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취임 첫해가 가장 중요하다”
  •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5 10:45
  • 호수 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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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지지율 급반등…“이례적인 현상”

 

2017년 12월16일 프랑스의 우파 일간 르 피가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오는 2월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불과 3개월 전 북한 핵 위기를 이유로 프랑스 대표팀의 올림픽 불참을 공공연히 거론하던 상황에 비춰 본다면 상황이 급반전한 셈이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반전이 있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의 지지율은 최근 57%까지 올랐다.

 

지지율 반등은 2017년 12월초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이폽(Ifop)이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12월 들어 50% 이상의 프랑스 국민들이 대통령 국정운영에 지지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달인 11월과 비교하면 6% 상승한 수치다.

 

물론 집권 1년 차의 대통령에게 50%의 지지율은 그리 높은 수치가 아니다. 그러나 취임 2개월 만에 당선 당시 지지율을 반 토막 내며 추락했던 그였기에, 이번 수치는 반전인 셈이다. 프랑스 주요 언론들 역시 하향곡선을 그리던 대통령 지지도가 급반등한 데 대해 ‘이례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기관 오독사(Odoxa)는 “전쟁이나 동거정부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추락하던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반등한 사례는 유일하다”고 분석했다.

 

2017년 12월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 변화 정상회의에 참석한 마크롱 대통령이 에펠탑이 뒤로 보이는 센강 유람선 위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프랑스 시민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 사진=AP연합

 

“집권당 지지층 91% 마크롱 지지”

 

지지층 분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사회보장분담금(CGS) 인상에 크게 반발했던 정년 퇴임층 가운데 55%가 대통령 지지 세력으로 돌아섰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노동자 계층에서도 8%의 상승폭이 나타났으며, 집권당 지지층에선 91%라는 압도적 지지로 결속력을 과시했다.

 

반전의 원인은 무엇일까. 프랑스 경제전문지 ‘레제코’는 이에 대해 “이전 대통령들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여론 조사를 실시한 이폽의 제롬 푸케 소장은 “대부분의 프랑스 국민들이 선거 이후 공약과 현실의 괴리라는 전형적인 장면을 예상했지만, 마크롱의 경우엔 달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17년 12월 중순 다시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여권 지지층 지지율은 94%까지 상승했으며 좌파 사회당(14%)과 우파 공화당(10%)은 물론 극우정당인 국민전선(7%)까지 서서히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정세도 마크롱에 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파리기후협정 탈퇴와 예루살렘의 이스라엘 수도 인정과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등 트럼프의 ‘막가파식 외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마크롱의 행보는 더욱 돋보였다. 그는 2017년 12월12일 미국을 제외한 세계 50여 개국 지도자들 앞에서 ‘파리기후협정 2주년 기념’ 국제회의를 주재했다. 프랑스 국민들의 기대를 한껏 충족시킨 것이다. 더구나 현재 유럽을 이끄는 사실상 리더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니만큼, 향후 국제무대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12월 여론조사에서 마크롱의 외교행보에 대한 우호적 평가는 73%로 압도적이었다.

 

지지율 상승기류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프랑스 라디오 ‘유럽1’은 마크롱의 지지율이 ‘추모의 파도’를 타고 57%까지 올랐다고 보도했다. 추모 열기란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작가 장 도르므송과 국민가수 조니 할리데이의 연이은 장례식을 일컫는 것이다. 고집스레 연필을 고집했던 노작가를 기리며 관 위에 연필을 올려놓은 대통령의 제스처나 문학적인 추도사는 프랑스의 예술원인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들의 찬사를 자아냈다. 샹젤리제를 통과하는 국민가수의 장례식을 직접 주관하던 그의 모습 역시 여론조사에서 호재로 작용했다.

 

그렇다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12월16일, 마크롱 대통령은 40번째 생일을 맞아 부인 브리짓 마크롱을 비롯한 가족, 지인들과 저녁 식사자리를 가졌다. 그런데 장소가 문제였다. 고성(古城)으로 유명한 투르 지역의 샹보르성(城)에서 생일파티를 가진 것이다. 취임 초기부터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꼬리표가 따르던 그로서는 논란의 빌미를 준 셈이었다. 대통령 의전을 담당하는 엘리제궁은 “샹보르성에서는 식사만 했을 뿐 숙박은 하지 않았으며, 식사비용도 1000유로를 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다. 내각의 수장인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2017년 12월 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 방문을 마치고 일본을 경유해 돌아오는 길에 35만 유로(4억500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전세기를 임차한 것이 드러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필리프는 당시 군용기를 이용할 수 있었음에도 야간 비행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전세기를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군용기는 텅 빈 채 프랑스로 돌아온 것 또한 알려져 논란에 불을 지폈다.

 

 

호화 생일파티 등으로 위기 맞기도

 

전세기 임대 논란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필리프의 지지도는 전달과 비교해 5% 상승한 56%로 마크롱과 함께 동반 상승 기류에 있었다. 마크롱 정부는 현재 대통령 새 전용기 구입 계획까지 보류하며 여론 무마에 주력하고 있다.

 

스페인 일간지 ‘엘문도’는 2017년 ‘올해의 인물’로 마크롱을 선정했다. 이를 기념해 엘문도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노동법 개혁을 중심으로 한 자신의 정국운영에 대해, “내가 서두르는 건 취임 첫해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뒤, “앞으로 18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같은 날 프랑스 정부는 실업수당 급여기준을 더 엄격히 적용하는 고용 관련 개정 방안을 발표하며 더욱 고삐를 당기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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