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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법원 판결, 허탈한 광물공사 직원들

‘광물공사 채용비리 사건’ 윗선 지시 정황 인정 않고 실무자만 법정 구속

박혁진 기자 ㅣ phj@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6(Sat) 11:00:00 | 1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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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 점검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의미 있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2017년 12월15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한국광물자원공사 공아무개 전 본부장(59)과 박아무개 처장(58)에게 각각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오아무개 처장(58)에게도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공 전 본부장 등은 광물공사 직원 채용이 공정하고 적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할 의무가 있었다”며 “그런데도 면접 점수를 조작해 직원을 채용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물공사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의 직원 채용과 관련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정당한 방법으로 취업을 하려는 취업준비생에게 박탈감과 상실감도 안겨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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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채용비리에 엄격한 잣대 적용

 

광물공사뿐만 아니라 관가(官街)에선 이번 재판부의 판결을 상당히 무겁게, 그리고 의외로 받아들이기는 분위기다. 검찰도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고, 구형량도 법원 선고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구속된 임원들은 선고가 이뤄지던 날 정상 출근했다가 법원으로 가면서도 자신들이 구속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공기관 채용비리에 대해 법원이 상당히 엄하게 처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광물공사 채용비리에 대한 법원 판결과 관련해 “채용비리를 지시했던 고위층에겐 책임을 묻지 않고, 실무진에게만 책임을 묻는 반쪽짜리 결과물”이란 주장도 광물공사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광물공사 채용비리는 고정식 전 사장 취임 직후인 2012년에 벌어진 일이다. 박 처장 등은 2012년 12월 금융전문가 분야 경력직원 채용 전형을 진행하면서 A씨를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평가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처장은 경력직원 채용 면접 결과 A씨가 탈락한 것을 알고 면접평가표 수정을 지시해 A씨의 점수를 올렸고, 그럼에도 A씨가 합격권에 들지 않자 가장 낮은 점수를 준 심사위원의 점수를 50점에서 75점으로 고쳐 결국 A씨를 최종 합격시켰다.

 

공 전 본부장은 2012년 3명을 뽑는 신입직원 채용 전형에서 특정인의 인성면접 점수를 만점으로 수정하라고 지시하는 등 순위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 전 본부장은 필기시험 성적이 가장 나빠 탈락하게 된 B씨를 뽑기 위해 채용인원을 3명에서 6명으로 증원하기도 했다. 당시 광물공사는 이들뿐만 아니라 국제변호사 채용 과정에서도 회사 고위층의 압력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내부에 파다하게 도는 등 유독 채용 관련 구설로 회사가 어수선했다.

 

2012년 말에 불거지기 시작한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3년 뒤인 2015년 말이 돼서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수사 이전에도 감사원 감사가 있었고,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됐다. 2015년 3월 감사원 감사 결과, 비리에 연루된 실무자들은 정직 1월·감봉 3월·근신 7일 등 징계를 받았다. 채용 과정에 부당 개입하고 결과를 조작한 당시 두 간부는 모두 ‘주의’ 조치만 받았다. 하지만 고 전 사장은 감사원 권고에 따라 징계를 내렸을 뿐, 이후 관련자들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에서 채용비리 건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직원들이 경징계만 받거나, 해당 보직을 유지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 공무원들의 일반적 견해다.

 

2015년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윗선의 인사압력이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이었던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공기업의 채용 과정을 내부방침으로 정해 놓고 고무줄처럼 운영했기 때문에 인사압력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영향력을 가진 임원들이 인사를 두고 뒷돈 거래를 한 것이 아닌지 의혹이 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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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자원개발 실패 비난, 남은 직원들 몫”

 

광물공사 현직 팀장은 시사저널 기자와의 통화에서 “직원 대부분은 당시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들이 승진을 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은 것은 고 전 사장을 비롯한 회사 최고위층이 이를 지시하거나, 최소 눈감아줬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상급기관인 산자부에서도 이를 문제 삼지 않은 것은 결국 당시 사장과 산자부 고위 관계자들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법정 구속된 인사들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윗선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 전 사장 등을 비롯한 2012년 당시 임원들이 증인석에 나와 하나같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지시가 없었다”고 부인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공 전 본부장 등은 여전히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피고인들을 질타했다. 일부 피고인들은 재판부가 자신들의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당시 상급자들도 모르쇠로 일관하자 법정에서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광물공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윗선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던 직원들의 잘못이 크지만, 공기업에서 상급부처나 회사 고위직의 지시를 거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지시도 대부분 구두로 이뤄지기 때문에 법원이나 검찰에서 여러 정황들을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자원개발 실패나 채용비리와 관련해 당시 이를 지시하고 추진했던 사람들은 무책임하게 떠나고, 비난은 고스란히 남은 직원들의 몫이라는 것에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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