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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로에서] ‘교만한 자기소개’로 나 자신을 알자

박영철 편집국장 ㅣ everwin@sisajournal.com | 승인 2018.01.12(Fri) 16:01:00 | 1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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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이런저런 각오가 많을 것이다. 개인 차원과 조직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방식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교만한 자기소개’라는 방식이다. 몇 년 전 친구가 오라고 해서 참석했던 모임의 주재자한테 배웠다. 요령은 간단하다. 이 모임의 참석자들은 최대한 교만하게 자기를 소개하면 된다. 얼마나 교만하게 해야 하느냐? 듣는 사람이 역겨워서 토가 나올 정도로 “나 잘났어” 하면 된다.

 

일례를 들어보자. “나는 한자를 한 번만 보면 안 잊어버린다. 전생에 동이족 장군이었기 때문이다. 중2 여름방학 직전에 무협지에 입문해서 고3 5월까지 읽다가 이러다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에 못 가겠다고 정신이 번쩍 들어 무협지 던져버리고 그때부터 처음으로 하루 종일 공부만 했다. 그래서 체력장 20점 만점에 제일 꼴찌 점수인 16점을 맞고도 전국 등수 50등 안에 들어 서울법대를 굴러들어갔다. 그때 서울법대 정원은 364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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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은 우리 사회 관행에는 안 맞다. 안 맞는 정도가 아니라 정반대다. 한자문화권인 한국 사회에선 겸손이 최고 미덕으로 치부돼 왔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엔 거부감이 컸다. “아니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는데 무슨 이런 짓거리를!”

 

그러나 이 모임에 여러 번 나가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교만한 자기소개를 듣고 내가 몰랐던 상대방의 장점 내지 특기를 알게 된 것이다. 심지어는 내가 꽤 잘 안다고 생각했던 멤버의 숨은 재능을 알게 돼서 깜짝 놀란 적도 적지 않았다. 여러 번 놀란 후에는 반성도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을 좀 안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그 사람 얼굴과 이름밖에 몰랐구나.”

 

이 방식을 제안한 사람은 지금 공기업의 임원으로 있다. 그는 필자에게 “이 방식을 도입한 후 조직이 좋은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어떻게 바뀌었느냐 물었다. “이렇게 했더니 서로가 몰랐던 구성원들의 장점을 알게 돼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정서적 유대감도 강해졌다”고 한다.

 

‘교만한 자기소개’는 잘난 사람들의 전유물도 아니다. 나는 잘난 게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온 사람도 이런 행사에 참석하게 되자 “내가 남한테 잘났다고 할 만한 게 뭐가 있나?” 하고 열심히 생각하게 되고 그 결과,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재발견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해도 도저히 잘난 대목을 찾지 못한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모임 주재자에 따르면, 이런 사람은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분발하게 된다. 그러니 조직은 이랬든 저랬든 잘되게 돼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12월에 자회사와 함께 송년회를 하면서 처음으로 이 방식을 도입해 봤다. 급격히 술잔이 돌면서 분위기가 산만해지는 바람에 소기의 성과는 달성하지 못했지만, 올해 기회가 되면 다시 이 방식을 시도해 볼 생각이다.

 

이 방식은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몹시 바람직하다. 한국인은 물론 인간은 겸손하지 않다. 겸손하면 좋지만 그건 이상에 불과하다. 괜히 마음에도 없는 겸손을 떠는 척하느니 차라리 이런 방식을 통해 근거 있는 자신감을 확보하는 게 낫다. 이런 사람이 늘어나면 우리 사회의 불의(不義)도 줄어든다. 모든 불의는 내가 실력이 없으니 이의를 제기하면 잘릴까봐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척하면서 넘어가는 데서 생기기 때문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속담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한, 대한민국의 발전은 요원하다.

 

올해는 우리 국민 모두가 ‘교만한 자기소개’를 통해 자신의 분수를 알고 실력이 모자란다 싶으면 분발하는 한 해로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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