘H&M’이 된 것이다.

 

아들 스테판 페르손은 H&M 시장을 외국으로 넓혀 나갔다. 영국 런던에 처음 H&M의 해외 매장이 생겼고, 2009년부터 얼링 페르손의 손자인 칼 요한 페르손이 경영을 맡았다. 그 후 현재까지 H&M 매장은 전 세계 50여 개 나라에 걸쳐 4500개에 이른다. 매년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하는 ‘세계 글로벌 브랜드 가치 순위 100’에서 H&M은 이케아, 스카니아, 볼보, 에릭손 등보다 순위가 앞선다.

 

H&M의 새로운 제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해 출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단 3주에서 최장 5개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스페인의 ‘자라’나 일본의 ‘유니클로’보다 빠르다. 200여 명으로 구성된 본사 디자인팀이 새로운 제품 디자인을 만들면 아시아 등에 있는 800여 개 공장에서 최고 속도로 제품을 생산한다. H&M이 갖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속도’인 셈이다.

 

저렴한 제품이라고는 하지만 디자인에 있어서는 스웨덴의 실용주의를 담은 북유럽 스타일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 과장을 보태자면, ‘모든 스웨덴 사람들은 H&M을 입는다’는 얘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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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속도’

 

그러나 H&M의 화려한 성공 뒤엔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지난 2~3년간 스웨덴 내부는 물론 세계의 수많은 언론은 H&M의 아시아에서의 노동착취에 대해 연이어 고발해 왔다. 2017년 9월 스웨덴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캄보디아 의류 공장의 비밀》에선 H&M 캄보디아 공장에 직접 찾아가 한 달에 128달러를 받고 옷을 만드는 젊은 스웨덴 여성 노동자 4명의 모습을 고발하기도 했다.

 

비슷한 무렵 스웨덴에서 출간된 《패션의 노예들》이란 책에선 미얀마의 14세 소녀가 하루 3달러를 받고 12시간씩 H&M 공장에서 일하는 현장을 폭로해 아동 노동착취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물론 ILO(국제노동기구)가 규정한 아동의 기준이 만 14세 미만이기 때문에, 이 폭로 내용이 아동 노동착취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왔다.

 

스웨덴 인권단체들은 H&M이 아시아에 세운 공장들을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더 강하게 비판했다. H&M이 스스로 ‘직접 공장을 운영하지 않아 아시아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홍보하는 것이 실은 아동 노동착취의 비판을 교묘하게 피하고 저임금 노동을 지속하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규모 폐기 문제도 H&M이 벌이는 심각한 사안 중 하나로 꼽힌다. 대규모 폐기가 대부분 소각에 의존하는 만큼, 그에 따른 환경오염이 극심하다는 것이다. 또 이런 대규모 소각이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에서 이뤄진다는 사실도 많은 이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H&M 측 “노동 문제 개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H&M 본사 관계자는 “우리는 공급업체가 고용한 사람들에게 160만 개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며 “우리 옷을 만드는 사람들은 대우를 받아야 하며, 공정한 임금과 좋은 노동 조건을 제공받아야 하고, 또한 모든 섬유 노동자가 임금만으로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곧 우리의 비전”이라며 반박했다.

 

H&M의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 내 ‘지속 가능성 부서’에서 노동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실제 H&M은 아시아 등의 계약 공장들에 제시하는 노동 조건 규약이 엄격히 마련돼 있고, 만 14세 미만의 아동을 고용하는 공장에 대해선 계약을 항구적으로 취소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들이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기업의 윤리를 감시하는 비영리기구 ‘기업과 인권 리소스센터(BHRRC)’는 2017년 터키에 있는 28개 브랜드의 공장에서 시리아 난민들이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섰다. 그 결과, 난민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업체는 매우 드물었는데, 거의 유일하게 H&M이 난민 아동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이 단체가 밝히기도 했다.

 

환경 파괴 논란에 대해서도 H&M은 지속적인 노력의 흔적을 보여준다. 2017년 5월 덴마크 코펜하겐 패션 서밋(summit)에서 H&M은 물을 적게 사용해 만들 수 있는 청바지나 재사용 원료를 사용한 패션, 그리고 쓰레기를 줄이는 새로운 공법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해마다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내며 헌옷 수거와 의류 재활용 사업, 현지 생산공장과의 공정한 계약에 대한 정보도 공개하고 있다.

 

합리적이며 저렴해 가장 ‘스웨덴스러운’ 패션의 대명사가 된 H&M. 그러나 아동 노동착취나 환경 파괴에 대한 전 세계 시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예리하다. H&M이 이러한 비판들을 극복하고 ‘자연과 환경의 나라 스웨덴’을 가장 대표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지 감시와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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