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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 콤플렉스에 빠진 중국

[양욱의 안보브리핑] ‘이어도 침범’ 뒤에 숨은 중국의 노림수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WMD 대응센터장 ㅣ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6(Tue) 08:00:00 | 1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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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용기들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넘어 들어왔다. 중국은 2013년 말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확장해 우리의 이어도 일대가 포함되도록 했다. 이후 중국의 KADIZ 침범은 정례화돼 2016년 한 해만 해도 59차례나 침범한 사례가 발생했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으나 2017년에도 크고 작은 침범이 있었을 것이다.

 

 

전투기까지 동원한 이례적 침범

 

정부가 중국의 KADIZ 침범을 발표한 것은 지난 1월9일 침범에 이어 두 번째다. 그만큼 이번 침범이 이례적이라는 말이다. 지난 1월 침범 때 중국은 전략폭격기인 H-6을 무려 6대나 보냈다. 이번에도 6대가 침범했다. H-6 폭격기 2대와 Su-30 전투기 2대, 그리고 Tu-154 정보수집기와 Y-8 전자전기 각각 1대였다. Tu-154나 Y-8은 중국이 통상 정보수집 임무를 위해 보내는 기종이지만, 폭격기와 전투기까지 보낸 것은 명백히 도발적 행동이다. 특히 전투기까지 보낸 건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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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양욱 제공

 

시기도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월12일부터 3박4일간 중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했다. 홀대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양국이 협력적 관계로 나아가기로 이야기를 나눈 지 불과 이틀 만에 KADIZ 침공이 있었던 것이다. 지난 1월 KADIZ 침범은 사드에 대한 불만을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였다. 이번 침범 또한 중국의 이러한 행태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중국은 일본을 향해 훨씬 더 잦은 방공식별구역 침범행위를 하고 있지만, 통상 이는 센카쿠 열도 인근에서 벌어진다. 침범 바로 전날인 지난 12월17일 중국은 센카쿠 열도를 넘어 침범함으로써 일본만을 대상으로 한 무력시위를 한 바 있다. 굳이 이어도를 거쳐 대마도를 기점으로 대한해협 상공을 날았다는 것은 침범행위로 압박하고자 하는 대상이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포함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중국의 태도다. 중국은 연례 훈련의 일환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의 KADIZ 침범이 있자 우리 공군의 중앙방공통제소(MCRC)에서 핫라인으로 중국 측에 문의했고, 중국 측은 통상적 훈련으로 한국 영공으로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선진커(申進科) 중국 공군 대변인의 공식적 발언도 있었다. 그는 중국 공군의 폭격기·전투기·정찰기 등 여러 대가 편대를 이뤄 쓰시마해협(대한해협)의 훈련을 통해 원양 실전 능력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훈련은 중국 공군의 연례 훈련계획에 따라 진행한 정례적인 훈련이라며 특정 국가나 지역, 목표를 겨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한해협이나 동해는 국제공역이니 항행과 비행의 자유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태도는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만들면서 날 선 반응을 보이던 중국 스스로의 태도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인공섬들이야말로 국제공역과 공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근방을 외국 군용기나 군함이 지나가면 중국은 날 선 반응을 보여왔다. 미국이 자유항행 작전을 수행하는 것도 중국의 이러한 이중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한마디로 내가 하면 괜찮지만 타국이 하는 것은 위협이라는 말이다.

 

방공식별구역 하나만이 문제가 아니다. 중국 어선들의 빈번한 영해 침범과 불법어획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단순히 어부들의 불법행위가 문제가 아니라 역시 중국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 한·중 간에는 해양경계선이 없다. 유엔 해양법에 따라 배타적경제수역(EEZ) 확정을 위해 양국은 수십 차례나 협상에 임했지만 20여 년 넘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통상 EEZ가 중복되면 중간선을 경계로 한다. 그러나 중국은 넓은 국토 면적과 엄청난 인구까지 반영해야 한다며 EEZ의 60~80%를 자국 영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9단선을 주장하며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는 중국

 

실제로 서해에서도 중국이 이러한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은 2016년 12월 항공모함 랴오닝을 중심으로 항모전단을 구성해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 등을 향해 무력시위를 하고 돌아갔다. 지난 4월에는 자국산 최신예 001A형 항공모함 ‘산둥함’을 진수했고, 6월에는 1만4000톤급 대형 방공구축함 055형을 진수했다. 막강한 해군 전력을 건설하면서 서해와 보하이(渤海)만에서 대대적인 해상훈련을 벌이는 횟수도 증가했다. 지난 11월12일 미국이 항모 3척을 동원하며 이례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자, 중국은 랴오닝 항모전단을 동원해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또한 한·미 연합 공군이 지난 12월4일부터 8일까지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으로 무려 230여 대의 항공기를 동원하며 사상 최대의 항공훈련을 실시하자, 이에 중국은 서해와 동중국해에서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선진커 대변인은 훈련이 “군의 작전 능력을 높이고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에 비행한 적 없는 항로를 따라 비행했고 가본 적 없는 공역(空域)에서 훈련을 벌였다”고 말했다. J-20 등 신형 스텔스기를 실전배치하며 한반도로 몰래 진입했다는 투의 암시를 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중국 측의 발언은 사실무근으로 보이지만, 중국의 태도가 얼마나 공세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의 노골적인 KADIZ 침입도 결국은 이러한 군사적 압박의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아무리 북한이 핵무장을 하고 동북아를 뒤흔들어도 중국의 눈에는 미국만이 들어온다. 강대국 정치의 관점에서 중국의 목표는 동북아에서 미국을 몰아내는 것이며, 이는 북한의 전략적 의도와도 일치한다. 주한미군을 몰아내고 한·미 동맹을 해체하는 것이야말로 한국을 손아귀에 쥐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중국에 굴하지 않고 자주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하나다. 중국의 적국들과 선린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중국은 자신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10여 국가들과 거의 모두 분쟁을 벌이고 있는 호전적인 국가다. 대국 콤플렉스에 빠진 중국을 어떻게 견제할 수 있느냐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한반도가 중흥했을 때는 중국이 봉쇄돼 있을 때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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