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한미군 ‘탄저균 실험’ 극비 진행했다
  • 김원식 국제문제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6 13:16
  • 호수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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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샘플 테스트’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 실험 결과도 美 해군에 넘겨져 ‘생화학 실험장’ 전락 우려

 

미 국방부가 이른바 ‘주피터(JUPITR)’라는 명칭으로 주한미군에서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생화학 실험’과 관련해 최근 2년 동안에만 무려 300억원 넘게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10월1일부터 적용되는 미 국방부 2018 회계연도 예산에도 약 96억원을 추가 책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피터’란 ‘연합주한미군 포털 및 통합위협인식(Joint USFK Portal and Integrated Threat Recognition)’이라는 프로그램의 영문 앞 글자만 딴 것으로,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에서 실행하고 있는 생화학전 관련 실험을 총칭하는 말이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미 국방부의 ‘2018 회계연도 생화학방어 프로그램 예산 평가서’에 의하면, 미 국방부는 ‘생물무기감시(BSV·Biosurveillance)’ 프로그램의 핵심인 ‘주피터’에 ‘살아 있는 매개체 테스트’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2016년 7월6일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주한미군 생화학무기 실험실 부산 설치를 반대하는 부산시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서 ‘살아 있는 탄저균’ 실험

 

그동안 ‘주피터’ 프로그램의 위험성에 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15년 5월 미 국방부가 치명적인 생물학 무기로 쓰이는 ‘살아 있는 탄저균’을 주한미군을 포함해 세계 각지의 미군기지 등에 배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엄청난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이 과정에서 2015년 11월 주한미군은 실제로 미군이 관할하는 부산항 8부두에 이 ‘주피터’ 관련 시설을 도입한 것을 뒤늦게 인정해 부산 지역 시민들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항의에 직면하기도 했다. 실제로 시사저널이 미 국방부의 ‘생화학 프로그램’ 관련 예산을 분석한 결과, 미군은 2016년 회계연도와 2017년 회계연도에만 각각 약 300억원과 29억6000만원에 달하는 예산을 ‘주피터’의 부산항 8부두 도입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예산 평가서는 ‘주피터’에 관해 “생화학무기 관련을 조기에 경고(EW)하고, 공격 생화학무기를 구별(BICS)하고, 탐지 환경을 평가(AED)해, 생화학무기 감시 포털(BSP)에 보고하는 등 제반 모든 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또 ‘대규모 살아 있는 매개체 테스트(WSLAT·Whole System Live Agent Test)’도 ‘주피터’를 포함해 미군의 ‘생물무기감시(BSV)’ 프로그램 과정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 국방부 공식 문서를 통해 ‘살아 있는 매개체’ 실험이 ‘주피터’에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긴 이번이 처음이다. 또 취재를 통해 미국 유타주에 있는 드그웨이 실험장(DPG)에서 2016년 ‘살아 있는 매개체 테스트’도 실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지난 2016년 7월 미국의 한 방위산업체는 ‘주피터’의 ‘대규모 살아 있는 매개체 실험(JUPITR Whole System Live Agent Test)’을 진행하는 업체로 선정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주피터’가 ‘살아 있는 매개체’ 실험을 포함하고 있음을 그대로 증명하는 셈이다.

 

이는 2015년 이른바 미 국방부의 ‘살아 있는 탄저균’ 사건이 발생하고, 한국에선 주피터 프로젝트에 관한 의혹이 드러나자, 미 국방부와 한국 국방부가 “이 프로그램은 단지 방어용으로 ‘탐지’만 할 것”이라고 항상 내놨던 해명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2015년 미 국방부가 전 세계 각지에 있는 미군기지나 연구소로 ‘살아 있는 탄저균’을 배달하는 중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최종 피해자를 21명으로 발표했다. 주한미군이 오산기지에서만 22명이 노출됐다고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유독 오산기지에서만 노출자가 발생한 셈이다. 당시에도 주한미군이 생물안전등급(BSL) 등 생화학 방어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 않은 시설에서 위험한 실험을 하다가 그렇게 많은 노출자를 발생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미 국방부나 주한미군은 이에 관해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이번에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피터’ 관련 생화학 실험이 ‘살아 있는 매개체’ 실험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시 사고는 물론 향후 사고 발생 위험에 관한 파문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문서에서 미 국방부는 지난 2년간 ‘주피터’를 위해 사용한 약 327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거의 전부 이러한 생화학 실험의 탐지, 조기경보, 분석, 향상된 시현(ATD) 등 실제로 생화학 실험과 관련된 사항에 모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 국방부는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1일~2018년 9월30일) 예산에서 약 876만8000달러(약 95억4000만원)를 들여 2018년 3월말까지 부산항 8부두에 이어 미군 평택기지(Camp Humphreys)에도 추가로 ‘주피터’ 시설을 도입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부산 지역 시민과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이어 평택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실험 결과 자료 美 해군이 활용

 

또 한국에서 진행되는 ‘주피터’의 실험 결과에 관한 자료도 2017년부터 새롭게 추진된 ‘미 해군 생화학방어 프로그램(EMBD)’에 그대로 활용되는 것으로 최초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주피터’와 관련해 한국이 미군의 ‘생화학 실험장’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 국방부는 “2017년도부터 새롭게 시작된 EMBD 프로그램은 ‘주피터’의 향상된 기술시현(ATD) 등의 기록을 미 해군을 위해 전환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EMBD는 적은 비용으로 생물학전 공기(aerosols) 매개체를 탐지 및 수집하고 규명하는 시스템”이라고 명시했다.

 

2014년 12월6일, 당시 ‘주피터’ 프로젝트의 입안 책임자였던 에마뉘엘 피터 박사는 한 외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왜 한국(주한미군)에서 이러한 생물무기감시(biosurveillance) 실험을 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미국의 (군사) 자산이 집중된 호의적인(friendly)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향상된 기술 실험(ATD)을 하려면, 성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지역에서 하려고 한다”면서 “한국에서 진행된 실험 결과는 미군의 아프리카 사령부나 유럽 사령부, 태평양 사령부 등에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의 언급처럼 약 3년이 지난 지금,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에서 시행한 ‘주피터’의 실험 결과가 미 해군의 생물학전 프로그램 등에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공보실 관계자는 지난 12월20일 “주피터 프로그램은 북한의 생물학 공격 등에 대비해 이미 검증된 탐지장비 등을 활용한 방어용 감시체계로서 생화학 실험과는 관계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수년 전부터 주한미군이 오산기지 등에서 생물학 무기 관련 실험을 해 왔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의 주피터 프로그램은 한·미 간의 긴밀한 협의하에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피터’는 도심 핵실험장 건설보다 위험”

 

하지만 이에 대해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지난 12월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015년 ‘살아 있는 탄저균’ 사태를 분석하면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점은 우리 정부나 국방부가 할 수 있는 권한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또 “국방부 측은 ‘방어용’이라고 말하지만, ‘주피터’가 생물학 무기개발용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기본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번 ‘탄저균 사태’에 관해서도 “살아 있는 균은 전적으로 무기 개발에 활용하는 것”이라며 “비유하자면 핵실험과 같은 것으로, 생물무기가 우리나라에 마음대로 들어오고 연구시설이 있고 실험이 시행된다는 것은 거기서 핵실험을 하고 있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도심에 있는 이런 시설에서 ‘탄저균’이나 다른 샘플들을 다루다가 사고가 난다면, 이는 핵무기가 폭발하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며 “그 잔혹성은 가히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출발한 정부는 지금이라도 위험성을 감추지 말고 모든 정보를 공개해 하루빨리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피터’에 관해서는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물론 국방부도 ‘군사 기밀’을 이유로 무엇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관해 하나의 정보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미 국방부도 올해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피터’에 관한 정보공개청구(FOIA) 요청에 전부 ‘검은 칠(redacted)’한 문서만 보내오는 등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관련 부서에서 공개를 원하지 않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주한미군이 관할하는 부산항 8부두에 이미 도입해 진행 중인 ‘주피터’에 관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인근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 등 주거 밀집지역이 있음에도 부산시청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무슨 시설이 어디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지금 어떻게 가동되고 있는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 민원 등으로 수차례 국방부에 현장 답사 등을 요구했지만, 아직도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우리도 답답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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