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아~ 가상화폐’ 정부 규제 두고 터져나오는 목소리들
  • 김경민 기자 (kkim@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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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규제, 미성년․외국인 거래 금지, 거래실명제 등 도입

 

“요즘 용돈벌이는 가상화폐로 한다. 큰 돈을 넣은 것은 아니지만 저한텐 큰 돈이다. 제가 어디서 이런 돈을 벌겠나.”

 

11월, 기자가 알게 된 박아무개 군의 입에서 ‘시세차익’과 ‘반등’, ‘폭락’과 같은 금융거래 용어들이 술술 나왔다. 중학생인 그는 2018년이면 17세다. 대학생 사촌 형을 따라 9월부터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했다. 주로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모든 암호화폐를 통칭하는 말)에 투자한다는 그는 ‘준 전문가급’이었다. 모아두었던 용돈 10만원이 그의 초기 투자자금이었지만, 2개월만에 그 돈은 70~80만원이 됐다. 그에게는 생애 처음으로 손에 넣은 목돈이었다.

 

제법 짧은 시간 동안 큰 돈을 벌어들인 그는 손에서 휴대폰을 떼지 못했다. 학교에 가서도 몰래 휴대폰을 숨겨놓고 쉬는시간마다 시세를 확인했다. 학원에 가서는 아예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책상 위에 놓고 가상화폐 거래소 창을 띄워놓은 채 수업을 들었다. 시세 그래프가 치솟았다 싶으면 보유 알트코인를 팔아 현금화하거나, 저평가된 다른 알트코인을 매도했다.

 

© 사진=EPA연합

 

2018년1월1일부터 미성년자 거래금지

 

하지만 2018년 1월1일부터 박군은 더 이상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없다. 미성년자는 국내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할 수 없다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서다. 12월13일 정부는 미성년자들에게 가상통화(가상화폐) 계좌개설을 금지하는 거래금지 규제안을 내놓은 바 있다. 정부는 12월28일에도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고강도 규제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내놓은 규제방침은 ▲내년 1월부터 거래실명제 시행, ▲시세조정 등 불법행위에 대한 구속 수사와 법정 최고형 구형, ▲가상통화 관련 온라인 광고 규제,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 논의 등이다. 

 

이에 따라 ▲가상통화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발급 중단 ▲기존 가상계좌거래소 신규회원에 대한 가상계좌 제공 즉시 중단 ▲기존 가상계좌 이용자 계좌이전 작업 신속 진행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정부의 규제대책 발표가 나오자, 전날인 12월27일 1만6000달러 선을 돌파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세로 전환, 장중 1만4000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고강도 규제방안을 밝힌 12월28일, 기자는 박군과 다시 연락했다. 정부 규제 방안에 대해 묻자 그는 “짜증난다”고 말했다. “어리다고 돈거래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있냐”는게 그의 주장이었다. 정부의 규제책 발표 이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대부분 미성년자 신규가입을 금지하며 기존에 가입했던 미성년자들의 거래도 금지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성년자인 기존 회원은 12월31일까지 투자금을 인출해야 한다. 1월1일 이후 출금을 하려면 법정 대리인과 고객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박군은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가상화폐 거래를 중단해야했지만, 아예 거래 시작도 못하고 울상을 지어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가상화폐 거래를 시작하려던 회사원 김아무개씨(34)는 신규 계좌 개설이 안된다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알림을 받았다. 이번 정부 규제책으로 인해 신규 거래가 중단되면서 대부분의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들이 신규 회원 가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변에서 하도 가상화폐 거래를 많이 하길래 나도 해볼까했는데, 너무 늦게 시작했나보다”며 “남들은 돈 벌고 있는데 나만 손해보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12월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상통화 관련 관계차관회의 결과를 발표한 뒤 브리핑장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 규제에 뿔난 가상화폐 투자자들, 광화문 집회 예고

 

‘딴거없다 광화문 가즈아~!’

12월28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 갤러리에 위와 같은 제목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가즈아는 ‘가자’라는 단어를 늘려 쓴 것으로, 가상화폐 투자자 사이에서 가격 상승을 바라는 의미로 쓰이면서 유행어가 됐다. 게시글 안에는 ‘암호화폐&블록체인 규제반대 범국민 행동본부’ 명의로 만들어진 포스터가 담겨졌다. 12월30일 토요일 오후8시 서울 광화문에서 정부를 상대로 항의 집회를 열자는 내용이다.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정책에 반발한 일부 투자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항의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포스터에는 ‘대한민국이 공산국가냐. 아마추어 정권의 불법적인 암호화폐 규제, 결사 반대한다’며 ‘300조 암호화폐 거래소들을 전부 강제로 폐쇄하고, 부동산 투자할 돈 없는 서민들은 몽땅 거지로 만드시겠다?’라고 적혀 있다. 영어로 ‘정부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도 없이 모든 암호화폐의 거래를 금지할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독재는 반드시 끝나야 한다’고도 쓰여 있다.   

 

한편, 광화문광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청과 종로경찰서에는 아직까지 이 같은 내용의 집회 신고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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