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관치냐, 자리 나눠먹기 방지냐” 정부·금융권 기 싸움
  • 이용우 시사저널e. 기자 (ywl@sisajournal-e.com)
  • 승인 2017.12.26 16:31
  • 호수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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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회장 셀프 연임 논란…정부, CEO 승계방식 문제 제기

 

[편집자 주]

금융지주 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을 놓고 금융 당국과 금융사 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금융 당국은 현직 회장이 ‘셀프 연임’으로 장기간 재임하는 전횡을 하고 있다며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사들은 규정된 제도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이루어지는 민간 금융사 인사까지 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관치금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상반된 주장을 살펴본다.

 

금융권에 신(新)관치 논란이 뜨겁다. 금융 당국이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회장 연임 등을 연일 지적하고 나서면서 관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국이 금융시장 안정을 내세워 금융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계는 특정인을 염두에 둔 권력 남용이라며 불만이다. 물론 당국은 이에 맞서 관치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금융사의 지배구조, 회장 연임에 불공정과 불투명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금융사들은 법의 틀 안에서 지배구조를 형성했다고 항변한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라는 것을 금융사 지배구조로 확대해 혼란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2월15일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검사한 결과,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 등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경영유의’를 통보했다. 경영유의는 금융회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적 지도 성격의 조치다. 금감원이 KB금융과 하나금융에 대해 지적한 내용은 경영승계 절차와 후보자군 선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KB·하나금융지주에 ‘신(新)관치’ 논란이 거세다. 금융권은 국내 대형 금융사들의 지배구조가 우수하다는 이유를 들어 관치금융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금감원 “KB금융 사외이사 독립성 문제 있다”

 

일단 금감원은 KB금융에 대해선 상시지배구조위원회 운영을 개선하라는 등 5개 항목에 대해 경영유의를 통보했다. 회장 승계 등과 관련해 회장이나 회장 후보가 될 수 있는 유력한 이사 등이 회장 후보자군에 포함됐거나, 포함될 수 있을 경우 경영승계 절차와 회장 후보자군을 선정하는 지배구조위원회가 이들의 의결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KB금융 사외이사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하나금융지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운영과 관련한 개선을 요구했다. 지주회사 회장은 원칙적으로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으로 포함돼 관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추위원으로 참여하고, 일부 사외이사는 회추위에서 배제돼 있어 공정성이 훼손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금융사와 외부평가사는 금융 당국의 지적과 다르게 보고 있다. 금융사 지배구조는 당국이 우려하는 만큼의 불공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박이다.

 

우선 두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는 법률에 따라 그 틀이 만들어졌다. 금융사들은 2016년 8월 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맞춰 이사회를 운영한다. 이 법은 제3장에 이사회 구성과 운영을 명시했다. 금융회사는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두어야 하고 사외이사 총수도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되어야 한다고 명시한다. 이 법에 따라 금융회사 이사회는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해야 한다. 다만 예외 사항은 있다.

 

이 조항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 이사회는 사외이사가 아닌 자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다. 이사회 의장에 꼭 사외이사가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회장을 이사회 의장에 두지 않았다.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에 모두 선임했다. 사외이사 권한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게 금융사 설명이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2017년 11월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외 평가기관 “KB·하나, 지배구조 점수 A”

 

문제가 된 상시지배구조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도 위원장은 모두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상시지배구조위원장에는 최영휘 사외이사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에는 유석렬 사외이사가 활동하고 있다.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장은 윤종남 사외이사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충족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도 윤 사외이사가 담당한다.

 

한종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와 지배구조위원회는 성격이 다르다. 회추위는 회장 선임 기간이 되면 만들어지는 임시 위원회다. 지배구조위원회는 상시적으로 열린다는 점에서 다르다. 현직 회장이 회장 후보가 되면 회추위에 들어올 수 없다. 회추위가 여러 번 열렸어도 한 번도 회장과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다”며 문제점을 일축했다. 다만 한 교수는 “감독 당국이 걱정하는 부분이 지배구조위원회일 것”이라며 “회장 후보 풀(Pool·후보군) 관리에 회장이 관여한다며 문제를 삼고 있다. 외관상 독립성이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실질적인 독립성이 갖춰져 있음에도 외부에서 봤을 때 독립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금융사도 이 견해를 받아들이고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두 지주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외부 평가도 긍정적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CGS)은 지난 8월31일 733개 상장회사의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 지배구조 등을 평가해 ESG 등급을 부여했다. 이 등급은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상장사의 지속 가능 경영 수준을 파악하고 투자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준다. 등급은 S등급부터 A+, A, B+, B, C, D 7등급으로 구분한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ESG 통합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지난해에도 이 평가에서 A+등급을 받으며 33개 상장사와 함께 상위권에 위치했다. 당시에도 S등급을 받은 기업은 없어 두 지주사의 지배구조 평가는 최상위 등급을 받은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상황이 금융사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 당국이 권력과 권한을 사용할 때는 공정성, 신뢰성이 요구되지만 지금은 그 부분에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특정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다면 당국이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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