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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인간 수명 한계 115년 설(說)에 학계 술렁

“죽지 않는 인간이 나오거나 환경오염 등으로 수명 줄어들 수도”

노진섭 기자 ㅣ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01.02(Tue) 10:33:44 | 1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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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국제 과학저널 네이처에 인간 수명이 최고 142세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일반 쥐의 평균 수명은 2년을 조금 넘는 정도인데, 특정 약(라파마이신)을 투여한 쥐가 3년 넘게 살았다는 것이다. 이를 사람에게 적용하면 142년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 과학저널에 상반된 이론이 게재됐다. 인간 수명의 한계는 115살이며 이미 1995~97년에 정점을 찍었다는 내용이다. 인간 수명의 한계를 따질 때 중요한 점은 평균 수명보다 초고령 인구의 추세다. 70살 이상의 비율은 계속 증가하지만, 100년 이상 산 사람 비율은 갈수록 감소한다는 게 연구결과의 핵심이다. 얀 페이흐 미국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대 연구팀이 41개국의 수명 데이터(human mortality database)를 분석한 결과다. 기록상 오래 산 사람들이 대체로 115세를 전후해 사망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인간 수명이 1970~90년대 초까지 매년 0.15년씩 늘었지만 1997년 115년으로 정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1997년은 세계 공식 최고령자인 프랑스 여성 장 칼망이 122세로 사망한 해다.

 

그렇다고 115년 이상 사는 사람이 나올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최고령자가 122세였고, 그 이전 최장수자인 이탈리아인 엠마 모라노도 117년을 살았다. 다만, 인간 수명의 한계를 넘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페이흐 교수는 “각종 감염병과 만성질환을 이길 수 있는 의술이 개발되므로 평균 수명은 연장돼도 최대 수명은 늘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인간 수명 한계 115년 설’에 대해 유전학자들은 반론을 제기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인구학연구소의 짐 바우펠 교수는 “자료로 판단하건대 (인간 수명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그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120살 이상”이라고 반박했다. 시점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인간 수명의 곡선 기울기를 다르게 분석할 수 있다는 게 그 근거다. 또 학자들은 세계 높이뛰기 기록이 20~30년간 정체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도약하는 현상이 인간의 한계 수명에도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그프리드 헤키미 캐나다 맥길대 교수는 “인간 수명의 한계는 계속 높아질 것이며 2300년까지 최고 150년을 산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심지어 마르텐 로징 덴마크 코펜하겐대 교수는 사람의 절대적 수명의 한계는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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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의학 발전으로 인간 수명 연장

 

2000년대 초 인간 평균 수명은 85세를 당분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그 전망은 10년도 되지 않아 깨졌다. 2009년 일본 여성의 평균 수명은 86세에 도달했다. 이처럼 실제 인간 수명은 항상 예측을 뛰어넘었다. 유전자 복제, 생체 이식 기술이 발전하면 최고 수명이 아니라 평균 수명이 120세인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발표됐다.

 

이런 전망이 가능한 배경에는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노력이 있다. 현대인은 1만 년 전 사람과 유전학적으로 거의 달라진 점이 없음에도 생체 기관의 능력은 몰라보게 향상됐다. 키가 커졌고 두뇌도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도록 진화했다. 이는 과학과 의학의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음식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게 해 주는 전기와 냉장고가 발명돼 많은 질병을 예방했다. 살균과 정수, 폐수 처리 시설도 장수에 도움을 줬다. 조민우 서울아산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영국의학저널(BMJ)은 2007년 의사 3000명을 포함한 전문가 1만1000여 명이 참여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저널이 발간된 1840년 이래 인류 건강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의학계의 중요한 업적을 묻는 조사였다. 그 결과, 항생제, 마취, 백신, 유전자 이중나선 구조 발견 같은 노벨상 수상 업적을 제치고 ‘상·하수도’가 1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백신 개발로 감염병 발병도 줄었다. 충분한 영양분 공급으로 영양실조가 해결됐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암이 어느 정도 치유되고 성인병이 조절되고 환경 개선으로 노화가 늦게 진행돼 평균 수명이 늘었다. 이은숙 국립암센터 원장은 “수명이 연장된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목숨을 잃게 하는 질환의 치료법이 발달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인 암에 대한 치료법은 매년 개선되고 있다. 1993~95년 암 생존율이 41%에서 2010~14년 70%로 높아졌다. 과거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전이성 암이나 난치 암에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면역치료법의 대두가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미래에도 인간은 ‘불로초’를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스웨덴 노벨미디어는 2017년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다가오는 고령사회’라는 주제의 국제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인구통계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장 로빈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교수는 “지난 200년 동안 인류의 생존 곡선 그래프를 분석한 결과, 인류의 수명이 110세가 될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며 “이른바 ‘장수혁명’이 2015년부터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2015년은 인간이 142세까지 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던 해다.

 

 

노화 늦추는 최선책 ‘신체활동’

 

한국 노화연구 전문가인 박상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는 “유전자(DNA) 연구가 노화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며 “사람의 몸속에 있는 젊은 세포와 노화 세포의 차이점에 대해 명확히 알게 되면서 노화 시계를 되돌리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노화 세포에 줄기세포를 넣어 회춘시키는 연구가 동물실험에서는 벌써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과학과 의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전북 장수군에서 100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흡연율이 미미하고, 고지혈증, 당뇨, 중풍, 치매, 비만과 같은 만성질환 빈도가 낮다. 장수인은 신선한 채소와 과일, 콩, 해조류, 버섯, 생선 등을 골고루 섭취하며, 짜고 자극적이며 지방질이 많은 음식은 멀리하는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평소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일상생활에서 부지런히 활동하는 편이었다. 결국 100세 장수 비결은 좋은 유전적 영향과 더불어 바른 식습관과 긍정적이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심리적 행복감, 지속적인 신체활동과 같은 후천적인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노화란 세포가 늙기만 하고 새로운 세포를 만들지 않는 현상이다. 노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 조수현 중앙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수명 연장의 핵심은 노화를 늦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사람의 세포는 끊임없이 분열하면서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데, 세포의 분열 횟수는 제한적이어서 노화가 진행된다. 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현재로서는 운동(신체활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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