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장밋빛, 부동산시장은 안갯속
  • 송준영·최형균 시사저널e. 기자 (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18.01.11 09:00
  • 호수 1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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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코스피 3100도 간다”…부동산, 침체기조 속 양극화 심화 가능성도

 

새해를 맞은 국내 증시에 장밋빛 전망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증권사가 내놓은 올해 지수 전망치를 종합해 보면, 코스피는 최저 2250, 최고 3100포인트 선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반면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새 정부가 잇달아 투기 규제 대책을 내놓으면서 특히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 정부와 시장의 힘겨루기가 팽팽하게 전개되는 등 다소 유동적이다. 2018년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전망을 전문가들을 통해 들어본다.

 

1월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18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 세 번째)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 네 번째) 등이 개장 신호를 누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코스피 ‘3100’, 코스닥 ‘1000’…기대감 팽배

 

증시 전문가들이 코스피 최고치로 예상한 3100선은 지난해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2561.63)에서 21% 높은 수치다. 800포인트 선에 올라선 코스닥 지수도 향후 1000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수 상승을 점치는 주요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 자리하고 있다.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전체적으로 늘게 되면 그 수혜를 국내 상장사가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다. 특히 지난해 증시를 이끌었던 전기전자 업종 등 수출산업이 올해도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증시의 위험요인에는 세계 각국 간 무역 분쟁 가능성, 선진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축소 움직임 등이 꼽힌다.

 

지난해 국내 증시는 한 단계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새로운 기록을 쏟아낸 까닭이다. 코스피는 박스피(boxPI·코스피가 1800~2100선 사이에 머무르는 현상)를 뚫고 장중 사상 최고치인 2561.63까지 도달했다. 1983년 지수 산출 이후 처음으로 8개월 연속 상승이라는 진기록도 썼다. 코스닥 지수도 2007년 11월7일 이후 10년 만에 장중 800선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새해 증시도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올해 코스피가 3100까지 오를 것이라 내다봤다. 지난해 코스피 연중 최저점에서 최고치까지 상승률이 26.6%였던 것을 감안하면, 비슷한 상승세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셈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하나같이 밝은 전망을 내놨다. 신한금융투자는 새해 코스피 지수 예상 범위로 2250~2800을 제시했다. 하나금융투자와 SK증권은 각각 2350~2900, 2400~2850을 예상했다. 하이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연간 최고점으로 각각 2830, 2940을 제시했다. 교보증권과 KTB투자증권은 예상 최고치가 2800으로 같았다. 외국계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3000선 진입 가능성을 높게 점쳤고, 골드만삭스는 지수가 2900선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 모두 지난해 장중 최고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증권사들은 코스닥 지수도 견조한 상승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KB증권은 증권사 중에서 가장 높은 1000까지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새해 코스닥이 660〜880선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새해 지수 상단을 각각 850, 900선으로 예측했다.

 

지수 상승을 긍정적으로 보는 배경에는 국내외 경기 회복세가 있다. 실제 해외 기관이나 외국계 증권사들은 무역 여건 회복에 따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높게 잡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공통적으로 새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7%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초에 발표한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높인 수준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새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4%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경제 역시 새해 최대 3% 성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부는 지난해 12월27일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실질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3% 수준으로 전망했다. IMF·OECD를 비롯해 국내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등도 국내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보여 연간 3% 성장률 달성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2017년 7월2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마감가를 확인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세계 경제 회복 흐름, 국내 상장사에 긍정적

 

이 같은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국내 상장사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은 결국 수출 업종을 비롯해 코스피 상장사의 전체적인 매출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나아가 상장사의 이익 창출 안정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국내 증시는 그동안 저평가됐던 부분이 완화돼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에 위험 요인도 존재한다. 이경민 팀장은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물가 등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새해 하반기에는 미국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부당한 무역관행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로 인해 트럼프발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새해 부동산시장은 섣부른 전망을 어렵게 할 정도로 다소 유동적이다. 올해 주택시장은 투기대책을 포함한 보유세 인상 논의, 역대 최대 입주 물량이 변수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재산세로 구성된 보유세는 정부가 그동안 신중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인상을 검토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청와대 측은 지난해 말 “이르면 2018년 상반기 중에 보유세 등 부동산 과세체계 정상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논의할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설치한다는 계획을 수립하는 등 보유세 인상 로드맵이 구체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6월 지방선거 전 보유세 중 특히 다주택자를 표적으로 한 종부세 인상 방안이 발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종부세 대상자인 다주택자의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종부세는 2주택 이상 보유 시 공시가격 합산이 6억원이거나 또는 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주택 한 채 소유자에게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별도 과세 기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주택을 많이 보유한 이들이 받을 타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다주택자들이 더 많아질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와 양천구의 아파트 거래량이 전월 대비 각각 70.5%, 51.21% 늘어 서울 25개 구 중 증가율 상위 1·2위를 차지했다. 집값도 크게 올라 연초 대비 해당 지역 소재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97㎡와 목동신시가지14단지 전용 71.4㎡ 매물은 1억원 이상 매매가가 치솟았다. 주변 단지와 해당 단지의 재건축 기대감으로 인한 시세차익이 종부세 과세로 인한 출혈을 넘어설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발표된 임대사업자 등록방안의 혜택이 크지 않다. 이에 다주택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들의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 자금력이 있다면 인기 있는 단지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해 보유하고, 대출을 끼고 사거나 인기가 없는 지역 주택은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이 과정에서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상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7년 5월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재건축 아파트 단지(공사중) © 사진=연합뉴스

 

보유세 인상 초읽기…역대 최대 입주 물량

 

올해 전국 입주 물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44만255가구에 이른다. 노태우 정부가 지난 1988년부터 실시한 ‘주택 200만 가구 공급계획’에 따라 역대 최고 물량을 쏟아냈던 1990년대 연간 입주 물량을 웃도는 공급량이다. 특히 올해 입주 물량의 36.8%가 몰린 경기권은 역전세난(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것)마저 예상되는 상황이다. 입주 물량이 몰린 동탄2신도시 등에선 벌써 이런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입주를 시작한 ‘동탄2신도시 센트럴 푸르지오’ 전용 59.34㎡ 전세매물 2개는 지난해 12월 각각 2억3000만원과 2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연초 해당 평형 중층 매물이 2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시세가 떨어졌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경기도의 경우, 입주 물량이 많이 몰려 전세·매매 가격이 일부 조정될 것”이라며 “특히 물량이 쏠린 지역은 국지적으로 부동산시장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 부동산시장은 전반적으로 약세 기조가 점쳐진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역에 따라서는 침체가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도입, 양도세 중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도입, 역대 최대 입주 물량 등의 악재가 한꺼번에 밀어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보유세·양도세 인상 등으로 거래급감은 물론 거래절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침체기에도 서울·세종·부산·대구 등 지역은 상승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주거여건 상향에 대한 욕구, 개발호재 등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시장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 원장은 “서울의 경우 강남과 4대문 내 지역, 용산 등은 직주근접, 한강변 개발, 용산재개발 프로젝트, 교통 확충 등으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며 “세종시는 꾸준한 인구 증가, 부산 해운대구와 대구 수성구는 부촌이니만큼 주거환경 상향 욕구가 커 (침체기에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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