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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프랑스는 조니를 잃은 고아가 됐다”

佛, 국민스타 조니 할리데이 사망하자 전 국민 애도 분위기

최정민 프랑스 통신원 ㅣ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6(Tue) 20:00:00 | 1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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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을 현재의 수도인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신의 대선 공약을 공식화한 것이다. 국제 언론은 ‘트럼프가 중동의 화약고를 건드렸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 국가들은 물론, 전 세계가 일제히 이를 비난하며 ‘지옥의 문이 열렸다’는 극단적 우려까지 쏟아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유독 프랑스 언론만은 이날 다른 기사로 도배됐다. 같은 날 새벽에 전해진 국민 록 스타, 조니 할리데이의 죽음 소식이었다.

 

그의 부고가 전해지자 각종 일간지 웹사이트마다 거의 모든 기사를 조니 할리데이 관련 내용으로 채웠다. 보도 전문채널 BFM TV는 생중계로 고인의 자택 현장을 연결하면서, 중간중간 그의 지인과 유명 인사들 인터뷰로 방송을 이어갔다. 자막으로 ‘프랑스 전체가 울고 있다’ ‘프랑스는 조니를 잃은 고아가 됐다’ 등의 내용을 띄웠다. 프랑스 주요 일간지와 주간지들의 증보 발행은 물론, 방송사마다 특집방송을 편성해 내보냈다. 프랑스 공영방송 프랑스 2의 간판 진행자이자 고인의 친구였던 미셀 드뤼케는 추모방송에서 “나는 오랜 방송생활 동안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냈지만 조니만큼은 특별했다”고 말하며 울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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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최초 아이돌 스타의 죽음

 

제임스 딘 풍의 헤어스타일과 엘비스 프레슬리를 연상케 하는 무대로 1960년에 데뷔한 그는 정상의 자리에서 57년을 노래했다. 발표한 앨범만 79장, 노래는 1000곡이 넘었다. 앨범은 총 1억1000만 장이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며, 3250차례 진행된 라이브 공연을 보러 온 관객 수는 약 2900만 명에 이른다.

 

그는 1960년대부터 미국 문화의 불모지였던 프랑스에 ‘로큰롤’을 자리 잡게 만든 프랑스 록 음악사의 산증인이었다. 영미권 문화, 특히나 영어 표현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프랑스지만, 유독 이 가수에 대해선 이름을 부를 때 ‘조니 할리데이’라는 영어식 발음을 존중해 줬다. 그는 프랑스 대중문화에서 최초의 아이돌 스타였다.

 

한 스타의 죽음 그 이상으로 온 나라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12월9일 그의 장례식은 시내 중심 콩코드 광장에 인접한 마들렌 성당에서 진행됐고 운구행렬은 샹젤리제 거리를 메웠다. 샹젤리제 거리는 혁명 기념일마다 군대 퍼레이드가 이뤄지는 곳이다.

 

세계적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 데이비슨’을 좋아했던 고인을 기려 프랑스 전국에서 700여 대의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가 집결해 운구행렬을 뒤따랐다. 이날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에펠탑의 야간 조명에 ‘고마워요 조니’라는 문구를 띄우며 고인을 애도했다. 프랑스 3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툴루즈 카피톨 국립 오케스트라는 정기 연주회에서 조니의 곡을 연주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마들렌 성당에서 운구를 맞은 것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내외였다.

 

프랑스 대통령은 국가수반 자격으로 특정 종교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 1905년 제정된 정교분리법, ‘라이시테’ 때문이다. 정치에 대한 종교의 전횡을 막고 종교적 차별을 없애려는 취지였다. 성당에서 장례식이 거행됐기에 마크롱의 참석 역시 이에 해당됐다. 

공교롭게도 조니의 장례식이 치러진 9일은 라이시테 관련 법안이 제정된 지 11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더구나 최근 공공기관에 성탄절을 기념하는 아기 예수의 구유를 설치하는 것을 두고 라이시테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첨예한 논란이 일어나던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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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분리법도 뛰어넘은 추모 열기

 

그러나 국가적 차원의 추모 열기는 라이시테 논란마저도 덮어버렸다. 프랑스 극좌 정당인 ‘프랑스 앵수미즈’의 장 뤽 멜랑송 대표만이 “정말 슬픈 라이시테 기념일”이라며 대통령의 행동을 비판했을 뿐이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마크롱은 추도사를 낭독하긴 했지만, 장례미사 내내 어떠한 종교적 제스처도 취하지 않았다.

 

장례식엔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인 니콜라 사르코지와 프랑수아 올랑드도 참석했다. 사르코지는 1996년 뇌이쉬르센 시장 재직 시절 고인의 결혼식을 주관하는 등 인연이 깊다. 올랑드는 이날 연인인 영화배우 줄리 가이에와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이 공식 석상에 함께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가수의 죽음이 프랑스 모든 뉴스를 집어삼킨 것이 비단 이번만은 아니었다. 1991년 3월 걸프 전쟁이 종료되며 세계 이목이 이라크에 집중됐던 때에도 프랑스 신문 1면을 장식한 것은 걸프전이 아닌 세르주 갱스부르의 죽음이었다. 프랑스 샹송 역사에서 유례없는 기인이자 시인이었던 그의 부고는 당시 걸프전이라는 각박한 상황에서도 각종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토록 예술인을 사랑하는 프랑스 분위기는 조니 할리데이보다 이틀 앞서 세상을 떠난 장 도르무송의 경우에도 잘 나타난다. 그는 우파 일간 르 피가로의 편집장을 지낸 언론인이자 소설가다. 40여 권의 소설을 발표했으며 프랑스의 예술원인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던 작가다. 그의 장례식은 국군병원이자 나폴레옹의 무덤인 앵발리드에서 엄수됐다. 이곳은 통상 테러 희생자나 해외 파병 전사자, 그리고 전직 각료나 국가유공자의 장례가 치러지는 곳이다.

 

한 작가의 죽음을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는 것을 두고 당시 장례식을 생중계하던 아나운서는 “지극히 프랑스적인 풍경”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비단 예술가뿐만이 아니라 모든 장인에 대한 추모를 국가 차원에서 하는 것이 프랑스의 관례이자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2년 제빵 장인이었던 리오넬 프와렌의 장례에서 추도사를 한 인물은 당시 총리였던 장 피에르 라파랭이었다.

 

프랑스가 사랑한 스타 조니 할리데이의 유해는 프랑스가 아닌 카리브해의 프랑스령, 생 베르텔르미섬에 위치한 공동묘지에 안장됐다. 프랑스가 아닌 곳에 안장된 것에 대해 한편에서 불만이 표출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으나 이는 고인의 유지에 따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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