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뉴미디어 시대 적응력도 키워야
  • 이준영 시사저널e. 기자 (lovehope@sisajournal-e.com)
  • 승인 2017.12.20 10:55
  • 호수 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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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KBS 정상화 수순…“정치권으로부터의 근본적 독립 필요” 등 과제 많아

 

12월11일 MBC 상암동 사옥. 2012년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파업 사태로 해고된 ‘MBC 해직언론인’ 6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6년 만의 복직이었다. 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는 휠체어를 타고 출근했다. 그의 옆에는 역시 해직 언론인이자 MBC 신임 사장으로 선임된 최승호 전 PD가 서 있었다. MBC 본사 앞마당에 몰려든 동료 600여 명이 박수로 그들을 환영했다. 같은 날 장기 파업 중인 공영방송 KBS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이날 방송통신위원회는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을 이유로 KBS 강규형 이사에게 해임 건의 대상자임을 사전 통지했다. 공영방송 훼손을 이유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조만간 ‘고대영 사장 체제’가 무너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12월11일 MBC 최승호 신임 사장과 정영하 기술감독 등 복직 언론인들이 후배들의 환영을 받으며 서울 상암동 본사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사 9명 중 3명은 각계 추천으로 해야”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을 거치면서 MBC와 KBS 등 공영방송의 위상은 꾸준히 추락해 왔다. 정치적 민감 사안을 다루는 보도가 훼손되는 등 공정보도에 대한 비판 여론은 어느 때보다 거셌다. 근본적으로는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독립성 훼손 논쟁도 커졌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향후 MBC와 KBS 등 공영방송이 공정보도와 독립성 회복이라는 당장의 시급한 과제 외에도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의 파고 또한 같이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은 공정보도를 통해 시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공영방송이 공정보도의 의무를 다할 때 시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공통 입장을 밝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앞으로 MBC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전할지가 중요하다”며 “망가진 시사 프로그램의 부활이 필요하다. 이것이 시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한석현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공영방송이 해야 하는 공정보도란 기계적 중립이 아니다”며 “사실보도와 사실 확인을 기본으로 해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보도의 근간이 되는 공영방송의 독립성 확립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공영방송의 수장도 바뀌는 악순환이 되풀이돼 왔기 때문이다. MBC 사장은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이 이사회를 열어 선임한다. 이사 9명은 법적 근거 없이 관행으로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으로 구성된다. KBS 이사 11명 역시 관행으로 여야 추천 7대 4로 구성된다. 공영방송 사장이 정치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영방송 이사 임명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 5명도 여야 추천 3대 2로 구성된다. 한석현 팀장은 “공영방송은 독립적 방송이 돼야 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독일 공영방송 이사는 수십 명에 달한다. 우리도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사로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고민에서 지난해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주 내용은 공영방송 이사회의 여야 추천 비율을 비슷하게 조정하고, 사장 선출 시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들은 이 개정안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공영방송이 정치권 영향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사무처장은 “지난해 국회에서 발의한 개정안은 한계가 크다. 이사회 구성 자체가 정파의 나눠먹기다”며 “개정안대로 해도 자기를 추천해 준 여야의 거수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언련은 최근 일부 국회의원에게 공영방송 이사 수를 모두 9명으로 하고 이 중 3명의 이사를 직원과 경영진, 학계가 추천하는 방식으로 뽑아야 한다는 방송법 및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민언련은 국민추천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도 제안했다. 만 19세 이상 국민 가운데 무작위 선발한 100명 이상의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 공모, 면접 대상자 선정 및 면접 실시, 최종 후보자 선발 및 추천 등을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용마 MBC 기자도 사장추천위원회를 국민대리인단으로 구성해 사장을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유신 MBC노조 홍보국장은 “MBC가 정치권으로부터 영구적으로 독립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치권에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맡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

 

12월12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광주전남지부(새노조)가 파업 100일을 맞아 KBS 광주총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사진=연합뉴스

 

지상파 방송 영향력 점점 줄어들어

 

공정보도와 독립성 확립이라는 과제 외에도 공영방송은 디지털 전략이라는 매우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미 과거부터 지상파 방송의 위기론이 대두돼 왔기 때문이다. 인터넷 매체가 늘고 종합편성채널이 도입되면서 기존 지상파 방송의 영향력은 과거보다 줄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방송영상산업백서에 따르면, 채널별 연간 가구 시청률이 지상파의 경우 2010년 20.97%에서 2015년 17.35%로 떨어졌다. 특히 MBC의 주중 가구 시청률은 2011년 4.01%에서 2015년 3.43%로 하락했다. 공영방송은 시청률뿐 아니라 인터넷 방문자 수도 줄었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2016년 11월 MBC 인터넷 홈페이지 순방문자 수는 183만 명에서 2017년 11월 121만 명으로 줄었다. KBS도 같은 기간 312만 명에서 271만 명으로 감소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환경이 바뀌고 있다. 소비자들은 저녁 8시 방송 뉴스를 보기 전 이미 핸드폰으로 하루의 뉴스들을 본다. 또 소비자들은 뉴스를 선택해 본다”며 “뉴스를 어떻게 생산하고 유통시키는지가 중요해졌다. 공영방송들은 이런 부분에서 미흡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MBC는 인터넷 기반 뉴스 서비스와 시청자가 원하는 이슈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며 “이는 단순히 콘텐츠를 인터넷에 올리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찾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청자가 MBC에 시사 보도 프로그램의 소재 등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채널도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이슈와 의혹이 있는 것들을 알아내 보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희숙 콘텐츠진흥원 방송산업팀장은 “젊은 층 외에도 다양한 연령이 모바일을 통해 뉴스를 보고 있다. 공영방송은 모바일 앱 등을 통한 다양한 송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과거와 같은 일방적 뉴스 보도가 아닌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식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KBS에서 디지털뉴스를 만들었던 한 관계자는 “고품질 콘텐츠를 새 플랫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시키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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