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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오만한 대접에 대한 유감

[권상집 교수의 시사유감] 굴욕 외교에 대한 비난에 앞서 지혜로운 전략 제시해야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8(Thu) 14:5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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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성과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수행기자단 폭행 사건은 대통령의 굴욕 외교, 어설픈 국빈 방문 추진 등의 이유와 겹쳐 국내 언론의 분노가 치솟는 계기가 됐다. 성급하게 중국을 방문, 외교적 결례를 스스로 자초했다는 비난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졌다. 국내 종편의 정치 토크쇼에서도 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국격을 너무 낮춰 굴욕적인 행태로 일관했다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참으로 희한하다. 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대한 모든 비난의 화살이 중국이 아닌 청와대와 외교부에게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 갔다면 중국의 오만함이 누그러졌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국빈 방문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보여준 중국의 태도는 오만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문 대통령이 ‘혼밥’을 했다는 점은 문제의 핵심도 아니고 본질은 더더욱 아니다. 2018년을 ‘한국과 중국 상호 방문의 해’로 지정하자고 건의한 우리 측의 제의를 외면한 점,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조차 내지 않은 점, 양국 정상회담에서 관광 분야 협력을 제외해서 중국의 치졸한 보복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 사항 등은 누가 봐도 중국이 오만함의 극치를 보여준 행위들이다. 더욱이 왕이 외교부장이 대한민국 국가원수를 친구 대하듯 가볍게 두드리는 행위는 외교 결례를 넘어 무례함에 가까운 행위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7월에도 독일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과정에서 팔을 세게 흔들어 주변 인사들을 놀라게 했다. 참고로,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 당 서열에서 정치국 위원 대열에 포함되지 못할 정도로 자국 내 위상이 낮은 인물이다. 이와 관련돼 방송과 신문에서는 “굽신거릴거라면 완전히 굽신거리든지 당당하려면 당당하게 임해야지 왜 매 순간 대통령은 비굴하게 행동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라고 이런 굴욕을 몰랐을까. 모든 수모를 참고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한 달래기와 사드 문제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 위해 수모를 참아야 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국가원수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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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왜 이렇게 중국 방문 일정을 서둘러 일을 자초했는지 모르겠다는 비난도 있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경제 보복을 당해 손실을 입는 금액만 하루 300억원에 육박한다. 한 달이면 1조원에 가까운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이뿐인가. 기업들의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이준석 바른정당 당협위원장이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와 ‘죽고 사는 문제’인 안보는 다르다며 대통령이 경제적 손실을 막기 위해 안보를 그르쳤다고 비난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와 ‘죽고 사는 문제’인 안보는 서로 중첩되기에 구분돼 생각할 수 없다. 먹고 사는 상황이 위기에 처하면 죽고 사는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상당수 학자들과 언론은 중국이 우리를 홀대하는 이유로 힘도 약한데 사드 배치 및 경제적 문제에 대해 자주 말을 바꾸는 국가로 중국이 대한민국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평하고 있다. 국가의 품격, 자존은 누가 지켜주는 것이 아니기에 보다 당당하게 중국을 상대해야 함을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평소에도 시진핑 주석은 사드 배치에 대해 역사적 책임을 거론하며 우리를 압박했고, 왕이 외교부장은 공식 서열도 무시한 채 대한민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온 인물이었기에 이들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보다 당당하고 주눅이 들지 않는 국가원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결론이다. 

 

그러나 외교안보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그리고 상대에게 절대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의도를 숨기면서 때로는 비굴하게 때로는 당당하게 임해야 하는 것이 외교를 담당하는 대통령 더 나아가 외교안보팀의 숙명이다. 전문가들이 책상에 앉아서 탁상공론(卓上空論)을 이야기하는 건 매우 쉽다. 그러나 외교 현실은 탁상공론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대안 속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국가의 리더로서 국민을 위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국익에 부합되는지 생각해야 한다. 모 정치인은 기자들이 폭행당하면 그 즉시 대통령은 대한민국으로 귀국했어야 옳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인물은 트럼프 말고는 없다. 

 

외교안보에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국가의 대통령은 마음대로 자신의 주장과 힘을 관철시킬 수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취하는 이유는 미국의 힘이 가장 막강하기 때문이다. 푸틴도 예외는 아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국가의 정상과 회담할 때 습관적으로 지각하는 경우, 그리고 개에 물린 경험이 있어 개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푸틴이 큰 검정개를 풀어 넣고 회담장에 나타난 경우가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켈 총리는 푸틴과의 정상 회담에서 끝까지 모욕을 참고 인내하며 국가 정상으로서 해야 할 회담을 모두 마쳤다.

 

문 대통령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힘이 강하면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압박을 취해 대국으로서의 강력한 우위를 자랑할 수 있다. 그러나 힘이 약하면 그들이 굴욕적인 회담을 추구할 수 있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가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숙명이다. 성대한 만찬과 화려한 의전만 받는 것이 대통령의 자리이자 임무는 아니다. 사실 이번 모욕은 지난 5년간 외교적 엇박자를 낸 탓도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권의 실책으로 인해 모욕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색내거나 변명하지 않는 것이 대통령의 역할이다. 그런 면에서 모욕을 인내한 문 대통령과 외교안보팀에 대해서는 경질이라는 차가운 비난보다 따뜻한 격려가 먼저 필요하다.

 

기자단 폭행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민 상당수가 억울함과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모 정치인의 말대로 수행기자단이 폭행을 당했다고 해서 이에 대한 강력한 항의로 귀국했다면 그 이후 감당할 수 없는 중국의 무례한 보복이 계속될 것이다. 기자단을 밖으로 끌고 가서 구둣발로 짓밟은 중국 경호원들의 행위를 보면서 중국의 품격과 대국으로서의 그릇은 딱 그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기자단까지 폭행당했다는 점은 분노가 치밀지만 폭행당한 기자들을 위로하고 다시 의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것 역시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은인자중(隱忍自重)하며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인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자금성을 둘러보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눈을 힐끗 돌리며 쳐다보자 지레 놀란 시진핑 주석이 주머니에 넣던 손을 성급히 뺀 모습이 해외에서도 화제가 됐다. 외교가 힘의 논리에 의해 좌우된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다. 누구에게나 우월감과 자신감을 보여주는 중국조차 미국 대통령의 눈길에 압도되는 것이 외교의 현실이다. 힘의 논리에 의해 외교가 좌우된다는 걸 알면서도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 “자존감을 잃지 말아야 한다”, “알현하러 갔느냐” 등의 비난은 중국의 환구시보와 같은 선동적 매체에 도움만 줄 뿐이다. 언론과 전문가는 무분별한 비난보다 중국에 대한 향후 대응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국제 협상 교육에서 각 국가의 협상 특성을 가르칠 때, 중국인은 특유의 무례함과 느릿느릿한 태도를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한다고 가르친다. 외국과 거래할 때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기 위해 모호한 메시지와 무례함으로 시간을 지연시키는 건 중국의 기본 협상 전략이다. 아쉽게도 안보와 경제적 위기가 중첩되는 상황 속에서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 하루하루 시간에 쫓기는 경제적 위기, 북한 핵에 직면한 군사안보 위기, 미국과 중국의 압박 속 딜레마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많지 않았다. 굴욕 외교를 비난하기에 앞서 중국에게 향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지혜로운 탁견(卓見)을 제시하는 것이 언론과 전문가들의 역할이다. 비난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금은 무분별한 비난보다 지혜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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