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소원까지 치달은 가상화폐 거래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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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중단에 ‘멘붕’ 된 투자자들 “신규거래 빨리 열려라”

 

12월28일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규제정책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의 핵심은 기존의 가상계좌를 이용한 거래를 중단하고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 

 

지난달까지 가상화폐를 거래하려면 거래소에서 제공하는 가상계좌를 활용해야 했다. 가상계좌에 예치금을 입금한 뒤 이를 가상화폐로 트레이딩하는 식이다. 따라서 가상계좌 신규발급 중단은 신규거래 중단을 의미한다. 정부 당국은 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가상계좌 신규 발급과 기존 가상계좌 취급업자의 신규 회원에 대한 가상계좌 제공을 우선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의 특별대책 발표 이후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에선 즉시 신규거래 및 신규회원 가입을 중단했다. 새해 1월1일부턴 모든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가상계좌 신규 발급이 전면 금지됐다. 거래소 측에 따르면, 이는 실명확인 입출금 시스템 도입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업계에선 신규거래 재개까진 빠르면 20일, 늦으면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한다. 그때까지 가상화폐 거래로의 신규 진입이 사실상 차단되는 셈이다.

 

새해부터 가상화폐 거래 시장으로 신규 진입이 사실상 차단된다. 1월1일 서울 중구 빗썸 거래소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신규자금 유입 중단으로 시세차익 노리던 투자자 ‘실망’

 

12월30일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 규제정책에 대해 헌법소원이 하나 제기됐다. 정부의 발표 뒤 이틀만이다. 안국법률사무소의 정희찬 변호사(사법연수원 30기)는 “정부 특별대책으로 가상통화 거래에서 손해를 보고, 추가 가상계좌 개설을 못하게 됨으로써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와 더불어 개인과 기업이 자유롭게 거래할 권리도 빼앗겼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국내 가상화폐 관련 커뮤니티에서 이미 헌법소원 움직임이 있어왔다”며 “빠르면 다음 주 중으로 개인투자자들을 청구인으로 한 대규모 헌법소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12월28일 오전 정부의 가상화폐에 대한 특별대책 발표 직후 가상화폐 시세가 요동쳤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불과 40분 만에 2100만원 대에서 1860만원까지 떨어졌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검토’ 등 예상보다 수위가 센 발표안에 따라 일부 알트코인들 역시 폭락세를 보였다. 이 여파는 다음날까지 이어져 12월29일 대부분의 가상화폐가 전일 대비 10% 이상 떨어진 가격에서 거래가 이뤄졌다. 일부 거래소에선 정부 발표 직후 신규 가입을 중단하면서 가상화폐 시장으로의 신규 자금 유입이 멈췄다. 이에 가격 버블로 인한 시세차익을 노리던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정부의 규제가 실질적인 가피 폭락으로 이어지자 한 투자자는 “단지 가치가 폭등했다는 이유로 현 정부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이를 금지하려고 한다”며 불평을 토로했다. 

 

 

“남들 다 돈 버는데 나만 못 벌어”

 

30대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뒤늦게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하기 위해 12월30일 국내 거래소에 회원가입을 시도했다. 주변의 지인들이 “조금만 돈을 넣어도 용돈 정도는 벌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거래소에선 이미 신규거래가 중단된 이후였다. 그는 “거래소 신규가입이 빨라야 20일 전후부터 가능하다던데, 그러는 동안 기존에 가상화폐를 거래하던 친구들은 눈앞에서 돈을 벌고 있다”며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은 알지만 나만 가난해지고, 뒤처지는 것 같단 생각에 속상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1월1일 이전에 가상계좌를 발급받은 사람들은 이전처럼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하다. 다만, 거래소에서 실명제 시스템을 마련한 이후엔 실명 거래제로 전환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거래자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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