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란 혁신의 연속입니다”
  • 이인자 도호쿠대학 교수(문화인류학)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12.20 15:41
  • 호수 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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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자 교수의 진짜일본 이야기] 일본의 오래된 가게 ‘시니세’들이 살아남는 법 ​

 

[편집자 주]

일본 도호쿠(東北)대학에서 문화인류학을 가르치는 이인자 교수는 재일교포·묘제(墓制) 연구의 권위자이며 동일본대지진의 재난인류학 연구에서 세계 일인자로 평가받는 석학(碩學)이다. 이 교수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후 피해지역을 답사하며 재난에서 살아남은 희생자 유족과 생존자들의 정서적 피해와 복구에 대해 연구해 왔다.

 

“500년 이어졌다는 역사로 내일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전통이란 혁신의 연속이라 생각합니다.”

 

일본 기자클럽 기획으로 이루어진 회견에서 양갱으로 유명한 화과자점 도라야(虎屋)의 17대 당주 구로카와 미쓰히로(川光博)씨는 그렇게 말합니다. ‘전통’이란 옛것을 잘 지키는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반전 효과를 불러일으켜 귀 기울이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창업이 1520년경으로 50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는 창업주가 역사로는 내일의 기업 안녕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듣게 되면 긴장감까지 돌 수 있습니다.

 

일본의 장인정신과 오래된 가게, 기업 등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높은 화제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는 일본의 오래된 가업(家業)의 변화와 우여곡절에 관해 전하려 합니다. 일본에서 오래된 전통 가게를 시니세(老鋪)라고 합니다. 한자 의미로도 오래된 점포란 것을 알겠지만 한자보다 음이 먼저 있던 말이라 합니다. 시니스(仕似)라는 말에서 시고토(仕事·일)가 나와 니세루(似せる·흉내 내다, 배우다)가 됐다고 합니다. 즉, 하는 일을 배워 바르게 계승해 전승하는 가게를 시니세라 부르게 됐다는 겁니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전통을 이어온 오래된 가게라고 할 수 있지요.

 

500년 가깝게 기업을 이끌어 온 성공 원인에 관해 묻자 구로카와씨의 말은 이어집니다. “먼 미래보다 지금이 중요합니다” “그때그때에 해야 할 일을 해 왔을 뿐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 시대의 변화를 적절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춰 도전하는 것을 쉬지 않는 정신이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에 응하지 않고 빌딩 숲 안에 작은 건물로 있는 도쿄 니혼바시에 있는 시니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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