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청원 불법자금 수수 정황 녹취 공개
  • 조해수·안성모·조유빈·이민우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4 23:05
  • 호수 147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업가 박씨 “서청원에 50억 줬다” 폭로…발행·배포금지 가처분 기각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호주 로또 사업을 명목으로 50억원을 편취(騙取)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폐기물처리업체 대표 박아무개씨는 “2015년 1월경, 서 의원이 호주 로또복권을 한국에서 판매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제안하며 50억원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 측은 2014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 대표 선거 당시에도 박씨에게 억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간 것으로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시사저널은 지난 12월20일 홈페이지에 ‘[단독]“서청원, 호주 로또 사업권 빌미로 50억 가로챘다”’ 제하(題下)의 기사를 보도했다. 서 의원은 12월21일 서울서부지법에 시사저널의 기사에 대한 간행물 발행과 배포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서 의원은 8선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상당히 공적인 인물이고, 이 사건 보도는 공적인 관심 사안에 관한 것”이라며 “시사저널은 박씨의 제보와 대화 녹음파일 등 자료를 기초로 하되, 서 의원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하여 취재했다. 보도내용이 진실하지 아니하다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2014년 7월14일 새누리당 서청원 당 대표 후보가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3차 전당대회에서 정견발표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서 의원은 시사저널에 “박씨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박씨는 2014년 새누리당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서 의원 측과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았다. 박씨는 이와 관련한 모든 내용을 녹취했다. 이 녹취물에는 서 의원의 육성은 물론 서청원 캠프에서 총괄본부장 겸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이수담 전 의원, 박씨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직접 전달받았던 실무자 조아무개씨의 목소리가 모두 녹음돼 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이 녹음 파일에는 불법 정치자금을 언제·어떻게 전달받았고, 그 대가로 서 의원 측에서 박씨에게 어떤 특혜를 줬는지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다. 그중 일부를 공개한다.

 

박씨는 이회창 전 의원이 한나라당 총재를 맡고 있을 무렵부터 서 의원과 알고 지내온 사이라고 밝혔다. 당시 서 의원은 당 대표를 맡고 있었다. 그러나 서 의원은 “박씨를 모른다”고 밝혔다. 통화한 적도, 만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이수담 전 의원 역시 “서 의원에게 박씨를 소개해 준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다음은 박씨와 서 의원, 이 전 의원의 통화 내용이다.

 

 

이수담 전 의원(이 전 의원) : 어 나 이수담이야.

박씨 : 아아 의원님.

이 전 의원 : 우리 내일 만나기로 했잖아. 옆에 서청원 의원님 있으니까(바꿔줄게).

서청원 의원(서 의원) : 안녕하십니까, 서청원입니다.

박씨 : 아이고 의원님 박○○입니다. 하하하.

서 의원 :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이에요. 저기 여러 가지로 내가 죄송합니다.

박씨 : 아이고 의원님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좀 여유롭게 도와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서 의원 : 제가 저기 이수담 의원하고 식사 한번 하시게 모실게요. 

박씨 : 아이고 그래 주시면 영광이겠습니다.

 

박씨는 실제로 서 의원 그리고 이 전 의원과 술자리를 가졌고,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전화통화 시점은 새누리당 당 대표 선거 직후다. 박씨는 서 의원에게 “여유롭게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다. 즉, 박씨가 새누리당 당 대표 선거에서 서 의원에게 자금을 지원했으며, 이 사실을 서 의원도 알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불법 정치자금이 박씨에게서 서 의원 측으로 흘러들어간 정황 역시 녹취 파일에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서 의원 측은 2014년 새누리당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박씨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요구했다. 당시 서청원 캠프에 있던 조아무개씨가 실무를 맡았고, 총괄본부장 겸 선대본부장인 이수담 전 의원에게 정치자금 전달 상황을 보고했다.

 

서 의원 측은 처음에 박씨에게 ‘한중일지역경제문화협회’ 부회장 자리를 제안하면서 1억원의 돈을 요구했다. 한중일지역경제문화협회는 이 전 의원이 2014년 1월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단체다. 실무자 조씨는 이 전 의원이 이 협회의 직함을 제안했다면서, 5000만원씩 두 번에 걸쳐 정치자금을 전달해 달라고 요구했다.

 

 

조씨 : 지난번에 이수담 의원님 만나셨잖아요. 그래서 연락을 어제 주셨는데 어떻게 됐냐고.

박씨 : 나 보고 덮어놓고 후원해라? 그거는 너무들 하는 거지.

조씨 : 서 대표(서청원 의원)한테도 보고가 되고 하니까. 

박씨 : 그러면 몇 개를 해드리면 되겠어요? 

조씨 : 지금 의원님 얘기는 한중일지역경제문화협회라고 그러네요. 거기 회장이 부담스러우시면 부회장을 맡아가지고. 그래서 거기 서 대표한테 보고도 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만나고. “지금 일단은 한 5000 정도 한번 하고 나중에 봐서 5000 정도 더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연락이 오셨네. 그리고 하여간 서 대표가 대표가 되든 안 되든 이수담 의원님하고 저하고 끝까지 회장님 챙길 거예요. 그건 믿어주시면 돼요.

 

돈이 건네지는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박씨가 서 의원 측에 5000만원을 줄 때 또 다른 인물인 A회장에게도 5000만원을 건넸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로 A회장에게 6000만원, 서 의원 측에 4000만원이 전달됐다는 것이다. 서 의원 측에서 돈이 부족한 것 같다고 하자 박씨가 A회장을 통해 돈이 잘못 나눠진 것을 뒤늦게 확인하기도 했다.

 

 

조씨 : 회장님 지금 만났는데요. 근데 4장을 주는데요?

박씨 : 왜 4장이야 5장 주라고 했는데?

조씨 : 근데 4장인데요. 어떻게 해야 하나?

박씨 : 내가 전화해서 확인해볼게요…(중략)…맞아 잘못 갔네. 하하하. A회장한테 6개가 갔네. A회장이 친구라고 한 장 더 준 걸로 알았대. 하하하.

 

이와 관련해 이 전 의원은 “박씨에게 한중일지역경제문화협회 부회장을 제안한 것은 당시 협회가 회장도 없고 어수선할 때라 협회 정상화 차원에서 제안한 것일 뿐이다”면서 “박씨에게 돈을 받은 것이 아니다. 박씨가 1억4000만원을 조씨에게 줬는데, 나는 조씨에게 차용증을 쓰고 빌린 것일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이 전 의원은 “조씨가 박씨와 밀접한 관계인 것은 맞다. 당시 조씨가 박씨와 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박씨가 서청원 의원(위쪽 사진), 이수담 전 의원과 찍은 사진 © 시사저널 포토

 

“서 대표가 직접 호주 로또 제안”

 

박씨는 “2015년 1월말쯤, 서 대표(서청원 의원)가 나에게 호주 로또 사업을 직접 제안했다. 호주 로또복권을 한국에서 팔 수 있게 해 주겠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호주 로또의 당첨금은 수백억원에 이른다. 2012년 말 당첨금이 1억1200만 달러(약 1220억원)까지 치솟으면서, 국내에서도 호주 로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외국의 로또복권을 한국에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복권법에 따라 복권 발행기관이 발행하는 복권만 판매 가능하다”면서 “호주에 있는 로또복권을 국내에 갖고 와서 팔면 위법이다. 국내 구매 대행 사이트에서 미국, 유럽 로또 등을 구매 대행하고 있는 것조차 불법이다”고 지적했다. 즉, 호주 로또를 국내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박씨는 “서 대표가 법에 대한 것은 본인이 책임지고 알아서 해 주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서 의원과 함께 이수담 전 의원, 서 의원의 측근인 송아무개씨가 동석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 대표가 호주 로또 사업을 직접 제안하면서 ‘커미션으로 50억~120억원을 내라. 한국을 포함해 중국 등 동양 국가들에 대한 에이전트 자격을 받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며 “서 대표가 관련 서류를 주면서 이 전 의원에게 호주 쪽 로비자금으로 쓸 돈 30억원을 주라고 했다. 차용증을 받고 돈을 주라는 거였다. 송씨에게도 20억원을 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서 의원 측에 돈을 건넨 날짜도 언급했다. 박씨는 “2015년 1월19일 이 전 의원에게 30억원, 1월25일 송씨에게 20억원을 줬다”며 “서 대표에게는 감사하다는 의미로 2월2, 3일쯤 현찰 5000만원을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호주를 직접 방문해 사업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고 한다. 박씨는 “2월15일에 호주에 가서 한 달가량 머문 후 3월 중순에 귀국했다”며 “호주에 가보니까 모든 것이 다 허위였다. 알고 보니 호주 측에 로비자금으로 25억원을 주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런데 나한테는 50억원이라고 속인 거다. 심지어 호주 측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 결국 50억원은 서 대표에게 간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전 의원이 호주를 한 번 다녀갔다고 하더라. 이 전 의원이 예전에 국회의원을 지냈다고 하니 호주 측에서도 믿고 기다린 모양이었다. 그런데 소식이 없어 호주 측에서도 이메일을 보내고 했는데, 회신이 없어 답답했다고 하더라”며 “서 대표가 준 서류에는 에이전트 자격을 받은 걸로 돼 있었다. 그게 모두 위조였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호주를 다녀온 후 서 의원과 직접 통화를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한국에 와서 3월19일에 서 대표에게 전화를 했다. ‘대표님, 이게 다 허위입니다. 대표님 믿고 했는데 곤혹스럽습니다’ 이렇게 말했다”며 “서 대표가 ‘만나서 얘기하자. 다른 걸로 내가 하나 해 줄게’라고만 답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수담 전 의원은 “박씨에게 호주 로또 사업을 제안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호주 로또 사업이 괜찮은 사업이라서 박씨에게 실제로 제안했다. 그러나 박씨에게 돈을 받은 적은 없다. 박씨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아 나 혼자 호주를 다녀왔고, 송씨와 사업을 진행했다”며 “서 대표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내가 박씨에게 제안했고, 서 대표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씨는 “이 전 의원은 (현직 의원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 모두 서 대표를 믿고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서청원 의원에게 박씨의 녹취 파일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서 의원 측은 “서 의원은 박씨를 모른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수담 전 의원 역시 “박씨와 몇 번 통화했을 뿐이고, 서 의원은 박씨를 모른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